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6 맑다가 비
19일 차 동선
[뷰/트레킹] 물라포수르 > [트레킹] 피얄라바튼(Fjallavatn) 호수 > 점심식사 > [트레킹] 미키네스(Mykines)
예정대로 날씨가 정말 좋구먼! 산들바람과 맑은 하늘이 집 안에서도 느껴진다. 아침 일찍 일어나 물라포수르 주변을 잠시 걷기로 했다. 물라포수르에도 코스가 하나 있는데 트레킹이라고 하기는 좀 뭐 하고, 간단히 산보하는 수준이다.
숙소 앞에 나가니 떠오르는 해가 산 꼭대기에 걸려있다. 아무래도 내가 이런 빛을 좋아하나 봐.
이 그물을 보더니 아빠는 '곡식을 보호하려나 봐.'라고 얘기했다. 아빠에 의하면 여기 자라는 건 벼인데, 새들이 곡식을 쪼아 먹을까 봐 그물을 쳐둔 거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지금 묵는 숙소의 좋은 점은 물라포수르까지 걸어가도 될만한 곳이라는 거! 근데 한 가지 문제는 숙소까지 진입로가 쌩으로 1차선이라 차를 피해줄 곳이 없다는 거.
여기는 두 개의 스팟이 있는데, 하나는 물라포수르를 볼 수 있는 뷰포인트고 하나는 방금 언급한 산책 코스다. 먼저 산책코스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날씨 좋다~~ 작년에 여기 왔을 땐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걷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오늘은 아주 잔잔하고 선선하다.
어제 투어 했던 드랑가니르와 틴드홀무르가 보인다. 드랑가니르는 여기서 봐도 정말 하찮아 보이는데, 어떻게 그런 풍경을 가져다주는 건지.
페로에서 양, 소, 말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보는 육지 동물이다! 고기를 얻기 위함은 아닐 테고, 그냥 애완용으로 키우는 건가...? 다른 의미로 반려묘네.
30분 정도 걸친 산책이 끝나고 내려와 물라포수르 뷰포인트로 발걸음을 옮긴다. 역시 대표 관광지라 길이 참 잘 닦여 있다.
양도 없는데 왜 있지? 싶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짜잔! (광고 아님) 페로의 1번 관광지 등장이요~ 그런데 사실 별 감흥 없어서 사진 찍고 후다닥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폭포는 아이슬란드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미안합니다. 다음 목적지는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피얄라바튼(Fjallavatn) 호수다. 딱히 갈 생각이 있던 곳은 아니고 지도를 뒤지다가 우연히 찾은 곳인데 구글 리뷰가 많이 없는 걸 보니 그다지 인기 여행지 같진 않다.
날씨가 좋으니 운전이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건 덤. 아무도 없는 길을 달리다 보면...
주차장이 나타난다. 여기에 차를 주차하고 슬슬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 방향이 맑은 것을 보니 오늘 운수가 대통한 날이다. 이 날씨에 미키네스를 갔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표가 매진되어 오후 시간대를 선택해야 했다. 뭐 지금이라도 맑으면 됐지.
땅이 조금 젖어있지만 양 똥도 없고 자갈이 섞여있어 걷기 아주 무난하다. 실제로 나중에 돌아갈 때 보니 어떤 노부부가 이 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앞으로 걷다 문득 아빠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엔 아빠와 아들의 여행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다른 여행자도 다 그렇더라. 같은 트레킹 코스를 걸어도 서로만의 호흡과 뷰포인트가 있다.
하염없이 앞으로 걷다 보니 목적지인 호수가 나왔다. 호수까지 넘어가 볼까 하다가 시간도 없고 가는 길도 개울 같은 것으로 막혀있어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끝까지 와보니 접근성도 좋고 걷기도 쉬운데 왜 안 유명하지?를 알게 됐는데, 진짜 무념무상으로 걷는 거 말고는 할 게 없어서인 것 같다. 뷰가 막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특출 나지도 않고 근처에 더 유명한 호수가 있으니까 굳이 올 필요는 없는 곳이지. 그렇기에 더 고요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미키네스행 페리 출발이 2시간 정도 남아 점심은 근처 새로 생긴 식당에 방문하기로 했다. 근데 예상치 못하게 20명 정도의 단체 손님이 있어 음식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봤는데 생선수프는 10분, 플래터는 25분 정도라고 해서 생선수프 하나와 플래터, 그리고 케이크를 시켰다. 근데 생선수프를 같이 먹기 애매할 것 같아 1개를 더 추가했다. 아무래도 동네 사람들의 단체 모임을 여기서 한 것 같다.
전통적이면서도 모던하고 아늑한 분위기, 깨끗한 화장실까지! 일단 분위기 자체는 합격.
10분이 걸린다던 생선수프는 20분 후 나왔다. 맛은 생각보다 가볍고 토마토맛이 났다. 가격은 3만 5천 원(175kr.). 빵과 함께 나온다.
플래터에는 요구르트, 연어, 소시지, 햄, 계란 등 다양한 음식이 나왔다. 치즈에 파프리카를 같이 줘서 신기했고, 요구르트도 맛있었다. 햄은 진짜 짰고, 그리고 계란 사이에 베이컨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건 어떻게 만든 건지 정말 궁금했다. 오렌지 옆 노란 과일은 멜론 같은 거라고 했다. 가격은 3만 5천 원(175kr.).
초콜릿 케이크에 있는 흰 소스는 크림소스라고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름을 물어보니 수제라고 한다. 뭘 섞었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맛이 기가 막혔다. 메뉴명이 Cake of the day인 것으로 봐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 같다. 가격은 만 원(49kr.).
글이 너무 길어져 2편으로 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