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 Oct 28. 2022

북클럽에서 울 수 있는 용기

불완전한 나를 드러내는 용기

북클럽  때마다  한분 눈물을 보이게되는 질문이 있다.


Q. 당신은 아래 덤블도어가  말을 어떻게 이해했나요? 당신의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했던 때를 떠올려보로  결정이 당시엔 보이지 않던 당신의 어떤 캐릭터를 드러냈다고 생각하나요?

(질문에서 주요 포인트는 'decision that reveals your character' 이다. show라는 단어가 아닌 reveal이 질문에 쓰였다. 비밀이 드러나다. 보이지 않던 것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It is our choices that show what we truly are, far more than our abilities.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해리야, 우리가 갖고 있는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들이 진정한 우리를 보여준단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


해리포터 덤블도어 어록  유명한  줄이다.

  문장이 사람들의 마음을 그렇게 움직이는 것인가? 먼저  문장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2권에서 해리는 자신이 볼드모트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에 두려워한다. 우리도 만약 희대의 악질 범죄자와 내가 닮은 점이 많다고 하면 굉장히 충격적일 것이다. 그렇기에 남의 칭찬이나 비난에도 크게 움직이지 않는 해리이지만 호그와트의 분류 모자(Sorting) 조차도 해리에게 슬리데린을 제안했었기에 자신의 억지로 그리핀도르에 배정된 건 아닌지 내내 괴로워한다.


그런데 2권의 마지막에서 덤블도어는 해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 넌 Slytherin과 닮은 점이 있어. 그런데 해리야 볼드모트와 네가 다른 점은 너는 네가 그리핀도르가 되기를 선택했다는 것이야. 가지고 있는 자질이나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 우리에 대해 이야기해준단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했던 선택들의 결정체이다. 누구나 '그때 내가 ~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어떤 선택들은 그 결과들로 인해 나를 눈물 빠지게 힘들게 하고 괴롭히기도 한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 선택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혼자서 깊은 패배감을 느꼈다. 어디에 쉽게 이야기하지도 못했다. 그래야 할 필요도 못 느꼈고 그럴 용기도 없었다. 그러면서 내 안에 꼭꼭 숨긴 그 감정들은 점점 더 커졌고 어떤 때는 나를 압도했다.


그 선택도 결국 '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는데, 북클럽을 해보니 누구나 이런 경험들이 빈번하게 있다는 것이었다. 나보다도 훨씬 더 용기 있는 분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해주셨다. 당시에 그 결정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갖고 있는 어떤 면이 그런 선택을 하게 한 것 같다고 해주셨다. 그리고 자신은 더 나다운 선택을 하면서 살겠노라고. 그들의 눈물을 보며 나도 마음에서 같이 울었다 (운영자가 아니었다면 나도 같이 울었을 것이다). 비밀스럽게 혼자 내 안에서 끙끙거리던 그 시간이 떠올라서 뭉클했다.




 내용과 정확하게 겹치는 책이 있으니, 내가 올해 6월에 진행했던 브레네 브라운의 'The Gifts of Imperfection'이다.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나는 불완전한 나를 사랑한다'이다.  책에서는 우리가 비밀스럽게 갖고있는 수치스런 경험을 공유하면 3C 얻게 된다고 한다. 브레네 브라운은 이를 Courage, Compassion 그리고 Connection으로 정의했다.


우선 Courage 용기 대해 이야기하자면, 사실 사람들이 내 흠을 잡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용기 있는 행동이다. 뭔가 히어로 같은 행동을 해야만 용기 있는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도 용기이다. 근데 이미 용기를 가져서 공유했는데  용기를 얻게 된다는  무슨 뜻일까? 그것은 용기라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강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 용기를 내서 말 하면 다른 용기도 생긴다. 없던 용기도 생긴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야기할  그것을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들을 자격 없는 사람들, 즉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비판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냈다간 다시는 용기를 내지 않는 불상사가 나타날  있다. 그래서  책에서는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의 조건까지도 상세히 명시했다.


Compassion 연민.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한 분들과 함께 마음속에서 눈물을 흘린 것은 연민이다. 이럴 수 있는 것은 내가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속마음을 이야기하신 분들은 다른 곳에서도 자신처럼 혼자만의 수치심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똑같이 연민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고 공통된 인간애를 느끼며 뭉클함을 주고받는 선물을 얻게 된다.


Connection 연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단어이다. 속마음을 나눈 친구와 더 가까워지곤 한다. 진심으로 자신의 수치스러운 이야기까지도 이야기하고 연민을 갖고 나누면서 우리는 진정한 연결을 만들고 나 그대로를 보일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용기 있는 분들의 눈물은 강력하다.

용기는  다른 용기를 낳는다고 했다. 잔물결처럼 피급효과(ripple effect)가 상당히 큰 것이 용기다.  분이 용기를 내면 다른 질문에서  다른 분이 용기를 내어 진솔한 이야기를 한다.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북클럽이 진행되는 것이다. 요즘같이 SNS에서 보여주기  소통을 하는 시대에 나를 그대로 표현하고 또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곳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이전 08화 호그와트에 슬리데린도 있는데 나도 나 그대로 존재해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