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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Mar 02. 2024

글 쓰는 곳

출판전야의 시작

글쓰기와 관련된 장소를 만들기로 한 시점부터 이미 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있었다. 몰입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곳을 만들자.


당시는 자취를 하기 전이었다. 집에서 글을 많이 썼지만 아쉬울 때가 많았다. 종종 딴짓을 하거나 어쩔 땐 소파나 침대에 퍼질러지기도 했다. 집이 너무 편안한 탓이었다.


몰입해서 글을 써야 할 때면 바깥으로 나갔다. 작업하기 좋은 카페 위주로 다녔다. 확실히 익숙한 장소가 아니다 보니 적당한 긴장감이 생겨 작업이 잘 되었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불편한 점이 있었다.


기껏 갔는데 자리가 없거나

주위가 너무 시끄럽거나

충전할 콘센트가 없거나

장시간 작업하기 눈치가 보이거나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하거나

밤 늦게까지 머물지 못하거나


이런 걱정 없이 작업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나아가 글쓰기에 특화된 조건이 갖춰지면 더더욱 좋을 것 같았다.


내 상상력을 다 받아 줄 정도로 널찍한 책상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은 의자

내 글을 선명하게 투영해 줄 모니터

연주하듯 글을 쓰게 하는 음악

몰입을 돕는 은은한 조명


글 쓰는 사람에게 이상향이 될 만한 곳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장소가 있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분명 가겠지.


하고 싶은 게 대략적으로 정해진 후 이름을 고민했다. 어떤 때에 내가 생각한 장소가 가장 필요할까?


아무래도 글쓰기에 가장 몰입해야 될 때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작가에게 극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시점. 개인적으로는 마감을 앞둔 때라 생각했다.


이때만큼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밖으로 꺼내야 한다. 생각을 글로 다 옮겼다면 퇴고가 시작된다. 그 누구도 도와 줄 수 없는 혼자만의 싸움이 오랜 시간 이어진다.


이 고독한 과정에 함께 하는 장소가 되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름의 후보를 정했다.


마감전야(마감前夜)

출판전야(出版前夜)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날 밤이라는 뜻이다. 마감과 출판 중 어떤 걸 할지 고민했는데 결국 출판으로 했다. 어감상 출판이 더 좋았다. 입에 더 잘 감겼는데 아무래도 네 글자 모두 한자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원래 제목을 짓고 글을 쓰는 편이라 그런지 이름을 정하고 나니 본격적으로 시작한 느낌이었다. 내친 김에 첫 문장도 함께 썼다.


출판전야

마침표를 찍기까지의 긴 밤
그 설레면서도 고된 밤에
출판전야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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