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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라 Sep 04. 2018

정신 병동 다녀온 후기

우리가 생각하는 언덕 위의 하얀 집과 같을까?

본 매거진은 책 <아임 낫 파인>의 일부입니다. 전문이 담긴 책은 스토리 펀딩을 통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http://bit.ly/2Nn03Ud


실은 책 <아임낫파인>의 작가는 따로 있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책을 집필해 줄 저자를 찾으면서 작년 독립출판물 중에서도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의 저자 김현경님을 만났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쓴 르포집이다.


사실 아임낫파인도 유사한 기획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발견한 순간 ‘이 책이야!’ 하는 마음으로 현경님을 찾아갔고, 흔쾌히 함께 해주시기로 했다.우리는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구상했다. 우울증이란 두려운 질병이 아니라 충분히 있을 수 있고 함께 가는 것이라는 그녀의 시선이 좋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프로젝트 중에 현경님의 우울증 상태가 매우 안좋아졌다. 어느 날, 현경님이 말했다.


저, 폐쇄병동에 가요.



티를 내지 못했지만 나는 너무 놀랐다. 얼마나 안 좋은걸까. 이제 앞으로 현경님을 못보는 걸까?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현경님은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래서 내가 어찌어찌 이 책을 맡았다. 그런데 2주 정도 지나자 현경님이 돌아왔다. 다시 힘차게 일을 하면서. 게다가 병동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한 권 완성해서.


현경님과 폐쇄병동의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또 폐쇄병동 입원 경험이 있는 현경님의 지인, 민지님도 함께했다.




폐쇄병동에 가다


술에 취하기만 하면 자살 충동이 든다는 현경(우) 님


현경님은 양극성장애, 즉 조울증이다. 조울증은 기분이 올라갔을 때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잠도 못자고 일의 효율도 좋지만, 우울이 찾아오며 무기력함이 심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현경님은 이 우울의 상태가 싫어 술에 의존했다. 그런데 술을 마시니 자꾸 자살 충동이 들었다. 술이 깼을 때 동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의사선생님은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했다. 정신과 치료를 오래 받았지만 성인 내담자에게 부모님을 모셔오라는 경우가 잘 없어서 좀 이상하다 싶었다.


부모님과 함께 가자 병원에서는 자살의 위험이 있으니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 가거나 폐쇄병동 중 선택하라고 했다. 현경님은 폐쇄병동을 택했다. 하지만 의사선생님이 서울의 웬만한 대학병원에 다 전화를 돌렸는데 자리가 없다고 했다. 겨우 구해진 병원에도 다음 날 입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큰 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이었다.


민지님은 몇 년 전, 자살을 시도했다. 그녀의 자살은 오랜 계획 끝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스스로 자살을 주체적인 죽음이라고 정의하고, 꼭 스물다섯살 전에 죽겠다는 오랜 다짐이 있었다. 그리고 스물 세살, 실제로 첫 자살을 시도한다. 애석하게도(?) 자살은 실패했고, 그녀는 응급실에서 위세척 후 비몽사몽간에 눈을 떴다. 의사선생님은 그녀가 돌아가면 또다시 자살시도를 할거라고 생각했는지, 가족들에게 입원을 권유했다. 그래서 그 날 폐쇄병동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좌)민지, (우)현경


“폐쇄병동이라고 하면 환자들이 위험해서 가둬놓는다라고 생각하시는데 사회가 위험해서 사회로부터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폐쇄병동이라는 말이 공식명칭이기는 하나, 지금 여러분이 떠올리는 ‘그것이 알고싶다’의 열악한 병동이 아니라고 그녀들은 말했다. 오히려 조용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묘사했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다른 병동처럼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인데, 다만 출입이 좀더 제한적이고, 대부분의 외부자극이 차단되어 있었다.  우리는 보호병동으로 불리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데 동의했다.



가장 큰 특징은 자살의 모든 위험을 제거한다는 점이다. 샤워기만 해도 흔히 보는 방식이 아니라,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는 형태로 되어있고, 창문은 창살이 되어있다. 물품도 제한된다. 수면용 안대도 목을 맬 수 있기 때문에 반입이 불가하고, 유리로 된 화장품 병은 자해를 할 수 있으니까 안된다. 색조 화장도 할 수 없다. 스마트폰은 외부자극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전화는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는 스테이션 앞에 있는 공중전화를 이용하는데, 전화 카드로도 자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보는데서 전화만 하고 돌려줘야 한다. 연락을 취하는 것이나 면회도 가족들에게로 제한된다.


