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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조 Jan 05. 2024

[프롤로그] 당신이 소개팅에 실패하는 이유

내 인생 101번째 연애는 무슨 색깔일까?




<500일의 썸머>의 한 장면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둘을 비춘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 첫머리에서 엄중히 경고한다. ‘이 이야기는 러브스토리가 결코 아니’라고. 500일 동안 썸머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 톰의 이야기. 그런데 영화 <500일의 썸머>는 왜 초장부터 러브스토리가 아니라고 경고했을까. 썸머가 톰을 끝내 사랑하지 않아서? 톰의 실연이 고통스러워서? 나는 그것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와 결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톰의 사랑은 지금은 맞지만 썸머와 있던 그때는 틀렸다. 이 영화는 사실 사랑이 아니라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은 마치 기적같다. 그/그녀와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 운명론자의 간택이다. 하지만 운명은 곧잘 우리를 배신한다. 그리고 이내 우린 학습한다. <500일의 썸머> 속 내레이션과 같이, 결국 사랑엔 기적도 그리고 운명도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그저 노력이자 복습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쯤,  각자는 뜨겁게 성장한다. 여름을 상징하는 ‘썸머’가 가고 열매를 맺는 ‘어텀(가을)’을 만나는 톰의 이야기로 <500일의 썸머>가 끝맺는 것처럼, 일종의 적립식 애정통장같은 사랑으로의 진보다.


결국 사랑은 통장과도 같지 않을까. 실제로 종교학자 스티븐 코비는 연인과의 관계를 감정적인 은행계좌에 비유한다. 날마다 연인의 애정은행계좌에 감정적인 저축을 하거나 저축금을 인출한다는 개념이다. 신뢰를 쌓는 행동이 저축이라면 깨는 행동은 인출이다. 코비 박사가 특히 강조한 것은 밸런스다. 톰이 썸머의 애정통장에 미친듯이 저축했지만 썸머는 저축을 거부햇듯, 한쪽의 애정계좌만 흑자고 다른 한쪽이 적자라면 관계의 끝은 자명하다. 결국 운명에 기댄 사랑은 높아지지만 신뢰에 바탕을 둔 사랑은 깊어진다. 주름살 깊어진 연인의 사랑은 운명론적이라기보다 신뢰에 기반한다.


<101번째 연애>에서는 내가 이제껏 겪었던 수많은 연애의 단면들을 그릴 것이다.
그것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구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사랑' 이라는 이름 아래 있다.


애매해도 일단 선택해야 하나? | 옥수수밭 소개팅 EP1

보실 수 있는 곳: https://www.youtube.com/watch?v=fDKFjn0hILE&pp=ygUW7Jil7IiY7IiY67CtIOyGjOqwnO2MhQ%3D%3D
 


그렇다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이 정답일까. 옥수수밭 소개팅이란 것이 있다. 유튜브 채널 film94의 기획작인데, 운명론적 신파를 잘 담아냈다. 영상에서 한 여자앞으로 끝없이 소개팅 상대가 ‘리필’된다. 여자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올때까지 Pass를 외친다. 무수한 사람을 인생에서 만나는 것처럼 여자는 주어진 1시간 안에 운명의 상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실패한다. 상대들이 ‘느끼해서' 싫고 ‘텐션이 안 맞아서' 싫은 여자는 환상 속의 누군가를 더 찾아헤맬 것처럼 공허한 눈빛으로 소개팅을 마친다.


옥수수밭 소개팅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도 있다. 한 남자는 Pass 4번만에 운명의 상대를 골라낸다. 그가 상대를 보는 방법은 남들과 좀 달랐다. 자신을 잘 알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잘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을 고르려 노력했다. 고민없이 상대를 간택한 그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는 “제 선택에 아쉬움은 없습니다"였다. 공통점, 신뢰, 호감. 이 세 가지의 교집합을 명쾌하게 선택한 그는 옥수수밭 소개팅의 승자가 됐다. 운명론적 사랑에 기대기보다 애정통장을 성실하게 꾸려나갈 사람을 선택하기. 수없이 만나게 되는 인생의 사랑들 중에 진짜배기를 골라내는 비법일 것이다.


사랑에 정답지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사랑의 방식은 있다


그런데 옥수수밭 소개팅은 왜 옥수수밭 소개팅일까. 남아메리카의 한 부족에서는 결혼할 때가 되면 옥수수 밭으로 데려가 제일 괜찮은 옥수수를 골라오라 시킨다고 한다. 거기에 상응하는 상대를 골라준다는 말로 아이들을 꾀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썩은 옥수수를 고르거나 아예 빈손으로 밭을 나온다. 좋은 옥수수를 봐도 더 좋은 것을 찾아 헤매다 지치기 때문이다. 내 나이 서른 몇살. 아직 만나지도 않은, 혹은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지금의 만남을 헛되게 하는 운명론적 사랑은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됐다. 자신을 알고 신뢰론을 믿고 호감을 확신하기. 사랑의 진수는 그 세 가지 아닐까. 그리고 나는 거기에 ‘머뭇거리지 말기’를 더하고 싶다. 인생을 걷다 나와 닮은 아름답고 믿을 수 있는 옥수수를 발견하거든 미련없이 획득하자.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인생은 ‘짧고’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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