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편백나무 향기

치유의 에너지

by JK

자박자박

보슬비 품은 흙길을 걷는다


물기 가득한 흙내음이

발끝으로 스며든다


바람결따라 느껴지는 청량한 내음

가던 걸음 멈추고 숨고르기


알싸하면서도 상쾌한 향

마음까지 정갈하게 만드는 힘


고개 들어 올려보니

하늘 아래 곧게 뻗어 시원스러운 자태


눈감고 가만히 그 자리에 머무르니

흐르는 계곡물을 휘감아 내려오는 향기


손끝을 따라 전해오는

초록 향기에 온 몸이 한껏 젖어들다


이대로 잠시만, 조금만 더

그 향기 안에 머무를 수 있다면


그래서

그 향기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면




각자의 개성, 생김새, 성품, 말 품새 등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특성이 하나의 이미지로 구현될 때

우리는 누군가를 ‘어떠한 사람 같다’고 말합니다.

그 비교의 대상이 꽃일 수도, 나무일 수도, 강아지나 고양이일 수도 있겠지요.


일상생활 중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며 웃는 동안

차를 마시고 생각을 나누며 소통하는 동안

각자가 가진 에너지의 파장이 겹치면서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곧잘 구분되곤 합니다.


드물게 그 파동이 잘 맞아 자연스러운 공명이 될 때

우리는 ‘통’하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다수의 주변인들에게서 이해받지 못했던 나의 감정과 생각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이해가 되어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을 때

그 순간, 우리는 안도하며 한 줄기 '위로’를 받게 됩니다.


사전약속 없이, 시간대가 맞아 우연히 함께한 어느 날,

차 한 잔 나누던 그때,

향기가 난다고 했습니다.

편백나무 향기가 난다고.


순간,

내 몸 어디서 피톤치드가 나오나, 생각하다 피식! 웃었지요.


그러다 문득,

나의 미소가, 내 웃음이, 나의 조잘거림이,

편백나무처럼 누군가에게 청량감과 상쾌함을 줄 수 있다면


더 나아가, 바라건대,

위로와 치유가 될 수 있다면

내 삶이 훨씬 더 의미 있을 수 있겠다, 삶을 이어갈 한가지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이왕이면, 큰 나무로 자라나

그 그늘 아래 잠시 쉬어가는 이,


아름다운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시원하게 뻗어 올라간 (사진출처 : 초록바다 블로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