거실에 유일하게 있는 TV에서는 계속 뉴스가 흘러나왔다. 일상은 규칙적으로 흘러갔고 그만큼 무료했다.


“매끼 정시에 밥이 나와요. 밥먹고 약먹고. 준비된 활동은 흥미가 없고 너무 심심해서 병동 내를 계속 걸어다녀요. 책은 책장에 많이 꽂혀있기 때문에 책을 보거나 TV를 보거나.. 12시가 되면 점심을 먹고. 하루 한번씩은 주치의와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 선생님이랑 상담도 하고, 검사도 해요. 저녁을 먹으면 저녁약을 먹는데, 약을 먹을 때도 생년월일 말하고 이름 말하고 입을 벌려서 삼킨거까지 확인해야 잠을 자러 갈 수 있어요.


저는 약에 진정제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오늘은 진짜 잠이 안올거 같다고 생각되는 날에도 잠이 금방 오더라고요. 잠을 잘 자고 일어나는게 정신건강에 좋대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수면을 잘하게끔 하는 약을 주는 거 같았어요.”


담배 대신 정원에 있는 민트 냄새를 맡으셨다는 현경 님


강제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해야하는 게 쉽진 않았다. 술담배는 당연히 못했는데, 담배를 못피니 정원에 나가 민트 냄새를 맡으며 참았다. 햄버거를 먹고 싶은데 못먹으니 힘들었다. 대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꾸준히 약을 먹으니 건강이 좋아지고 우울증은 호전되었다.


좋았던 점으로는 현경님과 민지님 모두 평화롭고 유유자적한 시간을 꼽았다. 어르신들이 많긴 하지만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데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어도 아무도 ‘쟤 이상한 애다’라고 생각치 않았다. 예쁘게 꾸밀 필요도, 잘 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는 시간이 좋았다.




폐쇄병동에서 만난 사람들


커피는 잠을 방해하기 때문에 하루 한 번 오전 10시 반에만 마실 수 있었다. 현경님이 있던 병동에선 그 커피타임에 함께 모여 과자도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는 자살시도로, 누구는 우울증으로, 또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가 심해서 들어왔다고 했다. 어떻게 자살을 시도했었는지 아무렇지않은 얘기가 되었다. 또 한편으론 ‘이 사람은 여기 왜들어왔지?’ 싶은 사람들 뿐이었다. 마치 현경님과 민지님같이 밝고 건강해보이는 사람들.

혹시 다른 사람을 해할수도 있는 위험한 사람들은 없었냐고 물었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도 보였어요. 제가 있던 병원에는 하루종일 창 밖을 보면서 영어로 소리치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New York! Paris! Tokyo! Anywhere! Everywhere! GO AWAY!!' 막 이렇게 계속 외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볼 때는 그 사람이 너무 무섭잖아요. 외치고 있으니까 손가락질 하면서.. 나를 해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하루는 제가 음악 치료를 하는 방에 피아노를 치러 갔는데, 제가 다가가자 그 방에서 소리를 치던 그 아주머니가 저를 이렇게 무서워하면서 슬금슬금 피하는거예요.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대 맞은것 같았어요. 나는 저 사람을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저 사람은 나를 무섭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거구나. 병동을 통틀어서 나만큼 제정신이고 이성적인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속된말로 단단히 미친거 같은 아주머니가 저를 피하니까 모든 편견이 싹 깨지는 느낌이었어요.”(민지)


정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수 있는 사람은 1인실에 격리되어있거나, 경호원이나 간호사들이 항상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남을 해칠 것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현경님도 비슷한 경험담을 얘기했다.


“덩치가 큰 남자분이 들어오셨는데 전 그 분이 너무 무서운 거예요. 피해다녔어요. 그러다 새벽에 잠이 안와서 스테이션에 갔는데, 그 남자분이 보호사에게 말을 거는 거예요. 제가 보호사라면 무서울 것 같았거든요. 덩치 큰 남자분이 다가오니까.


