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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침부터 혼났다.

누나를 울리다니

by 별밤


삼 남매의 아침은 복작하다.

아니다.

아들의 아침은 복작하다.


초등학교 1학년인 쌍둥이 누나들의 아침은 고요하고 사랑스럽다.


책을 보다가 아침에 먹을 음식을 정해 재료를 준비해 둔다.

미리 학교 갈 준비도 전날 밤에 해두었기에,

둘이 한 번씩 서로를 체크해 준다.


교내 도서관에 가려면 조금 일찍 집을 나서야 하기에

보통 8시 15분에 준비를 마치고 우리를 기다려준다.


엄마인 내가 해줘야 하는 건, 8시 23분까지는 같이 나가 주는 것.


아침 시간의 변수는 하나다.


아들.


월요일 아침부터 아들은 누나를 결국 울렸다.



“엄마 나 책 보는데 동생이 자꾸 내 책 덮고 방해해.“



누나들과 함께 하고 싶은 아들은 종종 누나들이 원치 않음에도 누나에게 찰싹 붙어있다.

누나가 관심을 주지 않으면 같이 놀자고 방해를 하기도 한다.

누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을 해도

잠깐, 겨우 기다릴 뿐이다.


누나들이 원하는 것: 조용한 카페에서 엄마와 초코라테 마시며 책 보고 힐링하기


아들이 원하는 것: 다 같이 카페에서 맛있는 거 실컷 먹고 바로 나가서 놀기


이렇게 목적이 다른 아들은 또 누나를 울렸다.


눈물이 쏘옥 빠지게 혼을 냈다.

아이는 엉엉 울다가 훌쩍거리며 같이 집을 나섰다.

그렇게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고 겨우 누나들을 도서관 시간에 맞춰 교문 안에 들여보내고 나니,

시무룩할 아이가 신경이 쓰인다.


얘도 누나가 좋아서 그런 건데, 내가 너무 했나? 잘 설명해야겠다.


역시 시무룩한가 잠시 걱정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랑 단둘이라 좋다며 싱글싱글 웃는다.


- 괜찮아?

“응 엄마랑 단둘이 좋아 좋아.”

아이는 신이 나서 엄마가 좋다며 조잘조잘, 그렇게 우리 둘은 가을 길을 걷는다.


도착해서도 표현이 부족하다 느꼈는지, 잠시 같이 있자며 엄마를 정자에 앉힌다.

아이는 한껏 글로도 사랑을 표현하고 나서야 엄마를 꼬옥 안고 보내준다.

아이가 태어나서 엄마 아빠 외에 처음 쓴 글은, 사랑이었다.


- 분명 눈물 쏙 빠지게 혼쭐이 났는데 기분이 좋네?


종일 신경이 쓰인 건 나였다.

그렇게 아이를 들여보내고도 신경이 쓰여 결국 일정이 있음에도 일찍 하원했다.


이날은 초등학교 부모 참여 수업이 있는 날,

일찍 엄마를 보는 데다가 누나들 학교에 처음 들어가니,

아이는 그저 신이 났다.

집에 와서도 아이는 마냥 행복하다.

본인이 사랑하는 엄마를 일찍 봤고, 누나들과 함께 있으니까.

누나도 웃는다.


“동생아, 앞으로는 누나 책 읽을 때엔 조용히 옆에서 놀고 있어줘.

누나 숙제 하고 책 다 보고 나면, 같이 놀 수 있어.”


“응, 누나 조아.”


그렇게 한껏 함께 시간을 보낸 후,

씻고 누우며 아이는 말한다.

“오눌은 최고의 하루엿써.”



우리 집 아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거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먹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엄마가 아파도, 엄마가 혼을 내도, 엄마가 피곤해도
그저 곁에 있어주면 그걸로 되는 거였다.
무얼 크게 하지 않아도 그는 그렇게 만족하는 거였다.





안녕하세요, 별밤입니다.

저의 첫 브런치북 연재가 끝이 났습니다.

“21년생 설탕남”이야기를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오늘이 조금 덜 아프길,

그리고 조금은 설레는 일도 생기기를,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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