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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쵸 Jun 19. 2023

이렇게 워홀 가면 안 된다 표본의 개노답 워홀기 9

멜버른은 내 정착지가 될 자격이 있는가? 멜버른 여행 1일 차

  <왜 멜버른인가?>

  시드니에 온 이래로 내내 불행했던 재쵸, 어학원이 끝난 뒤 시드니 잔류와 지역 이동의 기로에 서게 된다. 브리즈번, 퍼스, 애들레이드 등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많지만 1순위는 멜버른이었다. 나는 대자연만 가면 시름시름 앓는 도시파인 데다 맛있는 커피가 간절했으며, 멜버른에 만날 사람이 셋이나 있었으니까. 나는 내가 살아야 할 곳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확신이 든다면 시드니를 뜰 결심도 이미 한 상태였다.


  <계시는 불현듯 찾아온다>

  멜버른으로 떠나는 아침, 너무 설레서 호주에 온 이후 처음으로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연말에 뉴욕에 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 올 초 미국 서부 여행을 갔을 때 존 맥래플린이 LA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갈 수 없었다. 그 뒤로 존 맥래플린 콘서트 가기가 버킷리스트가 되었고, 뉴욕은 언제고 꼭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였다. 그런데 12월, 뉴욕에서 존 맥래플린이 콘서트를 한다는 게 아닌가! 보통 워킹 홀리데이를 오면 그 나라를 여행하지 해외로 빠지지 않지만, 나는 그딴 거 신경 안 쓰니까^^ 호주에서 생긴 첫 목표가 미국 가기!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신이 났다.


  <입국장에서 출국하는 법>

3일 여행하는데 가방 하나 메고 온 바리스타와, 8일 여행 가는 데 19kg 채워 온 나... 서로 놀란 이유, 납득 완.
뉴욕 가라는 신의 계시 / 사람도 없고 짐 부치는 데도 없고..

  내 키 반만 한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짐 부치는 곳은 없고 시드니에 도착해서 짐 찾는 사람들만 있었다. 골드코스트 갔을 때 봤던 공항은 이렇게 안 생겼는데, 어디로 가야 되는 거지? 나는 10분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출국장을 찾아 헤매었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이대로는 비행기를 못 탈 것 같아 유학원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은 같이 출국장을 찾아보자면서 영상 통화로 전환을 했다. 휴대폰을 통해 나와 같은 풍경을 보던 사장님이 여기는 입국장인 것 같으니 혹시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그쪽으로 가보라고 했다. 쭉 걷다 보니 에스컬레이터가 나왔고, 한 층 더 올라가니 출국장이 나왔다. 골드코스트 갈 때 탑승 수속을 했던 익숙한 풍경이 나타나자 사장님은 웃음을 터트렸고 나는 그제야 안도했다.

커피, 차, 음료 중에 고를 수 있고 간식으로 생강 쿠키와 견과류를 줬다.

  골드 코스트에 갈 때는 젯스타를 이용했는데 기내 수하물 7kg 이상은 유료인 데다 물 한 잔 주지 않았다. 게다가 탑승구도 두 번 바뀌었고 연착도 됐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렉스(Rex) 항공사를 이용했다. 기내, 기외 수하물(23kg까지) 무료여서 수하물을 추가한 젯스타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탑승구 변경이나 연착은 없었고, 음료와 간식도 제공받았다.

  비행기에서 석양에 물든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혼자서 잘 여행할 수 있으려나 잠시 걱정이 들었지만 실은 안다. 내 인생은 뜻밖의 개이득 대잔치이며, 어디서든 시트콤처럼 즐거운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뵈는 게 없어서 볼 수가 없던 사우스 야라>

바리스타 교통카드 / 약도

  멜버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통카드 구매다. 시드니에서 바리스타를 만났을 때 멜버른에서는 '마이키 카드'로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사실을 몰랐던 나는 친구의 교통카드를 미리 찍어뒀었다. 다행히 공항에서 그 사실이 떠올랐고, 아무 가게에 들어가 교통 카드 사진을 보여줬다. 점원은 친절하게도 약도를 그려주었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이키 카드를 살 수 있는 기계가 있었다. 카드 가격 6불에 7일 치 사용료 해서 60불쯤 지불했다. 그리고 디디를 부르기 위해 우버 픽업 존 팻말을 따라 걸었다. 제대로 도착했다 싶어서 디디를 불렀는데 콜을 잡은 기사들이 계속 취소를 했다. 알고 보니 우버 픽업 존과 디디 픽업 존이 따로였다. 공항 한 번 개떡같이도 만들어놨네.^^ㅗ...

  우여곡절 끝에 디디를 잡아타고 숙소가 있는 사우스 야라로 향했다.(공항에서 숙소까지 할인 쿠폰 적용해서 약 50불 지불했다.) 창 밖으로 빠르게 고층 빌딩들이 스쳐갔다. 아직 멜버른을 제대로 보기도 전인데 멜버른을 좋아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차에서 내렸을 때 8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숙소 근처에서 불빛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정한 동네인데 한국인 워홀러로부터 사우스 야라가 아기자기하고 힙하다는 말을 듣고 내심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캄캄해서 뵈는 것도 없고 무섭기만 했다. 그래서 체크인을 마치고 첫날 일정도 마감했다. 내일 뭐 하지? 싶었지만 그 생각 조차 귀찮아서 내일로 미루기를 시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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