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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중얼 Jul 19. 2016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아무래도 상관없었죠. 혼자가 아닐 수 있다면

주변에서 인생 영화라며 너도 진짜 좋아할 것 같다고 꼭 보라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드디어 보았다.

잔인하고 피를 튀기는 것들을 잘 못 보는 탓에 제목에 들어있는 '혐오스런'이 그런 것들을 담고 있을까 쉽사리 도전하지 못한 탓이다.

내게 이 영화를 추천했던 내 지인들이 나를 너무 잘 알고 있고 이 영화는 조금 다른 모양새로 아주 보편적이며 특별한 것을 건드려 우리를 빠져들게 한다.

나도 한동안 많은 사람에게 추천할 인생 영화가 또 하나 생겨서 기쁘다.

어떤 것보다 큰 이 영화의 매력은 대사에 있다.

영화를 보며 받아 적은 대사들이 참 많다.

다양한 효과들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매력 또한 뽐냈다.

OST도 정말 좋음

마이클 부블레의 Feeling good이 여기에 나올 줄이야.

여러모로 옳은 영화다.

애니메이션 효과도

뮤지컬 느낌도 과하지 않고 좋았다.

그리고 혐오스럽지 않았다.

그녀의 인생은 놀랍고 안타까우며 슬펐다.


결국은 사랑받고 싶던 마츠코였다.


우리는 종종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준다고.

엄청난 사랑을 쏟아낸 마츠코도 계속해서 말한다.

'난 사랑을 위해 살아.'

'혼자보다는 나아.'

그렇게 맹목적인 사랑을 주던 마츠코는 그런 사랑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조건없는 영원한 사랑.


마츠코의 사랑은 우리의 사랑처럼 계속된다.

그 헌신적이고 끝없는 사랑은 대상을 바뀌더라도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마츠코가 남을 사랑하던 것처럼 자기 자신을 사랑했다면 다른 모습의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츠코도 자신이 던진 사랑의 덫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너무 슬펐다.


날 놓지 마.


라고 외쳐대던 그 장면.

나는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마츠코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고, 그렇게 놓아지기 싫던 우리는 끝내 놓아졌다.

사랑할 때 우린 영원하길 기대한다.

그 사랑이 깨질까 두렵지만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사랑은 깨졌다.

놓지 않겠다던 너는 먼저 내 손을 놓아버렸다.

잡고 있던 손가락을 하나, 하나 잔인하게 떼어냈다.

내게서 빠져나갔을 때 느껴지는 그 공허함과 그리움을 우린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잡고 있을 때 계속해서 확인하려 한다.

날 놓지 마. 사랑해줘. 날 놓지 않을 거지?



'나는 이 사람과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갈 거야. 그게 내 행복이야.'


마츠코는 버려져도 버려지지 않는다.

그녀는 인생이 끝난 것 같은 많은 순간에도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그것을 감내한다.


'어릴 땐 누구나 자기 미래가 밝을 줄 알아. 하지만 어른이 되면 자기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고 괴롭고 한심하고 열 받고 그런 걸 전부 내 탓으로 돌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모든 게 내 탓 같다.

그리고 어떤 때는 정말 내 탓이다.

알고 있지만 그걸 다 감내하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어른이 되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린 이렇게 매일 애쓴다.


영화에서처럼 네가 날 놓아버린 것 또한 내 탓 같아 마음이 찢어질 때가 있지만, 나는 그것이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네 탓도 아니라는 것도

책임을 감내하는 방식의 차이였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너를 미워할 수도 없다.

그게 참 다행이면서 또 많이 아프다.


그래도 마츠코는 하늘에서 자기를 생각해주는 많은 이들을 볼 수 있어 기쁠 것이다.

나도 나를 생각해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다.


'인간의 가치는 누군가에게 뭘 받았느냐라기보다는 뭘 해줬느냐겠지.'

나도 좀 더 당신들을 생각하고, 더 받지 못해 슬퍼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더 많이 주고 바라지 않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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