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1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빈 2일 벨베데레와 빈미술사박물관

[DAY 12] 8월 8일 (목)

by 채숙경 Mar 02. 2025
아래로

  오늘은 빈의 미술을 체험하는 날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명한 작품 <키스>를 소장하고 있는 벨베데레 궁전과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명화가 모여 있는 빈 미술사 박물관에 간다.

  

  트램을 타고 호텔에서 가까운 벨베데레 궁전을 먼저 갔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지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비엔나 교통카드가 있으니 짧은 거리라도 타고 가자. 날씨는 맑지만 구름이 많다. 아침 기온은 살짝 쌀쌀하여 카디건을 걸쳤다. 양산 겸 우산은 항상 가지고 다닌다.

  벨베데레 궁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매표소로 갔다. 여기도 온라인 예약을 한 사람이 많은지 지금 발권해도 2시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상궁만 관람하는 티켓으로 예약을 하고 빈 미술사 박물관 먼저 다녀오기로 하였다.


  미술사 박물관에 도착하니 표를 사기 위한 줄이 길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박물관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뭐라 하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우리 앞에 있던 한국인 젊은 커플이 카드로 구매할 사람은 줄 서지 말고 안쪽에 있는 기계를 이용하라고 알려주었다. 그들은 자기들 표를 발권한 후 우리를 도와주었다. 어디를 가나 우리 주변에 있는 천사를 만난다.


  빈 미술사 박물관은 16세기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와 17세기 레오폴드 빌헬름이 수집한 방대한 전시물들을 전시하기 위해 1891년 개관한 미술관으로 파리의 루브르, 마드리드의 프라도와 함께 유럽 3대 미술관 중 하나라고 한다. 독일의 건축가인 고트프리트 젬퍼(드레스덴의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한 사람)의 설계로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똑같이 생긴 자연사 박물관과 마주 보고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정 화가였던 벨기에 출신의 루벤스가 그린 작품들과 함께 벨라스케스, 뒤러, 라파엘로 등 거장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지현언니는 미술관에 있는 모든 작품을 섭렵할 것 같은 전투적인 자세로 작품 감상을 하였다. 작품 하나하나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너무 대충대충 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이 워낙 넓어서 작품을 다 보기는 힘들고, 입장할 때 가져온 지도를 보고 박물관에서 자랑하는 대표 작품 위주로 둘러보았다.

  지도를 보며 미로 같은 전시관을 찾아다니는데, 지도의 글자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나의 시력은 1.5 정도로 지금도 안경을 끼지 않는데(지금은 1.0 정도), 요즘 들어 노안이 와서 가까운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어 가이드 맵을 확대 하여 보면서 다녔다. 이제는 돋보기도 휴대해야 할 모양이다. 이렇게 나이 들어감을 또 느낄 줄이야.


  사실 그림은 잘 모른다. 작품 설명을 보고서야 '아~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는구나, 그런 의미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그림을 못 그리는 내 눈에는 다 잘 그린 것 같다. 그래도 책이나 화면으로만 보던 작품을, 그것도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는 감동과 자부심이 있다.

  10여 년 전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유명한 작품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그 뒤로 바티칸 박물관의 수많은 종교화들, 시스티나 성당의 미켈란젤로 작품들,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 오르세 미술관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직접 본 이후로는 처음 영접했을 때만큼의 뭉클함은 없다. 그래도 라파엘로, 루벤스, 벨라스케스 등 엄청 많이 들어본 이름의 유명한 화가들 (그전에 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미술사 박물관 내부에 있는 카페 역시 빈에서 꼭 가 봐야 할 카페 중 한 곳이라 하여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할 겸 방문하였다. '멀리 밖에 나갈 필요가 뭐 있나, 분위기 있고 좋네.' 여기도 짧은 웨이팅이 있었지만 바로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멋진 할아버지 웨이터가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고 계산을 해 주었다. 맛있게 보이는 디저트들이 많이 있었지만, 다 먹을 순 없지. 충분히 쉬면서 오후 일정을 위한 에너지를 보충하였다. 


빈 미술사 박물관빈 미술사 박물관
undefined
undefined
브런치 글 이미지 4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베르메르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 라파엘로 <초원의 성모>, 루벤스 <모피를 두른 엘렌 푸르망>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브뤼헐 <바벨탑>, <사냥꾼의 귀가>, <아이들의 놀이>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비제 르브링 <마리 앙투와네트>, 벨라스케스 <푸른 드레스를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1층 조각관
브런치 글 이미지 17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과 자연사 박물관마리아 테레지아 동상과 자연사 박물관


  미술사 박물관을 나오니 해가 쨍쨍 내리쬔다. 바로 앞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통치자들 가운데 가장 유능했던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이 있고, 미술사 박물관과 똑같이 생긴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윤지는 저 박물관을 더 좋아했을까?


  이어서 벨베데레 궁전으로 가는 트램을 다시 탔다. 입장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 정원을 둘러보면서 하궁까지 갔다 오는 것도 좋겠지만, 내리쬐는 햇살 아래 걷는 것은 양산을 쓰더라도 힘들다. 그냥 벤치에 앉아 눈으로만 감상하였다.


