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싶으면 혼자 있을 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보면 된다고 했다. 특히 이 원칙은 자기 자신을 파악할 때 아주 유용하다. 나는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 꽤 많은 양의 피로감을 느끼는 편인데, 그렇다고 집에 혼자 있을 때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심심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와 둘이 있을 때 가장 편안하다.
내 경우에는 집에서 아내와 둘이 있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그 시간에 계속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다. 그저 같이 있는 게 당연한 일상에 익숙해진 것뿐이다. TV를 보고, 책을 읽고, 요리를 하고, 빨래와 청소를 하고, 가끔은 집에까지 가져온 업무를 할 때 우리는 같은 공간에 서로가 있다는 것을 안다. 서로 돕기도 하고 각자 할 일을 하기도 하지만 집에서는 그 모든 시간이 휴식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혼자 남겨질 때가 있는 법이다.
"나 이번 주말에 잠깐 집에 갔다 올게."
여기서 아내가 말하는 집은 친정이다.
"응. 왜?"
"좋은가 봐? 말하자마자 웃네?"
"응? 무슨 소리야?"
"자유시간 생기니까 좋지?"
"자기가 없는 시간이 어떻게 자유시간일 수가 있어?"
분명히 말해두지만, 아내와 함께 있는 모든 시간이 내겐 휴식이고 자유시간이다. 아내가 친정에 혼자 다녀오겠다고 할 때 환호하는 뭇 남편들의 심리를 나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이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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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내는 친정에 갔다. 그렇다고 내 생활이 더 자유로워질 게 있을까? 그저 낮잠을 한 시간 반쯤 자고 일어나 대낮부터 맥주 한 캔을 글라스에 따라 마시면서 TV를 보다가 글을 쓰고 있는 게 다인데?
"너무 걱정하지 마. 빨리 올게."
"아니야. 오랜만에 다녀오는 건데 자기야말로 내 걱정 말고 가서 푹 쉬다 와도 돼."
"아니, 빨리 올 거야."
"그러지 마. 내가 미안해지잖아."
"너무 웃는 것 같은데?"
"그럼 안 웃으면 늦게 올 거야?"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내겐 자유시간이나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오래간만에 한 번씩 친정에 다녀올 때만큼은 기꺼이 진심을 담아 배려하고 싶은 것이다. 심성이 고운 남편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만약 아내가 오늘 저녁까지 친정에 있다가 온다면, 나는 지금부터 맥주와 함께 영화를 한 편 볼 생각이다. 어쨌든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내야 아내가 걱정을 하지 않을 테니. 결국 이 모든 게 아내를 향한 배려의 일환인 것이다. 이 정도면 꽤 든든한 남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