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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감상문] 슈타인즈 게이트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 선택이라는 미명 하에 주어진 비극의 굴레의 반복

by 김주렁

0. 의도된 혼란


정돈되지 못한 난잡함과 계획된 혼돈은 언뜻 보기에 외견은 비슷해 보일지라도 그 내막과 의도는 사뭇 다르다. 역량 부족으로 인해 벌여놓은 일들을 끝마치지 못한 불완전함과 미완성에서 나오는 혼란, 그리고 이를 본 관람객의 몰이해가 전자라고 한다면 후자는 의도와 목적성을 갖고 일부러 꼬아놓은 길을 보고 관람객이 그 의도에 맞게 혼란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기분 좋은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을 말한다.


흔히들 말하는 '왕도(王道)를 걷는다'는 표현은 그 방식이 가장 정석적이고 쉬운 길임을 뜻한다. A에서 B 지점까지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두 점 사이에 직선을 긋고 전진하는 것이다. 여기서 눈을 감고 소리만 들으면서 간다거나,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대로 방향을 정해서 간다고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A에서 B로 향하는 동안의 궤적은 난잡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별 모양이나 꽃 모양을 만들고자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사람의 궤적은 직선은 아닐지라도 그 의도대로 아름다운 형태가 될 것이다. (물론 소리만 듣고 나아가거나 주사위를 던져 나아가며 그려진 길이 예쁜 궤적을 그릴 수도 있겠으나 이런 지나친 운 요소는 배제하도록 하자)


직선은 그 나름대로 깔끔하고 간결하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빙빙 돌더라도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나아가는 어느 정도의 복잡성이 있는 모습을 선호한다. 그런 면에서 '슈타인즈 게이트'(이하 슈타게)라는 작품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의도대로 기분 좋은 혼란을 제시해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서론이 다소 길었지만, 지금부터 슈타게라는 작품에 대한 나름의 감상을 풀어내 보고자 한다.


1. 타임루프를 통해 풀어내는 타임루프에 대한 오카베 린타로의 이론들. 다른 타임루프 물과의 차이점.


슈타게의 장르는 SF이며, 그중에서도 시간여행과 타임루프를 주된 소재로 삼는 작품이다. 해당 작품이 방영된 2011년 기준으로도 시간여행에 관한 작품들은 이미 레드오션이었다. '터미네이터', '백 투 더 퓨처'와 같은 물리적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도 있었고, '프리퀀시',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이 간접적 방식으로 과거 또는 미래와 소통하는 작품도 있었다. '트라이앵글'처럼 한정된 장소와 시간에서의 타임루프 물도 존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작품이 보여준 매력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본인들의 설정에 대한 치밀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설정과 용어들이고, 후자는 이 용어와 설정들을 타임루프를 통해 설명해냈다는 점이다.


SF라는 장르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가상의 상황을 과학적인(혹은 과학적으로 보이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흥미를 잃지 않을 수준의 개연성만 관객에게 제공해줄 수 있다면 작품에 활용된 이론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론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그리고 이 '그럴듯함'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부여해주는 것이 전문적으로 보이는 용어들이다.


슈타인즈 게이트, 리딩 슈타이너, 엘 프사이 콩그루 등 작품의 주연인 오카베 린타로(자칭 호오인 쿄우마)는 일상생활과 일반적인 상식선 내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마구잡이로 사용한다. 이 단어들을 단독으로 보면 의미를 해석하기 어렵지만, 각 단어들이 사용된 문맥을 바탕으로 해석하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어느 정도 그 의미를 추측해볼 수 있다. (그것이 정말로 실재하는 이론인지는 중요치 않다.) 단어의 의미를 통해 문장이 이루어지는 것과는 역순의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오카베 린타로가 본인의 제멋대로인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위 단어들은 두 가지 특성을 보여준다.

1)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단어가 아니다.

2) 하지만 문맥상 위 단어들이 특정 과학적인 현상/상태을 나타내는 단어임은 알 수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전공 지식에 대한 단어를 습득할 때도 위와 동일한 과정을 겪음을 알 수 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복잡한 화학물질, 생물의 학명, 특정 과학 현상에 대한 단어들을 접할 때 우리는 그 단어와 단어의 의미를 연결시키는 과정을 겪게 된다.


