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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원 Jun 12. 2022

산도 타고 등산에 대한 책도 읽음

자연을 벗 삼아 숲을 걷고 산을 오르는 이야기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오를 수 있는지 뛸 수 있는지 모르다가

마치 처음 두 다리와 근육이 있는 것을 깨달은 듯

사슴이 시냇가를 찾든 뛸곳과 오를 곳을 찾고 있다.

40이 되고 여생이 얼마 없다 싶어 본능적으로 몸이 가장 원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는 건지

등산과 달리기에 빠져들고 있는 나를 보고 의아해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이들도 어리둥절해한다.

또?

산을?

새벽에?

달리기를?

이렇게 물을 때의 표정을 보는 것은 내심 재미있기도 하고

운동을 한 뒤 오히려 몸이 너덜너덜해졌다가 풀어지는 내 몸 뚱 아리가 느껴질 때 신기하기도 하다.


오늘 풀어볼 썰은

최근 읽은 7권의 등산 이야기 책.

등산을 매주 하면서 등산에 대한 책까지 읽고 있는 나...

무언가에 마음과 시간과 몸과 돈을 쓰며 계속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것 보니

나는 지금 등산을 향한 덕질의 완전함을 이루었도다.



#여자들의 등산 일기

무슨 책이

이렇게 드라마처럼 상영되는 거지...?

생생하고 재밌고 내 마음 같은 캐릭터도 많고

등산장비의 브랜드, 산에서 먹는 간식, 등산 동행인에 대한 크고 작은 불편함, 다른 등산객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는 일까지 디테일하게 담겨있다.

산에서 생각한 내 마음을 들켜버린 거 같은 상황들이 모여있어 두 번이나 읽었다.

인물과 화자를 옮겨가며 등산을 하는 여러 사람의 등산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읽고 싶었다.

찾다가 못 찾아서 스스로 브런치나 블로그에 이런 이야기들을 써왔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이미 더 좋은 글이 많은 것을 찾아내고 있는 중이라 읽느라 바빠서

잠시 산에 대해 쓰기를 멈추고 있다.

아무래도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이 더 좋다.


#행복의 모양은 삼각형

#아무튼 산

등산을 하며 산아래서의 일상이 회복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권의 책은 비슷하다.

등산에 막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을 때 읽었던 책들이라 도그지어를 만들 새도 없이 와그작와그작 씹어먹듯 읽어 버렸다.

아무튼 산 에는 산을 좋아하다가 '월간 사람과 산' 기자생활까지 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을 읽다가 지리산 삼백 종주가 뇌리에 박혀 국립공원 홈페이지 가입부터 수많은 지리산 종주 후기들을 뒤지는 나를 발견...

결국 언제일지 모를 길게 늘인 삼백 종주 계획표 하나를 만들어서 소중히 바탕화면에 보관 중이다.

(당장 수행하기엔 고관절이 걸레가 될 것으로 예상, 매일 심신을 수련하며 가장 좋은 때를 보고 있다)

자주 번 아웃되는 직장생활의 모든 주말을 산에 쏟아내는 패턴이 나와 닮은 모습이 있다.

읽다 보니 한편으로는 주중의 일상은 무조건 주말을 기다리는... 고통으로 점철되는 것을 당연시 여기기보다는 주중에도 간간히 양념을 치면서 살아야지.. 하고 마음속에 숙제가 남았다.


#산이 좋아졌어

가끔은 산에서 혼자만의 고독과 감성에 휩싸여 중2병스러운 감상을 곱씹고 누워있을 때가 있다.

그런 류의 감상이 엮인 책이다.

우울증, 자아성찰, 외로움 고백의 글들 선호하지 않아서 다른 소재라면 몇 장 안 읽고 던져버릴 취향 차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등산 얘기니까 끝까지 아껴가면서 읽게 되더라.


주말에 백패킹을 못 가면 새벽에 일어나 샌드위치를 구워 트란지아 반합을 챙겨 혼자 숲으로 떠난다는 산 뉘 하이 작가.

내가 이용하는 등산 앱에도 대만이나 일본 등산 기록이 있어서 책 읽으면서 루트를 찾아보기도 하면서 책과 렘블러 앱을 왔다 갔다 하였다.


#인생이라는 등산길에서

산의 오르내림을 인생에 비유하는 말들은 너무나 적절한 것이 많아서 산=인생 명언은 유재석 나오는 예능만큼이나 흔하다.

이 책은 아마도 그런 말들 중에 가장 거룩한 것들을 모아놓은 책 같다.

일반적인 비유도 연달아 나오지만

생활성서사에서 나온 만큼 성경과 연결지은 내용들이 많아서 차분한 마음으로 독서를 하게 해 준다.


#주말엔 숲으로

별 볼 일 없는 친구 세명중 한 명이 숲에 살기 시작,

두 명이 주말마다 숲에 사는 친구를 번갈아 또는 같이 찾아가는 이야기다.

2021년 11월 기준 무려 29쇄

왜 이렇게 이런 책은 많이 팔릴까 생각해봤다.

별 볼 일 없는 여자 셋에 대한 이야기를 누가 이렇게 재미있게들 보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주변에 이런 조합이 정말 많다.

더 생각해 보니 별 볼 일 없는 여자 셋의 조합이 지구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친구들이 있어...라고 생각하게 될 포인트가 많아 이 책이 수십 쇄나 찍지 않았을까..

(나도 별 볼 일 없는 여자 셋 모임이 몇 개 있고 심지어 이 만화책에 나오는 생김새까지 닮은 조합도 있다.)

거기에 서로 깊게 일상에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끈끈한 인간관계도 볼 수 있다.

살면서 힘듦과 편안함과 관계없이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보며 안도하고 응원하게 되는 세명의 관계를 보며 따뜻한 안정을 찾는다.



#걷기의 말들

책을 읽다 밖으로 뛰쳐나가게 만드는 책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유 출판사의 '000말들' 시리즈 5권 중 제일 꼼꼼하게 읽은 것 같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산에 가고 싶고

산에 가면 이런 글을 쓰고 싶고

글을 쓰다 보면 다른 산에 대한 글들을 읽고 싶고

무한궤도에 올라탄 상태.



7권의 책에 자성이라도 있는지 자연을 벗 삼아 숲을 걷고 산을 오르는 이야기를 담은 여러 책들이 계속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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