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흐리고 비
드디어 페로의 마지막 날이다. 날씨는 올 때처럼 역시 흐렸다. 파리에 도착해서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지연이나 결항이 될까 봐 좀 걱정이 됐다. 혹시 별일 있겠어? 라며 분리발권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사전에 댄공에 문의 결과 비행기를 놓치면 사전에 연락한 경우 다음 편에 좌석이 있을 경우 차액을 지불하고 탈 수 있다는 것.
가로로 돌려놓은 침대를 원복하고 내려가니 아빠가 내 신발이 젖은 부분을 헤어드라이기로 말리고 있다.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죽 변형이 걱정됐다.
아침 식사로 남은 재료를 털어 아침 식사를 한 후 분리수거를 마쳤다. 페로는 음쓰든 일쓰든 쓰레기봉투에 버리는데, 종이만큼은 재활용을 한다.
이제 공항에서 차를 반납하고 택스 리펀만 받으면 모든 태스크가 끝난다. 일단 연료는 Full로 채워져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공항 반납지로 가니 해당 렌터카 회사의 주차면이 다 차 있어 근처 아무 곳이나 빈자리에 주차를 했다.
안녕 닛산 니로, 만나서 반가웠고 다신 보지 말자! (승차감이 증말...)
페로의 렌터카 회사는 예약이 있을 때만 문을 열기 때문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나가는 경우 자동차 키를 알아서 반납해야 한다.
차 키를 넣으려 문 앞을 살폈는데 키패드밖에 없어 옆을 살폈더니 작은 구멍이 있다. 'Drop off here'이라는 글자가 그제야 보인다. 아마 사람들이 잘 안 보인다고 컴플레인을 많이 한 모양이다.
그 사이에 아빠에게 택스 리펀을 부탁했는데, 원래는 영수증 뒤에 있는 양식을 채워야 하지만 영수증을 보여주니 별도 서류 작성 없이 여권과 신용카드만으로 쉽게 받았다고 한다.
우리의 비행기는 12:45에 파리로 간다. 아직까지 전광판에 딜레이 될 거라는 얘기가 없어 꽤 안심됐다.
원래 공항은 3시간 전 도착이 국룰이라고 생각하는데, 페로에서는 예외다. 체크인 카운터가 출발 1시간 반 전에 연다... 여담으로 호텔에서 공항까지 가는 택시를 부르면 비행기 출발까지 2시간 남은 시점에 호텔로 픽업이 온다.
슬슬 공항으로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아직 보안 검색대는 열지도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면세점이 나왔고, 그제야 맥주가 보인다. 그러니까 내가 미키네스의 The locals 카페에서 맥주 한 캔을 만 원 주고 사 왔는데 여기선 6캔에 1.3만 원이란 말이지...?
그러든 말든 비는 계속 오고, 날은 흐리다.
출발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비행기가 오지 않아 노심초사했는데, 비행기가 들어왔다. 아니 12시 45분 출발인데 비행기가 12시 16분에 들어와도 돼요...?
12시 45분 비행기인데 12시 41분까지 딜레이 됐다는 말이 없어서 뭐가 잘못 됐나?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45분에 탑승을 시작했다. 저게 원래 탑승시간을 알려주는 내용이던가...? 아닐 텐데 -..-
비행기를 타러 밖으로 이동했다. 브릿지를 타고 건너가는 것도 좋지만, 비행기까지 걸어가는 건 또 그것만의 소박한 매력이 있다.
마침내 이륙 준비를 마친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여행의 마지막이 진짜 왔구나라는 게 실감 난다.
저 끝까지 가면 내 여행도 끝나겠지.
그렇게 비행기는 힘차게 날아올랐고, 나의 21간의 페로 제도 여행도 함께 막을 내렸다.
마지막 이야기는 에필로그에서...
페로 제도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