오카베 린타로는 이 점을 교묘하게 활용하여 본인이 주장하는 이론들은 우리가 알지 못할 뿐 어딘가에 정립되어 있는 것인 양 관객을 납득시킨다. 흰색 실험실 가운을 입고 과학자처럼 이론을 설명해나가는 그의 외견이 이 효과를 배가시킨다. 물론 관객들이 작품의 초반부터 쉽사리 주인공에게 설득당하지는 않는다. 타임루프 현상 자체는 직접적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관객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그 현상들과 고등학생에 괴짜인 오카베 린타로가 사용하는 단어들을 매칭 시키지는 않는다. 단순히 문맥 상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물론 SF라는 장르 특성상 이렇게만 설명하고 넘어가더라도 작품을 풀어나가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 우리가 '스타워즈'를 보면서 광선검과 우주선의 이론, 사용된 용어들의 적합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더라도 작품은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용어들을 적당히 문맥상 활용하고 끝내지 않고 사용된 용어들 자체에 당위성을 부여해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타임루프 요소가 중요하게 활용된다.


리딩 슈타이너, 엘 프사이 콩그루 등 오카베 린타로가 사용하는 용어들은 명실상부하게 그 현상들을 설명하는 단어들이 맞다. 그 이유는 이 현상들을 발견하고 명명한 것이 미래의 오카베 린타로이기 때문이다. 단지 과거 시점에는 그 단어들이 명명되고 정의되지 않았을 뿐이다. 타임루프에 대해 주인공인 오카베 린타로가 펼쳐나가는 이론과 용어들을 타임루프를 통해 미래의 본인이 설명해내는 이 방식이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포인트였다.


2. 반복을 통한 등장인물들의 상실. 삶은 누군가의 행복을 짓밟고 일어서는 선택의 연속이다.


작품의 장르적 틀이자 배경이 타임루프라고 한다면, 그 안에 담긴 서사는 반복을 바탕으로 한 상실이다. 작품 초반부의 소재인 D메일은 과거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는 기능으로, 여러 조건이 부합했을 때 과거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D메일에 대해 알게 된 오카베 린타로 일행은 조금씩 과거를 바꿔나간다. 마유리의 친구인 페이리스는 본인의 아버지가 살아있는 세계선으로, 남자로 태어난 루카는 여자로 태어난 세계선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으며 점차 D메일과 타임리프를 연구해나가는 오카베 린타로 일행은 SERN이라는 기관의 정보를 캐내는 과정에서 그들이 이와 비슷한 실험을 진행하였고, 심지어 인체실험도 진행했으나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너무나 많은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타임리프 장치 완성 파티를 준비하던 날에 작품 초반부에 등장했던 키류 모에카(SERN에 조종당하는 인물)에게 습격을 당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마유리가 총을 맞고 사망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점이 작품의 분기점이자 반복되는 고통과 상실의 시작점이 된다.


오카베 린타로는 어느 정도 완성된 타임머신을 통해 본인의 의식을 과거로 보낸다. 그는 긍정적 나비효과를 기대하며 과거로 돌아가 파티를 취소하고 마유리의 죽음을 막으려 하지만, 상황만 바뀌었을 뿐 마유리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시점에 죽게 된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하며 마유리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마유시의 회중시계가 멈췄어.'라는 대사를 말하며 마유리가 매번 죽음에 이르게 된다)


비극을 마주한 능력 있는 사람은 그 능력이 비극을 해결해줄 수 없다면 가진 능력만큼 더 괴롭기 마련이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마유리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던 오카베 린타로는 좌절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지만 마키세 크리스가 그런 그의 마음을 다잡아주고 원인을 함께 찾아 나선다. 그런 그들에게 미래에서 온 스즈하는 세계선이 크게 변해 알파 세계선에서 베타 세계선으로 넘어가야만 마유리가 죽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스즈하는 SERN이 타임머신에 대해 알게 된 첫 번째 D메일, 오카베 린타로가 아키하바라에서 보낸 첫 번째 메일을 SERN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구형 PC인 IBN5100이었다. 2일 전의 과거로 돌아가 타임머신을 수리하고, 이를 통해 IBN5100을 회수하는 것이 스즈하와 오카베 린타로의 목적이지만 여기서부터 스즈하의 비극이 시작된다.


