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Nov 01. 2020

사막의 히치하이커

오만에 관한 이야기다. 도대체 이 나라 어디에 붙어 있는지 부터 헷갈린다.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먼저 떠올린다. 틀렸다. 두바이, 사우디아라비아 오른쪽에, 예멘 위쪽이다. 영토의 대부분은 사막이다. 나는 이 사막에 끌렸다. 


뜨꺼운 태양아래 고속도로에 서있는 사람은 세 가지의 종류였다. 파키스탄 노동자, 인도노동자, 그리고  히치하이커 여행자 나였다. 팔을 앞으로 쭉 뻗고, 위아래 천천히 흔들었다. 곧 차 한대가 멈췄다. 중년 남자가 운전수였고, 뒷자리에는 아내가 있었다. 남자는 꽤 놀랐다. '오지마을에 외국인 여자 히치하이커라니.' 그의 표정이 말했다. 아랍사람들은 히치하이킹 개념이 없다. 여자가 낯선 사람 차에 탄다는 행위자체가 터무니없었다. 그것은 남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오만은 특이하다. 버스가 없는 나라는 처음이었다. 운전수는 나를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보통이라면 환영이었지만, 나는 수도 무스캣으로 가는 중이었다. 거리가 꽤 멀었다. 히치하이킹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고, 호스텔이 없는 도시에서 어디서 자야 할지도 걱정이었다. 물론 텐트가 있긴 했지만, 도시에서 사람들 눈을 피해 텐트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배가 고팠다. 나는 초대를 받아 들였다. 부부의 집에 도착했다. 주위는 돌산과 야자나무였다. 대문을 열자, 아이들이 보였다. 시골집 마당에는 천막이 있었다. 날씨가 더워, 낮에는 주로 천막 그늘에서 지낸다고 했다. 안주인은 유향을 꺼내 피웠다. 그리고, 점심을 만들었다.

카페트 위, 쿠션에 비스듬히 한 팔로 누웠다. 목까지 잠그는 흰색 원피스를 입은 아들들과 키득거리며 눈으로 장난질했다. 누군가의 집에서 같이 음식을 만들고 먹고, 이야기를 나누자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다. 모험은 오늘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압둘라함에게 물었다. 혹시 천막에서 하룻밤 재워 줄 수 있는지. 그는 허락했다. 대신 밤에는 현관문은 잠글 것이라고 했다.

저녁을 먹고 나는 천막에서 쉬고 있었다. 압둘라함 사촌이 놀러 왔다. 그녀는 선생님이라고 했다.  나는 대화도중에 뜬금없이 고백했다. 

" 베두인을 만나고 싶어요. "

나는 수많은 오만 사람들처럼, 여자도 코웃음칠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다니는 학교가 베두인 마을이에요."

"세상에! 그럼, 나를 데려가 줘요."

" 내일 새벽5시에 출발합니다."

불을 끄고, 침낭위에 누웠다. 나는 사막에 갔었다. 내가 꿈꾸던 사막 부족 베두인은 없고, 관광객 뿐이었다. 누구도 내가 어디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고 수도 무스캣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압둘라함이 나를 태워주지 않았다면, 점심초대를 거절했다면,  시간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음날, 새벽 그녀의 차를 탔다. 한참을 달렸다. 사막에 동이 트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낙타를 타고 머리에 천을 두른 사내 두명이 나타났다. 나는 새벽 여명에 비친 베두인을 숨죽여 보았다.



이전 03화 여관 3호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