그 분이 손을 내밀어보라고 했는데, 보호사가 손을 내미니까 사탕을 이렇게 주시더라고요. 아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착하구나, 나만 화를 죽이고 잘 지내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아요”(현경)



아저씨들과는 배드민턴도 치고 아주머니들과 간식도 나누어먹고, 치매 할머니는 잘 챙겨드렸다. 또래를 만나면 더 반갑게 붙어지냈다. 환자들끼리는 나가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게 되어있었고 현경님은 거기서 사귄 언니의 연락처를 몰래 속옷에 넣어오기도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곳도 사람사는 곳이구나 하는 당연하고도 새삼스러운 생각을 했다. 엊그제만 해도 죽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살갑게 챙겨주고 아껴주고 있었다. 한편, 민지님은 병동에서 가장 어린 만큼 많은 분들이 예뻐해주셨다. 이런 일도 있었다.


“계속 자기가 임신했다고 말하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그 분이 계속 호희라는 여자아이를 찾았어요. ‘호희야 호희야’ 이러면서. 제가 병동에서 가장 어린 여자였기 때문에 그 분에게 호희로 보였나봐요. 저한테 와서 ‘호희야’하시는데. 그때는 정말 병원에서 할것이 없기 때문에 기꺼이 그 분의 호희가 되어드리기로 했죠.


그래서 호희야 이러면 네 하고 대답을 했는데, 밤에 자기전에 와서. ‘호희야 창밖을 봐, 너무 예쁘지? 여기서 사는거 너무 힘들지? 너 이제 간다고 말해 넌 이제 나가도 돼’라고 말씀하시는거예요. 드라마에서 볼 법한 그런 문장들을 말해주는데. 정말 저한테 나가도 된다고 말해준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 분이 하는 문장들이 너무 예뻐서. 너무 기억에 남아요. 제가 호희로 보였나봐요.”




다신 들어오고 싶지 않아요


병동의 생활은 어떤 자극도 없어서 건강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견딜 수 없이 무료했다. 현경님은 술을 안먹는 생활이 지속되자 상태가 좋아졌지만, 우울이 없이 조증이 계속되니 잠을 거의 못잤다. 퇴원해서 해야할 일들이 계속 생각나서 잠을 이루기 어려웠는데 환자들 중에는 어둡다면서 불을 계속 켜거나, 혼잣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없던 수면 장애가 생길 것 같다며 주치의를 졸랐다. 이제 괜찮고 술도 안마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행동의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2주에서 한달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약을 꼬박꼬박 먹고, 주치의가 관찰을 하면서 삶의 패턴을 만들어가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헀다. 보통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한 달 정도 치료 과정을 온전히 겪은 뒤, 2박3일간의 외출도 한번 하고 나가서 뭘할건지도 계획하며 적응하고 천천히 나간다고 했다. 현경님은 너무 답답한 나머지 열흘정도 있은 후 자발적으로 빠르게 나온 경우에 속했다. 다행히 현재는 술도 별로 마시지 않고 좋다고 했다.


민지님은 상황이 좀 달랐다. 본인 의지로 들어온게 아니라,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매일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꺼내달라고 했다.


“어떤 말까지 했냐면, 자식이 모시기 싫어서 병원에 입원시킨 거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였어요. 아빠한테, 노년에 이런곳에 들어오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나 보내달라고. 그 쯤 되면 저도 자살시도도 했고 아버지도 제가 죽을까봐 전전긍긍하시고 그러니까 이제 보이는게 없는 거예요. 막 나가는 거죠. 하지만 그런 말에도 꿈쩍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정말 자살시도를 안하겠다는 거짓말로. 그 때 당시는 정말 거짓말이었어요. 그런 거짓말로 퇴원을 하게 됐죠.”



민지님은 일찍이 스물다섯이 되는 2017년 12월 31일이 오기 전에 자살을 하겠다는 타임리밋을 세웠었다. 다시 나가서 자살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병동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2018년. 민지님이 말한 시간은 이미 지났다.


민지님은 우울증이 잘 치료됐다고 했다. 병동을 나오고도 크게 의지가 없어 병원을 다니면서 약을 먹다가 안먹다가 했다. 정신과 약은 안먹으면 두통이 심해서 동네병원에 들렀다. 그곳에서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났고 만 2년 6개월째 계속 약을 먹고 있다. 이제는 이러다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나중에 늙어서 죽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다시 가야 한다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민지님은 “아뇨 절대 안가요. 너무 답답해요. 너무 제약적이고, 전 이렇게 표현하거든요. 안전한데, 과하게 안전해. 너무 심심하고 제약적이야” 라고 정색했다. 처음에 병원을 나설 땐 또 자살에 실패하면 이 곳에 또와야하니까 다음엔 실패없이 죽어야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현경님도 바로 아니라고 답했다.