타임머신을 만든 것이 미래의 다루 (미래 시점에서 스즈하의 아빠)였기 때문에 수리에 성공하고 스즈하는 과거를 향해, IBN5100을 미래의 오카베 일행에게 전달하기 위해 떠난다. 하지만 스즈하는 수리가 완전하지 않았던 타임머신 탓에 과거로 돌아가 기억을 잃고, 24년이 흐른 후에야 기억을 되찾았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 그녀는 편지에 실패했어... 를 반복하여 적으며 본인의 인생은 무의미했다고 자책하였고, 오카베 일행의 시점에서는 10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


다시 IBN5100이 있는 세계선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오카베 린타로와 마키세 크리스는 본인들이 보냈던 D메일을 하나씩 지워나가기로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D메일을 보냈던 인물들의 불행이 나타난다. 마유리를 살려야 한다는 말을 들은 페이리스와 루카는 정작 본인들은 기억하지도 못할 세계선이지만 오카베 린타로의 말을 듣고 본인들의 소중한 것들을 포기해나간다. 페이리스는 아버지의 목숨을, 루카는 본인의 성별을 바꾼 것을 포기하게 되고 D메일이 하나씩 회수되어가며 세계선은 점차 원점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이 시점까지만 오더라도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인지에 대한 가치판단의 이지선다가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오카베 린타로가 구해내고자 하는 마유리의 목숨은 다른 사람들의 행복, 목숨, 삶을 앗아가면서까지 얻어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지속적으로 제시되며 각 인물들의 고통이 함께 비춰진다. 그리고 이 갈등은 SERN에 저장된 첫 번째 D메일을 지우는 행위, 마키세 크리스가 죽어있던 세계선으로 이동하게 되는 순간에서 절정에 달한다. 마키세 크리스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오카베 린타로 입장에서 그녀는 수많은 다른 세계선에서 그를 도와준 조력자이자 동료이다. 그런 그녀를 잃어가면서까지 나아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그는 고민하게 되지만, 결국 그는 크리스가 죽어있는 세계선으로 향하게 된다.


오카베 린타로는 참으로 기구한 운명으로 비춰진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그는 D메일, 타임리프 머신을 발명하게 되고 이를 통한 과학적 성취를 이뤄내지만 그에 수반되는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그는 그 과학적 성과 때문에 죽게 된 마유리를 살려내기 위해 타임리프 장치를 사용했고, 그 장치를 사용하면서 마유리의 죽음을 수차례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찾아낸 해결책 또한 D메일을 통해 이뤄주었던 친구들의 소원을 본인의 손으로 거두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끝내 본인을 어느 세계선에서나 믿어주었던 크리스까지 포기하며 세계선을 역행해나갔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가 이 모든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시작점인 마키세 크리스의 죽음이 본인에 의한 것이었음을 깨달은 오카베 린타로를 통해 작품의 시작과 끝이 한번 더 이어지게 된다. 오카베 린타로는 세계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마지막 순간에 도달하기 전의 오카베는 끊임없는 고통의 굴레 속을 맴돌 뿐이었다.


3. 작품 후반부(마지막화)에 대한 감상. 관측에 의한 실재.


