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K Mar 19. 2018

사랑을 보았습니다

마음이 가는 자리

삶의 한 챕터를 마감하려던 찰나

뿌연 달빛 아래 서 있는

사랑을 보았습니다     


늪에 빠진 듯 서서히 가라앉고 있을 때

흐린 안갯속을 걸어오는

사랑을 보았습니다     


부유(浮游)하던 무의미한 삶 속에서

드넓은 가슴으로 말없이 기다리는

사랑을 보았습니다     


파이고 헤쳐진 마음이 그곳에 닿아

순간순간 위로가 되는 

사랑을 보았습니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찬란하고 눈부신

사랑을 보았습니다     


그곳에,

그 사랑이,

있었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이들에게 따스한 봄이 선물로 다가오듯,

희망을 거의 잃을 즈음, 꽁꽁 언 마음 모서리에 봄물이 듭니다.    

 

상실과 절망에 굴하지 않고 삶을 이어온 이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듯,

바삭 말라버린 영혼의 연못 한 구석으로 샘물이 다시 흘러듭니다.    


삶을 마감하려 할 때, 내 계획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내게 다가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때론 친구로, 때론 동료로, 때론 선후배로, 때론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그들은 신이 내게 보낸 ‘시그널’이었음을.


그들을 따라,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그래서 내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신이 원한 내 모습이고, 결국엔 스스로 완성해야 할 나의 인생 그림이라는 사실도.   

  

그래서,

어차피 시한이 정해진 인생길이라면

사랑하는 이들과 즐겁고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며,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함께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방식이 아니라

내가 편한 방식으로,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방식으로

남은 인생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싶습니다.     


그들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이전 14화 石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