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그거 몰랐죠? 샘은요. 내 롤모델이에요... 아, 시발 말하고 보니 쪽팔리네... "
"뭐 이 시키가... 부담스럽게 왜 이래? 롤모델 바꿔..."
졸업식이 다가왔다. 아이의 엄마로부터 민 선생에게 전언이 왔다. 선생님을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으나 아이는 극구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단다. 3학년 때부터 아이가 많이 달라졌고, 집에서 하는 이야기 중 수학 선생님 관련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수학 샘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말로 고맙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녀석은 졸업을 했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어느 대학에 갔는지, 아니면 고졸 취업에 성공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 민 선생이 자주 다짐하는 '평온한 인내'는 아이가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관심을 끊게 했다. 대신 녀석의 후배들에게 잘해 주는 것이 피차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도 민 선생은 녀석과 비슷한 아이들을 몇 번 만났다.
시발 롤모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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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교사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례가 있다. 사실 감동적인 사례와 실제 변화 사이에는 많은 거리가 있다.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늘도 내일도 교사는 늘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하고, 그런 헌신과 희생이 아이들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습관적 자기 최면에 빠진다. 당신이 교사라면 그냥 당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라. 당신의 인간적 욕구에 충실하라. 남는 시간은 그냥 삶의 여백으로 두라. 교육은 기다림으로 희망을 만드는 길고도 긴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