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검정고시 패스하고, 정시 준비(수능)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데 혼자서 1~2년 시간 관리하면서 꾸준히 흔들리지 않고 할 수 있겠어?"
"해야죠. 안 그러면 인생 나락인데. 저는 대학을 꼭 안 가도 되긴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은 나와야 하고. 입시제도가 참 별로예요."
"그치... 우리나라에서는 학벌 많이 따지지."
"검정고시 준비하면서 정말로 뭘 하고 싶은지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빠도 반대는 아니야. 한번 알아볼게. 일단은 다니고 있어 봐."
검정고시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는 수행이랑기말고사가 부담되어서 그러는구나 싶었습니다. 두 번째 얘기를 꺼낸 일요일 밤에는 그저 학교 가기 싫어서 그런 줄 알았고요. 세 번째에는 구체적인 이유를 꺼내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정고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한국사 필수 6과목과 도덕, 기술·가정, 체육, 음악, 미술 과목 중 1과목 선택 총 7과목으로 치러집니다. 700점 만점에 420점 이상이면 합격. 합격률이 80% 이상으로 어렵지 않은 시험입니다. 대학 진학이 목표라면 검정고시 만점을 목표로 공부하더군요.
문제는 검정고시 합격이 아닌 수능준비입니다.검정고시 출신의 수시 지원 대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정시를 노려수능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 외로운 싸움을 흔들림 없이 견디느냐가 관건이겠죠.
사실 오늘내일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딸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학습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니 일단은 1학년 말까지 다녀보고 결정하자고 하였습니다. 1학년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2, 3학년까지 흘러가면 좋겠지만, 딸아이 목표와 의지가 확고하다면 지원해 줄 생각입니다.
"낮에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에는 좀 쉬면서 취미활동도 하고 그럼 오히려 좋을 수 있어."
"그러니까요."
"만약 대학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가면 그 시간에 여행도 다니고 좀 쉴 수도 있고."
딸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입시 제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입시 관련 영상도 많이 보고 있어요. 참 치열하고 또 치열합니다.
아이들 성적표에는 등급과 등수가 적나라하게 찍히고, 0.1점 차이로 등급이 갈립니다. 선생님은 등급이 대학을, 인생을 좌우한다고 협박하고, 학생들은 시험뿐만 아니라 수행 준비에도 바쁩니다. 대학 레벨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생기부, 교과세특 등도 챙겨야 합니다. 중학생 때와는 달리 선생님께 많이 의지하고 잘 보이기도 해야 하죠.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가혹하기 그지없습니다. 중학교를 마칠 때부터 학원에서는 가고자 하는 학과를 정하라고 합니다. 필수 과목에 대한 선행을 비롯해 효율적인 생기부 작성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죠. 성인이 되어서도 진로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는데 어린 학생들이 (부모의 바람을 제외하고)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다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딸아이는 고1 초반에 음대 입시 상담을 받기도 했고, 몇 개월 뒤에는 경찰이나 군인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문이과를 선택해야 하는 며칠 전에는 건축과를 가야겠다고 했습니다. 문과 이과 선택도 갈팡질팡하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딸아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졸업을 하든, 검정고시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든 모두 아이가 감당할 몫이라는 건 변함없습니다.
부모는 그저 곁에서 거들뿐이죠. 숨 막히는 입시제도의 틀에서 하루하루 희망을 키우고 절망을 경험하는 수험생들! 대단합니다! 응원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