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안전가옥, 2020년 4월
안전가옥의 책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책인 것 같아서 읽었다. 예전부터 눈에 계속 띄었던 것 같은데 인제야 읽는 사람, 나란 사람, 그런 사람. 「초대」는 여성 빌런이 탄생하는 스릴러 영화 시리즈의 첫 편 같은 느낌의 소설이었다. 사회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에 불안 심리를 시작으로 나중에 빌런이 된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습지의 사랑」도 재미있었다. 귀신들이 사랑을 하게 되는데, 그 사람을 방해하는 것이 무분별한 개발이라는 점에서, 자연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술주정뱅이 아빠가 갑자기 좀비가 돼버린다는 이야기로, 좀비 이야기에 한국 가족 이야기를 섞어서 재미있긴 했는데, 좀비가 되게 만드는 매개체가 뱀술 때문이고, 무당과 토속신앙이 엮여 있다는 설정은 읽으면서 약간 엥? 스럽지만 적당히 재미는 있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봤다가 중반부터 속도감과 반전이 상당히 두드러진 신박한 소설이었다. 타임리프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적당한 분량에 깔끔하고 완벽하게 끝을 내버리다니, 데뷔작다운 패기였다. 조예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졌다.
『쇼코의 미소』, 최은영, 문학동네, 2016년 7월
이 책도 원래 진작에 읽었어야 했다. 전체적으로 전에 읽었던 『내게 무해한 사람』과 비슷한데, 그것보다 먼저 나온 책이라서, 이르지만 성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최은영 특유의 느낌이 있다. 가장 좋았던 것을 굳이 꼽으라면 「쇼코의 미소」, 「한지와 영주」, 「비밀」 정도지만, 사실 다 좋았다. 특이했던 것은 소설의 주요 인물은 다 여성이라는 점. 남성은 늙었거나, 아파서 제구실을 못 하거나, 거의 나오질 않는다. 「한지와 영주」의 한지가 그나마 젊은 남성이긴 한데 케냐 남성이다. 전체적으로 큰 사건은 없지만 작은 일들이 반복해 가며 등장하면서, 누군가가 누군가와 헤어지고, 상처 입고 그리워하는 장면을 정말 아프게 묘사를 잘했다. 서사는 전형적이지만 그것을 담고 있는 스토리가 가슴 찡하도록 잘 쓰여 있어서, 글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좋았다. 너무 잘 읽었다. 나중에 최은영의 장편도 한번 읽고 싶다.
바이올렛 에버가든, 교토 애니메이션, 넷플릭스, 2018년 1월
책은 아니고 애니메이션인데 완결까지 다 봤기 때문에 그냥 적는다. 저번 주에 친구 집에 갔다가 추천해서 1편, 2편 봤다가 결국 다 봤다. 나이가 들어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면 그 특유의, 좀 허무맹랑한 부분 때문에, 다 보기까지 좀 꺼려진다. 그런데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일단 작화가 좋고 옴니버스적인 스토리가 꽤 깔끔했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안 그래도 내가 글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편지 쓰기와 사람의 감정에 대한 것을 주제로 다루다 보니, 끝까지 보게 된 것 같다. 극장판은 못 봤는데 나중에 넷플릭스 구독하게 되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