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에너지
자박자박
보슬비 품은 흙길을 걷는다
물기 가득한 흙내음이
발끝으로 스며든다
바람결따라 느껴지는 청량한 내음
가던 걸음 멈추고 숨고르기
알싸하면서도 상쾌한 향
마음까지 정갈하게 만드는 힘
고개 들어 올려보니
하늘 아래 곧게 뻗어 시원스러운 자태
눈감고 가만히 그 자리에 머무르니
흐르는 계곡물을 휘감아 내려오는 향기
손끝을 따라 전해오는
초록 향기에 온 몸이 한껏 젖어들다
이대로 잠시만, 조금만 더
그 향기 안에 머무를 수 있다면
그래서
그 향기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면
각자의 개성, 생김새, 성품, 말 품새 등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특성이 하나의 이미지로 구현될 때
우리는 누군가를 ‘어떠한 사람 같다’고 말합니다.
그 비교의 대상이 꽃일 수도, 나무일 수도, 강아지나 고양이일 수도 있겠지요.
일상생활 중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며 웃는 동안
차를 마시고 생각을 나누며 소통하는 동안
각자가 가진 에너지의 파장이 겹치면서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곧잘 구분되곤 합니다.
드물게 그 파동이 잘 맞아 자연스러운 공명이 될 때
우리는 ‘통’하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다수의 주변인들에게서 이해받지 못했던 나의 감정과 생각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이해가 되어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을 때
그 순간, 우리는 안도하며 한 줄기 '위로’를 받게 됩니다.
사전약속 없이, 시간대가 맞아 우연히 함께한 어느 날,
차 한 잔 나누던 그때,
향기가 난다고 했습니다.
편백나무 향기가 난다고.
순간,
내 몸 어디서 피톤치드가 나오나, 생각하다 피식! 웃었지요.
그러다 문득,
나의 미소가, 내 웃음이, 나의 조잘거림이,
편백나무처럼 누군가에게 청량감과 상쾌함을 줄 수 있다면
더 나아가, 바라건대,
위로와 치유가 될 수 있다면
내 삶이 훨씬 더 의미 있을 수 있겠다, 삶을 이어갈 한가지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이왕이면, 큰 나무로 자라나
그 그늘 아래 잠시 쉬어가는 이,
아름다운 당신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