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전야의 원형
몰입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장소, 출판전야. 기본적인 방향은 정했지만 아직 생각해야 할 게 많았다. 출판전야는 구체적으로 어떤 장소여야 할 것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고독이었다. 글쓰기라는 여정은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다른 누군가가 손을 보탤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혼자여야 더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글의 마침표를 찍고 퇴고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어떤 단어, 문장이 좋을지 그동안 내린 수많은 선택을 거두어 들이는 시간. 어떤 것을 남기고 추가할지 최종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작가 본인의 몫이다.
이런 점 때문에 출판전야에는 혼자 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온다면 자기 자신과 글쓰기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할 테니까.
고독 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밤이었다. 출판전야라는 이름에는 밤 야(夜)자가 있다. 여기서 밤은 글을 마감하기 바로 직전의 시간을 비유한다. 사전적 의미의 밤을 그대로 뜻하는 건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출판전야에서 밤 시간대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글을 쓰다 보면 밤 늦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때가 있다. 이럴 땐 글이 연주하듯 써지는데 이 흐름이 끊기면 참 아쉽다.
출판전야에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밤 늦게까지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위해선 가게 문을 일찍 닫아서는 안 되었다.
혼자 찾아와 밤 늦게까지 글을 쓸 수 있는 곳. 출판전야는 숙소의 형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고객이 혼자 찾아오는 식이라면 한 사람의 객단가가 높아야 한다. 카페보다는 숙소 형태가 객단가가 높아 보였다. 카페와 달리 숙소는 머무는 시간만큼 돈을 내니까.
또 숙소라면 다음 날까지 이용할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글 쓰는 게 가능하고 늦은 시간이 되어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이 없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출판전야를 혼자 와서 글쓰는 숙소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어떤 작가들은 몰입해서 글을 쓰기 위해 호텔을 찾는다고 들었다. 그럴 때 출판전야가 가장 먼저 떠오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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