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현 Mar 18. 2024

왜 읽고 쓰는가?

서론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상이 바뀔지도 모른다. 서론에서 할 이야기는 결국, 필자가 이를 어떻게 장담하냐의 문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먼저 필자가 왜 글을 읽고 쓰는지에 대해 기술해야 한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듯,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표상이란 인간의 인식은 결국 내부에서 나타난다는 뜻이다. 인식이란 외부의 자극을 재료로 선험적 형식에 맞게 주조된다. 이는 우리의 인식은 대상을 그대로 투사하는 것이 아님을, 인간의 지적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함의한다. 또 우리는 모두 주관적인 존재이다. 모두 각자의 색안경을 끼고 있다. 슬프게도 그것을 벗는 순간 완벽한 맹인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세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 사람의 인식은 다른 이의 것보다 완벽히 우월할 순 없다. 마키아벨리는 모든 인간의 능력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개인들이 가진 지적 능력과 총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각자가 가진 경험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세상은 인식들의 연결이다. 하나의 인식이 생긴다면 -또는 바뀐다면- 그로 인해 다른 지식들도 필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러한 사건을 표상의 변화라는 점에서 인상이라고 부른다. 인상을 받는다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선 세계가 바뀌는 것과 같다. 다만, 이 책은 지식을 전파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니다. 오히려 필자의 관점을 설득하는 과정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필자가 받은 인상을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보고자 쓰는 책이기 때문이다. 또 책을 읽는 일이 즐거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서광이나 활자중독이라고 칭할 정도로 책을 많이 읽진 않는다. 확실한 건 있다. 필자는 살아 움직이는 사람보다 죽어서 박제된 인간을 좋아한다. 아, 책 얘기다. 책이란 건 결국 저자가 스스로의 의식을 해제하고 보존한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박제다. 그러니까,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책을 더 자주 읽는다.


 우선 살아 움직이는 존재는 변수가 너무 많다. 통제가 불가능하다. 필요할 때면 항상 곁에 없는 사람들과 달리, 책은 언제나 팔을 뻗으면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또 책과 사람은 진심을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텍스트다. 또 다른 차이점은 솔직함이다. 책은 사람과 달리 거짓말을 잘하지 못한다. 꾸미는 말은 금방 태가 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해석의 난이도로 따지면 전자가 훨씬 나은 셈이다.


 전술한 내용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시피, 필자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낯가림도 심하고. MBTI를 해본다면 아마 분명 I가 나올 터.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만나며 살긴 한다. 하지만 필자가 지향하는 바는 지극히 고요하고 고독한 생활이다. 신경숙이나 파트리크, 샐린저처럼 자폐적인 성향을 타고 난 셈이다.


 



 전술하였듯 이 책은 인상을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문제는 언어를 통해 인상을 온전히 전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온전한 전달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순 없다. 이런 과정에서 단락단락마다 다른 서술 방법을 사용하게 될 수 있다. 그에 의해 책 전체의 통일성은 약화 될 것이지만,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너른 양해를 바란다.


 또 대화란 것은 기본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성립된다. 만약 한 쪽이라도 스스로가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는 대화라고 볼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필자가 가진 건 없는 주제에 건방진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다. 만약 글에서 필자의 오만함이 엿보인다면 따끔히 지적해 주길 바란다.


 브런치 북을 내기 전까지 꽤 고민했다. 첫 번째 이유는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의 문제였다. 책은 써본 적이 없다. 즉 충분한 품질의 텍스트를 만들 수 있을까가 첫 번째 걱정이었다. 다음 걱정은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와, 매주 매주 할 수 있을까? 란 것이었다. 근심거리가 또 있다. 브런치북의 내용 상당은 필자가 이미 올린 적이 있는 게시글일 거란 것이다. 물론 아예 처음부터 써야 하는 글도 있다. 브런치북으로 위치를 바꾸기 전에 다소 수정이나 변용이 가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큰 변화는 아닐 것이다. 이미 이 글을 본 사람이 있을 텐데, 또 올리는 건 무의미한 행동 -더 나아가서 민폐- 이 아닐까?라는 고민도 했다. 결론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뒤에 다룰 소주제들을 간단히 언급하고 가겠다. 첫 주제는 사랑이다. 이후 우울, 국가와 민족, 자본주의의 문제, 그리고 ‘나’의 문제와 독서를 통해 어떤 삶이 옳은 삶이냐?이라는 물음이 해결되었는지를 다룰 계획이다. 그럼 여기서 서론을 마치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