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부엌 전성시대
돼지고기 듬성듬성 넣은 흔한 김치찌개 하나에도 환호하며 맛나게 먹어주는 아이들이 있어 힘든 줄 몰랐다. 시금치 하나라도 무칠 때면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끌리 듯 간을 보겠다고 ‘나도 나도’ 외쳐대는 아이들이 있기에 요리가 재미졌다.
직장 다니는 엄마지만 먹거리만큼은 ‘집밥’으로 책임진다는 강한 자부심과 그것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가장 큰 사랑이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이 나의 ‘부엌 전성기’이었던 거 같다.
그립다.
매실이 실하겠구나.
지금 마늘을 사야 싸게 산단다.
소래포구에 꽃게가 한창이겠구나.
지금이 곰취가 가장 연할 때란다.
호박 쌈이 먹고 싶다.
꼴뚜기와 병어회는 어떨까?
멸치육수에 신 김치 넣어, 끓어오르면 마른국수 그대로 넣어 걸쭉해진 국물 맛이 특별한 ‘타래기 국수’라 부르던 그것을 끓이고 싶다. 간장에 쓱쓱 비며 맛나게 드시던 콩나물무밥과 빠알간 닭발도, 맑은 쇠고기 뭇국과 곁들여 식탁에 차려 놓고 싶다. 그리고 엄마를 부르고 싶다.
엄마, 엄마! 가난했던 그 부엌이 어찌 이리 그리울까요?
때때로 차가운 부엌
요리책이야 인터넷 검색으로 자리를 내어줬다 하겠으나, 화기 가득했던 윤기는 어디서 찾아올까나!
“우리의 생활, 의식주가 모두 가정 밖으로 나왔는데, 식(食)만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아파트마다 공용 식당이라도 만들어 단체급식이라도 해야 가사 노동이 줄어들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