타임루프는 시작과 끝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 지금 주인공이 겪고 있는 현실이 첫 번째 겪는 현실인지, 혹은 미래를 거쳐 다시 과거로 되돌아온 시점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온 나(1)가 과거의 나(2)와 마주치게 되고, 과거에 있던 나(2)가 미래로 가게 되면 다시 과거로 돌아와 또 다른 과거의 나(3)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나(4), 나(5)를 거쳐 무한대까지 반복될지도 모른다. 현상 자체만 보면 고속도로의 교통정체 한가운데 있는 것과 유사한 형국이다. 몇 시간씩 꽉 막힌 고속도로에 서있다 보면 이따금 이 교통정체의 시작점을 떠올리게 된다. 아무리 길이 막히더라도 하루 24시간 동안 도로가 꽉 차 있지는 않을 것이며, 어딘가에는 이 교통정체의 시작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체로 우리는 교통정체의 중간 부분에서 반복적인 상황을 겪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슈타게의 타임루프의 시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작품이 시작하자마자 오카베 린타로는 건물 옥상에 추락한 인공위성(타임머신)을 목격하게 된다. 만약 오카베 린타로가 겪는 것이 그 어떠한 시간여행도 일어나지 않은 시작점이라면 타임머신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임머신이 미래에 만들어질 것이 자명하다면 오카베 린타로가 어떤 시점에 있더라도 그 자리에는 타임머신이 존재할 것이다. 이렇게 꼬리물기를 하다 보면 정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루프의 시작점에 대한 생각은 논외로 두기로 한다. 여기에서는 미래와 과거의 오카베 린타로가 간접적으로 협력하게 되는 마지막화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이 작품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격의 절대법칙 혹은 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세계관 내에서의 과학적 논리와 이론에 의해 세상을 경험하며 배워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화에서 과거와 미래가 협공하는 드라마틱한 연출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가령 '미래일기'처럼 절대자 격의 존재가 있어 마키세 크리스의 죽음 여부를 통해 세계선을 구분했다면 오카베 린타로가 펼쳐낸 작전은 시작부터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철저히 작품 내 인물들을 통해 서사가 진행된다. 설령 그런 존재가 있더라도 작품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인물들이 관측한 대로 흘러가게 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예로 들자면, 절대자가 있다면 박스가 닫혀있더라도 고양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측자만 있는 세상이라면 박스를 열어서 직접 관측해야만 세상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마지막화는 '관측'이라는 키워드를 잘 활용해냈다. 1화를 보면, 과거의 오카베 린타로는 마키세 크리스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에 대해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고 간접적인 시각 정보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선에서 보면 붉은 액체 위에 기절해있는 크리스를 보더라도 그에게 있어서는 동일한 상황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과거를 바꿔온 그이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관측된) 과거를 바꾸지 않고 (실제) 과거를 바꿔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미래에서 온 오카베 린타로는 상황을 능동적으로 바꾸면서 과거를 바꿨고, 원래 해당 시점에 존재하던 오카베 린타로는 미래에서 온 그의 의도대로 성공적인 '관측'을 해내며 간접적으로 미래의 본인의 의도와 협업을 이루어냈다.


덧 1. 영화 '프리퀀시'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던 영화 중에 '프리퀀시'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과거의 아버지와 현재의 아들이 30년 간격을 두고 '햄 라디오'를 통해 교신하게 되면서 과거를 바꿔나가는 이야기이다. 둘의 대화를 통해 과거가 바뀌게 되고, 과거를 바꾸면 이에 수반되는 미래 또한 함께 변하게 돠는 내용이다. 설정 자체가 참신한 것은 아니었으나, 마지막 장면의 연출이 인상 깊어서 기억에 남는다.
(스포일러) 과거의 아버지와 현재의 아들이 연쇄살인마 잭에게 본인들의 시점에서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때 과거의 아버지가 살인마 잭의 손에 총을 쏘게 되고 잭은 도망치게 되지만, 그 순간 미래의 잭의 한 손이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현재의 아버지가 잭을 공격하여 잭이 죽게 된다. 30년 간극의 과거와 미래의 협공이 일순간 하나가 되어 적에게 일격을 가하는 스토리도 좋았지만 연출도 긴박감 있었다.


덧 2. 영화 '테넷'과의 비교
테넷의 주연인 Protagonist와 오카베 린타로를 비교해보면, 본인에게 지령을 내리고 도움을 주는 미래의 조직을 만든 사람이 본인인 점이 겹쳐진다. 다만 테넷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향을 바꾸어 과거로 나아가며, 슈타인즈 게이트의 경우에는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이동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미래에서 온 조력자 (테넷에서의 닐, 슈타인즈 게이트에서의 스즈하)가 도움을 주고 과거를 향해 다시 떠나가는 모습 또한 유사하게 비춰진다. 미래에서 온 본인과 현재 시점에 있는 본인이 협력하여 성과를 이루어내는 과정 (테넷에서의 공항 전투 씬, 슈타인즈 게이트의 마지막화) 또한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접근방법 자체는 동일하다고 생각된다.


4. 글을 마무리하며


복선이 많고 나름의 설정과 논리가 탄탄한 작품을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하지만 그런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이 작품의 초반부는 매우 어렵고 불친절하다. 흔히들 말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애니라고 할 수 있다. 쓰이는 용어 자체도 초반에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뿐이며, 그림체와 전반적인 색상 톤 자체도 음울하다. 하지만 초반부만 넘어선다면 충분히 흡인력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마지막화를 봄으로써 1화가 다시금 완성되는, 완결된 루프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3화에서 새로운 분기로 나아가는 23.5화 이후에 "슈타인즈 게이트 제로"라는 작품으로 이어지나, 아직 이 작품은 보지 않았다. 2기도 감명 깊다면 관람 후 감상평을 남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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