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 Prologue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사람들은 이별의 아픔을 견뎌내면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인간은 결코 성숙해지지 않는다. 다만 변할 뿐이다.
창 밖으로 눈이 떨어진다. 그리고 내가 믿고 있던 모든 것들도 눈처럼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떨어져 내린다. 눈은 녹슨 철도 위에서 가만히 멈춰선다. 하지만 내가 믿고 있던 모든 것들은 끝없이 떨어지기만 하고 결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번 역은 광주 송정, 광주 송정 역입니다.” 나는 반복되는 멍청한 기관사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다. 밤은 늦었고, 그랬기에 새롭게 기차에 올라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궁화호 30번 칸에는 오로지 나만이 있다. 아주 거친 소리를 내면서 기차 문이 닫혔고 바람을 타고 온 눈의 파편만이 기차 위에 올라탔다. 새하얗던 눈은 더러운 기차 바닥과 만나고는 아주 구질구질하고 역겨운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나의 모습과 똑같다. 철도의 끝, 목포역으로 가려면 아직 1시간이 더 필요하다.
저는 이제 당신에게 제 모든 것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무너진 꿈, 돌아갈 수 없는 좋았던 과거, 고통스러운 현재, 그리고 불가항력적으로 찾아오는 미래… 이렇게 시간은 오직 저를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목포역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철도의 끝인 그곳에서 기차가 멈추면, 그래서 제가 기차에서 내리면, 그 순간 이 구역질 나는 시간이 다시 흘러갈 것입니다. 저는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얼굴에 구멍이 날 정도로 패버리고 싶은 직장 상사 앞에서 웃어야 합니다.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나는 잘 지내고 있냐고 물어보는 개 같은 친구년들에게 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삶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기차 안에 있는 지금만이라도, 시간이 멈춰있는 지금만이라도 저는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겪었던 모든 일들을 단 하나의 거짓없이 고백하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세라 입니다.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소설과 예술 작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언젠가 아마존에 상품 검색을 하듯이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예술 작품들을 검색을 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연애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한때 낭만적인 연애를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절대로 그 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