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가는 대로 소설 써보기_직접 찍은 사진을 보며

부제 : 족적(足跡)

by 김주렁
2023년 5월, 튀니지에서 바라본 지중해.

지그시 감았던 눈을 살포시 뜬다. 조금씩 넓어지는 그 틈 사이로 빛이, 세상이 나에게 침입한다. 지금껏 닫혀있던 세상은 일순간 빛의 속도로 나에게 본연의 모습을 비춘다. 눈을 뜨고 마주한 세상에는 두 개의 수평선이 나를 맞이한다. 윗선은 하늘과 바다에, 아랫선은 바다와 모래사장에 맞닿아있다. 내 눈앞의 세상엔 영영 만날 수 없는 두 개의 평행선만이 고요하고도 삭막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필시 그럴 터였다.


가까워지려 하더라도 가까워질 수 없는 평행선을 따라 우측으로 이동하던 나의 시선은 두 평행선 사이에 갇힌 한 쌍의 남녀를 보자 턱에 걸린 듯 일순간 그 움직임을 멈춘다. 그 순간 서로의 영역에는 일절 침범하지 않고 나뉘어있던 하늘과 바다와 모래의 사이에는 하나의 균열이 생고, 균형을 이루고 있던 세상은 그 멍을 향해 빨려 들어간다. 그들은 아무 말도, 미동도 없이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을 바라보고 있다. 모래사장의 끝자락에서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는 그들은 끝이 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억겁의 시간을, 억겁의 시간 동안 함께 것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순간에 그들은 하나의 선을, 나는 두 개의 선과 두 명의 남녀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이렇게 누군가의 한 발치 뒤, 다른 사람의 3인칭의 시점으로만 세상을 살아가도 좋은 것일까? 내가 1인칭인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나는 몇 걸음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의 나는 마치 기름종이 위에서 밑그림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바다를, 사람을,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세 명은 족히 앉고도 남을 벤치의 왼편 구석에 한 팔을 기대고 앉아 바라보는 세상은 꼭 남의 것 같다. 나는 낡은 신발코에 묻은 모래 몇 알을 흘겨보고 나서는 문득 벤치에서 일어나 발자국이라고는 없는 모래사장을 꾹꾹 지르밟고 걸으며 나의 흔적을, 생의 족적을 모래사장에 남겨본다. 목이 낮은 신발 발목을 타고 들어간 모래가 발바닥을 간지럽힌다. 이 불편하고 불쾌한 이물감이야말로 비로소 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도록 해주는,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는 유일한 자극이다.






이전 12화손 가는 대로 소설 써보기_노래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