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 사이
친하게 지내는 선배 선생님이 내년에 환갑이라는 말에 마치 몰랐던 것처럼 통화 중 깜짝 놀랐다. 진정 놀란 것은 선배의 나이가 아니라 함께 가늠되는 내 나이 때문이었으리라. 초가을 말고 늦여름에 계속 머무는 것은 여름을 붙잡고 싶은 아쉬움 때문일까? 나는 이미 무성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해야 할 때임을 알기 때문일까?
현저히 떨어진 자신감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이듦의 겸손함으로 재탄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저 상실감으로 우울함이 오래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늦여름 지나 초가을 언저리여서 그럴까? 겸허히 완연한 가을을 맞이하면 그 속에서 단풍과 열매, 성숙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을까? 앙상하게 눈 덮인 계절이 오면 이 시기가, 사실은 얼마나 찬란한 계절이었는지 알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