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esy Jan 11. 2024

적막




좋은 사람들이 이별 이후 공통적으로 앓는 병은

진심으 사랑한 잘못이고,

밖으로 내리는 비는 은행나무길 아래 잠든

아름다운 회상으로 그들을 초대해 준다

사랑하는 이에게 숨어 있는 새로운 멋진 모습을

노란 단풍을 밟는 매 걸음마다 찾을 수 있었던 가슴 뛰는 순간으


이별은 마치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닮아

가혹한 세상의 침묵을 일으킨다 그러면 우리는

가장 잔인하고 불가역한 화학반응도 이보다는 상냥하리라 소리 질러본다


그래 침묵은 그대로이며 이별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우주가 그렇고 시간이 그러며 지난 역사  사회 변화가 그러하듯이

모든 이에게 일어나게 되어 있는 사건인 것이다

-길에서 어린아이가 비명을 지른다 하여도 지구가 자전을, 달이 공전을

  멈추는 바 없듯이


그러고 나면 아직 표현되지 않은 다른 아름다움에 마침내 고개를 돌리게 되고

함께 머무르기 위해 수평선 너머에 포기하고 온

꿈꾸고 상상했던 모험에

대한 기억이 하나둘 떠오른


만났던 것은 헤어지게 되어있고

함께이던 세상으로부터 혼자된 세상이라는 낯선

세상에 각자 적응해갈 것이며

익숙하던 장소들이 '왜 이번에는 혼자 왔느냐'라며

다그치듯 묻는 날들은
적막 속으로 우리를 계속 내몰지라도












작가의 이전글 이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