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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만들어졌다고 끝이 아니다

공든 탑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by 오류 정석헌

습관이 만들어졌다고 끝이 아니다. 습관 만들기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습관을 유지하고 지키는 일이다.


습관은 방심하다간 언제든 다시 멈출 수 있다. 만약 멈춘다면 다시 처음부터 습관 만들기를 시작해야 한다. 얼마 전 내가 그랬다. 4박 5일 일본 삿포로 여행을 다녀온 후 공들여만든 운동 습관이 멈췄다. 그동안 공들여 쌓은 시간과 비용이 얼마인데 쉽게 무너지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진짜로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여행을 끝나고 돌아온 다음 날, 오전 운동을 쉬었다. 아니 가지 않았다.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다. 5일의 쉼이 다시 너를 멈춰 세웠다.


15일쯤 뒤, 각성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침에 잠에서 깨다가 다리 쥐가 난 것이다. 다리 쥐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원인 중 하나는 장시간 앉아있는 데서 비롯된다는 걸 검색 결과로 확인했다. 딱 지금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오늘 아침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나왔다. 그간 뻣뻣해진 관절과 근육은 스트레칭을 하는데도 나무토막 같았다. 골반은 내려가다 멈추었고, 등은 제대로 펴지지도 않았으며, 골반 고관절은 돌릴 때마다 뚝뚝 소리를 냈다. 15일의 멈춤이 준 선물이었다.


운동을 연속적으로 할 때는 달랐었다. 등이 부르럽게 펴지고, 고관절 원하는 만큼 늘어났으니까. 스트레칭을 할 때마다 시원함도 동반됐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 나의 몸은 윤활유가 바닥난 자동차와 같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자동차의 하부장 같았달까. 그리고 깨달았다. 습관을 멈추면 내 몸에 윤활유도 사라진다는 걸. 습관을 멈추면 관절의 가동 범위가 다시 작아지고 유연성도 떨어진다는 걸.


괜찮다. 그래도 멈췄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으니까. 한번 만들어봤으니 전보다 수월하게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시작했다 멈추는 건 내 특기고 후회하고 다시 시작하는 건 내 장기니까.


다행인 건, 헬스장으로 옮기는 발걸음에 저항이 없었다는 점이다. 자연스러웠다. 그게 정말 나에겐 다행이다. 운동의 운자만 들어도 힘겨워하던 나였으니까. 그게 참 다행이다.


습관이 만들어졌다는 건 내 몸에, 내 관절에 100퍼센트 윤활유가 차있는 상태와 같다. 습관을 멈추면 윤활유도 사라진다. 해서 그 습관이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습관이 계속 굴러가도록 유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또다시 건강이라는 장거리 운전을 시작하려 한다. 기록도 함께 해볼 생각이다. 두 번 다시 습관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나의 예방책이다. 습관은 내가 어찌하지 못한다는 존재란 걸 경험으로 깨달았으니,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공들여 시간을 쌓아볼 생각이다. 이번엔 멈추지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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