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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슈페너 Mar 18. 2024

딸의 남자친구는 다 계획이 있었다

결혼식 화견이 되다.

딸의 남자친구는 다 계획이 있었다.

이것은 합리적인 의심이다.


-우선 개를 키울까 말까 고민하는 미래의 장모님께 사진 한 장을 보낸다.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나의 예감이 맞는 다면 어머님은 분명 좋아하실 거다.

-나 또한 너무나 키우고 싶지만 혼자 자취를 하며 회사에 다니는 환경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미래의 처갓집에서 개를 키우게 되면 나는 자연스럽게 집을 드나들며 친해질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계획은 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결혼식에 화견을 시키는 것이다

-결혼 후, 우리 신혼집에도 왔다 갔다 하며 나는 그렇게 키우고 싶던 개와 산책을 하게 된다!

으하하하!!!!


그래! 나는 미래 사위의 덫에 걸려 백자를 키우게 되었고, 딸만 둘을 낳아 육아가 순조로왔던 나에게 늦둥이 개아들을 키우게 했다. 나이 들어 개고생을 하게 되었고, 다 키워놓은 이쁜 백자를 데려가 화견을 시키고 같이 산책을 하는 야무진 꿈을 꾸었구나!

우하하하하!!!

나는 덫에 걸린 것이다!




둘째 딸은 참으로 연애도 성실하게 했다.

꼭 지같은 남자를 만나 5년을 꾸준하게 사랑했다. 같은 회사에서 만났는데, 사귀자는 고백도 딸이 먼저 했다고 한다.(자기를 좋아하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고백을 못하고 있어 아휴! 답답해! 하며 먼저 했단다.)

남자친구의 집은 지방에 있어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혼자 서울에서 자취를 했다.

그렇게 외로운 생활을 10년 이상 하다 보니, 독립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얼마나 외로왔을까! 하는 마음에 짠한 생각이 들었다.


반면 우리 집 막내 둘째 딸은 엄마와 꼭!! 붙어 있으면서 막내로서 온갖 사랑과 혜택을 누려왔다.

워낙 귀엽게 생긴 탓도 있으나 세 살 터울의 언니마저 동생이 이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고, 그녀의 볼따구는 식구들이 돌아가며 꼬집고 잡아 비트는 공동구역이었다.

그런 막내가 결혼을 한다고 했다.


워낙 연애를 오래 하다 보니 친숙해진 것도 있지만, 딸의 남자친구는 참으로 나의 마음에 꼭 들었다.

아직 철없어 보이는 우리 집 막내를 데려가 잘 키워줄 거 같았다.


딸의 남자친구는 내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으며 고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개를 키울지 말지 고민한다는 것을 알고는 여기저기 검색을 하며 찾아낸 것이 '꼬똥 드 툴레아'라는 견종이었다.

남자친구는 그 견종이 참으로 나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인지 백자와 나가면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내가 백자와 닮았다니!


백자가 온 이후로 우리 가족은 웃는 일이 많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스며들고, 익숙해질수록 사랑의 강도는 더욱 단단해졌다. 이제 백자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다.

남자친구의 계획은 성공한 것이다.


결혼식 화견이 되다


결혼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요즘에는 친정엄마가 별로 할 것이 없다. 물론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결혼할 때와는 매우 달랐다. 우리는 모든 것을 신랑 신부에게 맡겼다.

그 둘이 주인공이므로.

다행히 양가 어른들의 생각이 일치했고, 서울에 있는 내가 필요할 때만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둘은 이쁘게 큰 잡음이나 갈등 없이 결혼을 준비했고, 딸의 간절한 바람으로 백자가 화견을 하게 되었다.



나비효과라 해야 하나.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어울릴만한 개를 찾아주고, 그 사진을 보고 반한 어머니는 급기야 개를 입양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죄충우돌 초보 개엄마가 되어, 침대에만 누워 있던 나는 똥을 치우고 배변 패드를 갈고 빗질을 해주고 산책을 시키며, 백자로 인해 몸을 움직이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백자는 결혼식에 화견이 되어 똥꼬 발랄하게 모든 하객의 사랑과 웃음을 한 몸에 받으며 무사히 반지를 전달하였다.

백자는 평소에 주지 않던 맛있는 간식을 좀 많이 얻어먹고, 미용실에 가서 단장도 했다. 본인이 얼마나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지 알지 모르겠지만, 백자는 모두에게 잊지 못할 행복+행복을 선물했다.


여러모로 남자친구의 계획은 성공했다!


사랑의 작은 날갯짓

결혼을 하고 처음 맞이 하는 새해,

요리가 취미인 사위는 본인의 시그니처인 '갈비찜'을 만들어 세배를 왔다.

너무 맛있다.


어쩌다 개엄마가 되었고 어쩌다 장모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쩌다 어떠한 자리에 있게 된다.

 '사랑의 날갯짓'은 가늠치 못할 어떠한 자리에 우리를 가져다 놓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 스며들고, 길들여지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어느 날

백자가 나에게 왔고, 서로에게 작은 기적이 되었듯.

세상에 하나뿐인 갈비찜

어쨌든 갈비찜이 참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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