  벨베데레 궁전사보이 왕가 오이겐 왕자의 여름 궁전이다. 1714~1723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벨베데레는 이탈리아어로 ‘좋은 전망의 옥상 테라스’를 가리키는 건축 용어이다. 상궁과 하궁으로 나뉘어 있고 지금은 오스트리아의 대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품을 감상하러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그래서인지 방문객들이 진짜 많았다. 특히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가이드와 함께 많이 왔다. 너 다섯 팀은 될 것 같았다. 가이드들은 열심히 작품 설명을 하고 사람들은 귀담아 들었다. 화장실에서 마주친 어느 여성이 우리 보고 어느 여행사인지 물었다. 일행을 찾는 모양이다. "우리는 자유 여행객이에요."


  구스타프 클림트는 매우 보수적이던 당시 주류 미술 세력에 반기를 들고 그들과 완전히 분리된 새로운 미술 그룹 '빈 분리파'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새로운 예술을 하자'는 아르누보 운동, 독일의 '젊은 예술을 하자'는 유겐트스틸 운동의 영향을 받아 예술가가 보고 느끼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였다. 오스트리아 대표 표현주의 화가로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에 영향을 주었다. 그의 대표작 <키스>는 워낙 유명하여 실제로 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지만, 단연 인기 있는 작품은 역시 <키스>였다. 그림 앞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황금빛의 로맨틱한 그림이 눈을 사로잡는다. 에곤 실레의 에로틱한 작품도 역시 인기다. 인상주의 화가 모네, 고흐의 작품도 눈에 띈다. 그중에 왠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은 다비드의 <나폴레옹>이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빈 미술사 박물관에 있어야 어울릴 것 같다. 더 많은 빈 분리파 미술 작품을 감상하려면 제체시온이나 레오폴드 미술관에 가면 된다. 우리는 오늘 미술관 두 군데나 갔기 때문에 이곳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오스트리아까지 가지 않아도 서울에서 빈 분리파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2024년 11월 30일부터 2025년 3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세기말 비엔나에서 변화를 꿈꿨던 예술가들의 활동과 모더니즘으로의 전환 과정을 레오폴트 미술관 소장품 총 191점을 선보인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9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구스타프 클림프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에곤 실레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고흐(양쪽)와 모네(가운데)
벨베데레 정원과 하궁벨베데레 정원과 하궁


  다시 트램을 타고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왔다. 오늘 이 노선을 몇 번 왕복하는지 모르겠다. 트램에서 내리니 모차르트 동상이 보이는 곳 바로 앞에서 무지크 페라인 즉 빈 음악협회에서 열리는 모차르트 오케스트라 콘서트 티켓을 파는 아저씨가 보였다. 가발을 쓰고 바로크식 복장을 하고 있었다.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하니 아저씨는 오리지널 티켓 판매처라고 한국어를 섞어 가며 어필하였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긴 오나 보다. 오늘 공연을 보고 싶었으나 남은 자리가 너무 없다. 망설이는 우리에게 아저씨는 내일 공연을 보는 건 어떠냐며 무대 옆 자리가 남아 있다고 추천하였다. 그거라도 예약하자. 지금 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예약을 하니 티켓을 바로 출력해 주었다.

  결제하는 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소나기가 내린다. 가져온 양산 겸 우산을 폈다. 지현언니도 우산을 썼다. 소진언니는 우산이 없다. 두 사람씩 나눠 쓰면 될 것 같은데, 호텔로 들어가겠다 하였다. 어떻게 하나, 이대로 들어가면 오늘 일정은 끝인데...

  "소나기인 것 같으니 잠깐 기다려봐요."

  이내 비가 그쳤다. 남은 시간은 호프부르크 왕궁을 구경하러 가기로 하였다.


  호프부르크 왕궁은 1918년까지 합스부르크 왕가가 거주했던 겨울 궁전이다. 여러 왕들을 거치면서 다양한 양식으로 여러 차례 증축되면서 16세기 초 지금의 르네상스 양식으로 완성되었다. 현재 오스트리아의 대통령 집무실과 국제 컨벤션 센터로 사용 중이다. 신왕궁, 구왕궁, 시씨박물관 등 많은 건축물들이 있지만 외관과 정원만 보았다.


  산책하듯 걸으며 왕궁과 도서관, 시씨 박물관, 광장을 구경하고 미하엘 문을 지나 다시 그라벤 거리로 갔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가자. 많은 식당 중 그림으로 된 메뉴판이 있는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잠시 후 다른 웨이터가 오더니 웨이터가 바뀌어 자기가 서빙을 한단다. 한참 있어도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길래, 불러서 얘기하니 그제야 가져다준다. 아임 쏘리를 연발하면서. 손님이 많았고 바빠 보이긴 했지만 진짜 잊어버린 건지, 무시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 걸로 우리의 즐거운 여행 기분을 망칠 순 없지.


  그라벤 거리 끝 슈테판플라츠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여 있다. 웨이터에게 저 사람들 왜 모여 있나 물어보니 무슨 콘서트를 한단다. 가수가 누구인지, 무슨 콘서트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많은 사람들이 떼창을 하고 있다. 인기 있는 가수인가 보다.


  호텔로 돌아오니 지현언니가 몸살기가 있다고 일찍 잔다고 누웠다. 오늘 미술관에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나 보다. 다음은 내 차례인가?


모차르트 동상모차르트 동상
undefined
undefined
시씨 박물관과 호프부르트 왕궁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브런치 글 이미지 39





이전 12화 빈 1일 슈테판 대성당과 링 슈트라세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