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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Oct 09. 202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단편소설의 고전

  날마다 쏟아지는 정보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변화에 적응하면서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독서모임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쯤은 제목을 들어보았을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인 '난장이가 쏘아 올린 공'을 읽어보았다. 수능 단골 지문으로 만났던 소설을 읽고 독서모임을 할 생각을 하니 고교시절의 나와 직장생활 20년을 겪은 나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 하층민의 고통을 간결한 문체와 환상적 분위기로 잡아낸 명작



  철학이나 세계고전문학을 즐겨 읽는 요즘 경향을 고려하면 암울한 분위기를 담은 <난쏘공>은 시대에 뒤떨어진 선택이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모임 회원들 다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광고와 홍보 없이 150만 부가 판매된 책이고 경기도 광주 대단지 사건을 소재로 해서 5 공화국 당시 금서로도 정해졌으며 사회 불평등 문제를 다루는 소설이지만 환상 기법을 활용해 소설 고유의 문학성을 아낌없이 표현한 작품이라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짧은 문체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또한 카오스모스적 세계관을 활용해 가난한 하층민과 부유한 상류층의 대립에서 나아가 두 계층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상호보완적 사회를 추구하고 있었다. 과연 소설가 지망생들이 즐겨서 읽고 필사할 만하다.


사람이 태어나서 누구나 한 번 피 마르게 아파서 소리 지르는 때가 있는데, 그 진실한 절규를 모은 게 역사요, 내가 너무 아파서 지른 간절하고 피맺힌 절규가 <난쏘공>이다.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작가 조세희는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1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다. 1975년 난쏘공을 시작으로 1978년 난쏘공 연작소설집을 출간했다. 작가는 난쏘공이 불평등한 사회 현실에 대한 자신의 간절한 외침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노동 운동 현장을 다니며 때로는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으며 사회가 관심을 갖도록 꾸준히 노력했다. 1970년대 달동네에 불어닥친 재개발 아파트 건축 사업과 불평등한 사회구조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도시 근로자들의 애환을 소재로 한 <난쏘공>은 다른 단편소설과도 연관되어 있어서 연작소설집 전체를 읽으면 난장이, 영호, 영수, 영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들의 삶에서 1970년대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사회 문제를 목격하고 해결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자.

 



지도자가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되면 인간의 고통을 잊어버리고 위선적으로 희생이라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한다. 과거에 행해진 착취와 야만이 오히려 정직하다. 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이웃집 사람들의 절망에 대해서는 눈물을 흘리는 능력이 마비되었고 사라졌다. P125


우리의 밥상에 우리 선조들 대부터 묶어 흘려보낸 시간들이 올라앉았다. 그것을 잡아 칼날로 눌렀다면 피와 눈물, 그리고 힘없는 웃음소리와 밭은기침 소리가 그 마디마디에서 흘러 떨어졌을 것이다. P139


   사랑이 없는 상류층은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해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돌아보지 않는다. 부의 축적이라는 목표를 해 앞만 보고 달려갈 뿐이다. 난장이로 대표되는 소외받은 가난한 노동자들은 달로 표현된 이상을 향해 공을 쏘아보지만 대기권을 안정되게 벗어나 달까지 가려면 공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노력해서 사랑을 갖고 공동체를 가꿔야 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사회 현상에 관심을 두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자. 매체가 발달한 사회이니 SNS나 다큐영화. 전시회 등을 활용해  오랏동안 미뤄뒀던  사회문제를 다같이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점차 사회 운동으로 나아가 지구 온난화 등의 전 세계적인 문제 앞에서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발짝씩 양보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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