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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Mar 20. 2021

"편견 없이 들어요"

조지 마이클 케이스

"좀 불안한데..."

CBS/콜롬비아 레코드사의 회장 월터 예트니코프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새 앨범을 만들고 있는 조지 마이클에 대한 내부 정보 때문이었다. 그 음악의 스타일이 기대와는 다르다는 전언이었다.

"토미, 자네가 한 번 가보지 그래."

토미 모톨라는 최근에 영입한 미국 시장 총괄이었다. 야심만만한 모톨라는 홀 & 오츠의 매니저로 업계에 알려져 있었다.

"그것이 좋겠어요. 이런 일에는 좀 경험이 있지요."

좀 거만한 듯했지만 모톨라의 수완은 믿을만했다.


'망할 놈의 아티스트...'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 편 일등석에서 모톨라는 대릴 홀과의 여러 기억을 들추어냈다.

대릴 홀은 본인이 집중하고 있는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 아티스트였다. 시장에 근거한 비즈니스적 판단은 그에게 뒷 전이었다.

'토미, 좀 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라고. 비즈니스는 짧지만 예술은 긴 거야.'

1970년 그들의 연주를 처음 듣는 순간, 모톨라는 이 듀오가 슈퍼 스타 스터프임을 99% 확신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이 업계의 최정상에 서기까지는 그로부터 10년이 더 필요했다.

'제기랄, 알기는 개뿔... 걔네들은 바로 정상으로 갈 수 있었다고.'


", 전 세계가 당신을 원하고 있어."

흘끔거리는 모든 행인을 짐짓 무시하는, 지 마이클의 표정에는 피로감이 뚜렷했다. 마이클은 걸음을 조금 더 재촉했다. 거리 반대쪽에 카메라를 든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의 일상은 파파라치와 타블로이드 언론에 의해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 좁은 섬나라에 그가 숨을 곳은 없었다.

"난 상관없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음악을 만들어낼 뿐이에요."

일상적인 톤의 목소리는 오히려 그의 굳은 생각을 전달하는 듯했다.

"우리의 계획은 조지 마이클이란 아티스트를 우주 최정상에 올리는 거라고. 목표가 바로 코 앞에 있는데... 그 목표를 위해 우린 같이 일할 필요가 있어. 약간의 협조가 필요해."


조지 마이클의 1987년 앨범 [Faith]는 그야말로 슈퍼 메가 스매시 히트였다. 미국에서 앨범 판매고는 천만 장이 넘었고 월드와이드로는 이천만 장을 훌쩍 넘어버렸다. 네 곡의 미국 싱글차트 1위곡을 포함한 총 7개의 싱글이 다 히트를 기록했다. 회사에서는 1980년대에 걸쳐 로스터의 맨 앞줄에 있었던 마이클 잭슨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조지 마이클에게는 마치 대릴 홀과 프린스를 합친 것 같은 파괴력이 있는 것 같았다. Wham!의 활동을 통해 이미 시장에서 빌드업이 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좋은 팔로우업 앨범 하나만 더하면 왕좌에 앉게 되는 격이었다.


"{Faith] 앨범이 나 자신을 정의할 수는 없어요. 대중들은 내가 가진 다른 면, 사실 더 뛰어난 면을 볼 필요가 있어요."

마이클은 명료했다. 그가 너무 진지한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그가 만들어놓은 대개의 넘버가 발라드이거나 포크 록 스타일이었다.

"바로 다음 후속 앨범은 전부 댄스 넘버로 채울 예정이에요. 그게 회사에서 원하는 것 아닌가요? 뭐가 문제이지요?"

'바로 그게 문제지...' 이 말을 겨우 주어 삼키고 모톨라는 대답했다.

"당신은 바로 지금 이 세상 모든 여성이 원하는 섹스 심벌이야. 사람들의 기대가 끓어오르고 있다고!"

마이클이 피식하고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마케팅하느냐에 달린 것 아니겠어요?"


몇달 후, 토미 모톨라가 받아 든 테이프에는 [Listen Without Prejudice Part 1]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용은 제목이 은연중 의미하는 그대로였다. 축축 처지는 내향적인 발라드와 포크 넘버가 대부분이었다. 그가 했던, 여러 번의 회유의 결과는 고작 어울리지 않게 끼어든 듯한 두 개의 [안 신나는] 댄스 넘버였다. 이전의 화려했던 앨범에 비하면 차라리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염병할 아티스트!!"


조지 마이클의 [Listen Without Prejudice Part 1]은 1990년 9월 발매됩니다. 표지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던 전작과는 달리 1940년대의 코니 아일랜드 공연장에서의 관객들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회사로서는 관객으로부터 얼굴을 돌린, 그의 태도를 상징하는 이미지였습니다.

첫 싱글인 발라드 [Praying for time]의 비디오는 가라오케 화면처럼 검은 배경에 가사만을 담습니다. 3년 전 Prince의 [sign o' the times]의 전례가 있는 가사 비디오의 초기적 예였습니다. 두 번째 싱글인 댄스 넘버 [Freedom '90]의 비디오에도 조지 마이클의 얼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패션모델들의 립 싱킹 비디오였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노출을 피하는 듯했습니다.

1992년 조지 마이클은 당시 소니 뮤직으로 합병된 CBS/Columbia사와 법정 소송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음악적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이유에서였지요. 이 송사로 인해 마이클은 약 5년간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미국 시장에서 대부분의 브랜드 자산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조지는 사방으로 총질을 해대는 총잡이 같았어요. 그리고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미국 시장에 있었던 춧불들을 다 꺼버렸지요." 그의 당시 매니저였던 데이비드 어스틴의 얘기입니다.

[Faith] 앨범의 스타일에서 진화된, 화려한 댄스 앨범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Listen Without Prejudice Part 2]는 끝내 발매되지 못합니다. [Faith] 앨범은 조지 마이클의 최고이자 마지막 영광으로 기록됩니다.



*Title Image: The cover image of {Listen Withouth Prejudice Part 1]


The official video of [Praying for time],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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