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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그림 Nov 11. 2023

함께하는 식단, 닭가슴살 샐러드

“너 식단해야 되니까 같이 닭가슴살 먹어도 돼.”

매주 같이 강의 듣기 전 도시락을 싸가는데, 어느날 남친이 이렇게 말했다. 살 빼려고 식단하지만 누군가 내 식단을 신경써주면 어딘가 불쑥 불만스러워지는 어려운 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살에 대해서 할 얘기가 많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엄청 말랐었다. 초등학교 때 별명은 멸치였고(자비없는 우리집) 대학교때까지도 166cm 에 52kg이상 찌지 않았던 몸이었기에 연예인들의 미용체중보다 더 말랐던 셈이다. 나이가 들고 야금야금 살이 찌자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렇게 살에 대해 생각이 많아질 즈음 시작한 다이어트는 해가 갈수록 내 에너지를 들이는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굳이 다이어트 하지 않아도 꽤 슬림한 몸매를 유지하는 연인임에도 같이 닭가슴살을 먹어주겠다는 얘기를 들으며 굳이굳이 식단하자는 말에 불만스러워지는 꼬인 나였다. 이런 나의 생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사실 나는 누군가에게 예뻐보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해왔던 것 같다. 2023년 초반부터 시작한 다이어트었으니 남자친구가 생기기도 전이다. 올핸 나도 생기겠어(?)하는 의식, 무의식적 노력으로 몸무게를 빼고 유지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와서야 드는 생각은 사랑받기 위한 다이어트보다는 내가 내 몸에 대해 사랑하는 의미로 하는 것이 더 건강하다는 사실이다.


살에 관한 얘기는 아니었지만 네가 뭘 더 해 서 널 사랑하는 게 아니고 너가 뭘 더 안해서 널 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하나님의 사랑이 연인을 통해 전달된 적이 있었다. 하나님으로부터 와서 막힘 없이 흐르는 사랑이 나의 삶 전반에도 영향을 주며 여러 건강한 생각들이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예뻐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다이어트를 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오히려 주눅들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은 참 큰 복인 것 같다. 어떤 날씬한 이상적인 몸매보다도 내가 나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나의 건강이기도 하다는 것을 대신 생각하게 됐다. 걱정 끼치지 않게, 내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 각종 병의 근원인 뱃살 없고, 우락부락하진 못해도 적당한 근육 있는 내 몸을 만들고 유지할 것을 생각하면 흐뭇해지고, 힘을 내서 더 운동하고 건강하자는 생각이 든다.      


공원에서 먹는 메뉴는 닭가슴살 샐러드이다. 바쁜 와중에 만드는 도시락이라 야매로나마 맛있게 차려본다. 편의점에서 닭가슴살 스테이크를 산다. 엄마가 쫑쫑 썰어놓은 샐러드를 무염치하게 큰 주먹으로 퍼서 담고 구운 계란을 반으로 잘라 데코한다. 발사믹 소스를 뿌리고 닭가슴살은 에어프라이어에 10분 구워 찬 날씨에도 따뜻하도록 담는다.  벤치에 앉아 나눠 먹고 있자니 이상하게 풀이 더 많이 먹힌다. 풀이 닭가슴살보다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취생 남친도 풀을 사각사각 먹는다. 사실은 이런 음식에 내 몸이 목이 말랐구나, 생각하며 채소를 많이 먹지 않은 것에 아쉬워하기도 한다.      


사랑 받고싶어서가 아니라 사랑해서 먹는 샐러드, 훨씬 건강하고 맛있다. 또 그렇게 사랑이 흐를 때 분명 더 예뻐보이는 매직은 덤일 거라 믿는다. 맛있는 한끼 닭가슴살 샐러드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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