“만약 또 너무 죽고 싶거나 알콜 중독이 된다면, 가야만 하겠죠. 하지만 원해서 맨정신에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폐쇄병동에 가면 묶여있는거 아냐?


어느 때보다 내가 편견이 컸음을 확인하게 됐다. 폐쇄병동이라는 어감 때문이라도 가장 많은 오해와 왜곡 속에 있는 주제였다. 적어도 격리된 우울한 사람들의 모습이 지배적이었다.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꽁꽁 언 바다가 깨어지는 느낌이었다.



“퇴원 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봤는데, 남자주인공이 실연 후 사랑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게 되거든요. 그 다음 장면이 정신병원에 가서 묶여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인거예요. 미디어에서 너무 잘못 그리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현경님은 우울에 대해서 오래 말해왔기 때문에, 입원하게 됐다고 SNS를 통해 알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오히려 그렇게 밝힐 수 있는게 편한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저 정신과적으로 중환자실에 다녀온 정도로 비유했다. 다른 병에 비해서 더 심각하거나 감출 일도 아니었다. 주변사람들은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주고, 다녀왔을때도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대기업에 다닌다면, 아니 그냥 회사원이었다고만 해도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다고 말 못했을거라고 했다.



“제가 입원할 당시에도 병원마다 환자가 차있어서 병원을 골라서 간 게 아니라 남는 곳으로 간 거 였거든요. 날씨가 좋아서 자살시도로 들어온 분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병원 왔다갔다 했을텐데 지금까지 저는 단 한번도 내가 병원에 갔다왔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거든요. (옆에 있는) 이분 빼고. 그래서 정말 정신질환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인지 조금더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울증, 이제는 이야기 하자.


사실 이렇게 기꺼이 나서줄 수 있는 두 사람이 고마웠다. 영상으로 얼굴이 공개되면 혹여 안좋은 평가가 뒤따르지 않을까, 나 혼자 괜한 노파심이 들었지만 두 사람만큼은 우울에 대해서 가장 공감가는 언어로 건강하게 얘기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민지님은 17세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닌지 10년이 됐다고 했다. 약물치료 효과가 정말 좋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추천해주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그런 다양한 주제로 SNS에 꾸준히 글도 올리고 있다. 사실 민지님과 현경님은 인스타그램 친구였는데 현경님이 병원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민지님이 DM으로 다니던 병원을 추천했다.


현경님이 그 병원에 찾아갔는데, 옆에 할아버지와 밝게 말을 섞고 있던 아가씨가 갑자기 오더니 “옆에 앉아도 되요?”라고 발랄하게 물었다. ‘아 여기가 정신과라 미친 여자인가 보다’ 하고 있는데 “현경님이시죠?”하고 민지님이 말을 뗐다.


“제 남친이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이거든요. ‘나 뚱뚱해지지 않았어요.?’ 라고 하면 안쪘다는 말대신 ‘예뻐요.’ 라고 대답을 해요. 찌든 안찌든 그대는 예쁘다라는 의미인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분은 어떤 조건이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더라고요. 스스로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내가 정신과적 질환이 있든 없든, 나는 그냥 나인걸’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일이 너무 쉽더라고요. 정신병동도 그냥 대학병원에 입원을 했다,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게됐어요.”


현경님도 우울증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분들에게 용기를 드리고, 쉽게 만들기 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혼자하는 나름의 운동이라고 했다. 이번 병동에서 있던 일을 엮은 것도 그런 취지였다. 우울을 당당하게 말하자면서 숨어서 얘기하면 신뢰성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이들의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가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정신과 병동에 대한 오해와 인식이 조금 더 변화될 수 있다면. 그게 현경님, 민지님과 우리가 바라는 바다.


*덧붙여, 이 대담은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경우에 해당하며, 시외에 있는 장기요양병원의 경우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격리를 목적으로 장기입원하는 병원도 있습니다. 다만 이 챕터에서는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 다루고자 했습니다.



본 매거진은 책 <아임 낫 파인>의 일부입니다. 전문이 담긴 책은 스토리 펀딩을 통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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