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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Apr 07. 2017

아빠에게 밭의 의미는...

이제껏 살아온 삶에게 받는 제대로 된 선물

몇달 전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옥아 아빠가 작은 밭을 하나 샀다.

여기다 자두 나무도 심고 사과나무도 심을 거야.

이제는 너네 가정이 오면 과일 따먹을 수도 있겠다."

"아이고. 니네 아빠는 나무 심기도 전에 벌써 과일 따먹는 이야기부터한다." 전화기 너머로 엄마 목소리도 들렸다.

엄마는 몰라도 아빠는 아주 흥분된 목소리였다.

"아빠. 너무 잘됐네요. 저희 한국 나가면 밭 일구는것 도울게요."


그날 이후로 아빠는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땅 이야기를 했다.

젊었을 때 양복일을 시작으로  야채 장수를 하다가  회사 택시 운전에 공사판에서 목수까지. 아빠는 참 많은 일을 하셨다.

높은 곳에서 건축 일을 하시다 떨어져 뒷꿈치를 다쳐 오래 고생하셨지만 그래도 가장 돈이 되는 것이 바로 목수 일이었다. 

하지만 한갑이 훌쩍 넘으신 아빠에게 공사장 일이란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셨으리라.

예전에 한국에서 가장 싼 땅이 안동에 어느 곳에 있는 산이라고 했다. 아빠도 산 바로 밑의 땅을 사셨다니 아무래도 그 비슷한 곳인가보다.

아빠는 땅을 산 후로 밭을 일구는데 시간을 더 쓰셨다. 평생에 처음으로 땅을 가지게된 아빠.

그 땅은 아빠에게 생명을 주는 듯 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아빠가 산 밭에 갔다.

산 밑에 작게 있는 길없는 땅은 말 그대로 맹지였다.

가까이 작은 밭들 뒤로 젖소 목장이 있고 그 뒤에 기찻길이 있었다.

아빠는 몇번이고 땅에 심을 과일 나무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말했다.

"야 해옥아. 아빠가 평생 살아도 밭 한마지기  없었잖나.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찾아갈 곳이 필요하거든.

이렇게 과일 나무가 있으면 너네가 와도 찾아갈 곳이 있잖아. 내가 목수일을 얼마나 하겠노.

그래도 이 작은 땅이 있으니 이제는 늙어도 일할것이 있잖나."

아빠는 이틀동안 혼자서 100그루의 과일 나무를 심으셨다. 이제는 돈을 더 많이 받는 공사판 일보다도 그 밭이 좋으신가 보다.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어려서 부터 일을 시작한 아빠에게

평생 힘들게 살아온 아빠에게

밭은 그 땅은  힘든 농사일의 시작이 아닌

평생 처음 제대로 선물 받은 일터였다.


밭을 바라보는 아빠의 미소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알아 주지 않던 자신을 알아봐주고 사랑해주는 아빠를 향한 작은 밭의 미소가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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