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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원 Aug 15. 2022

우중캠핑 우중산행

당신은 야외형 사람입니까?

야외형 사람 vs 실내형 사람

당신은 집안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머리와 입을 주로 활용하는 실내형 사람인가?

아니면 숲속이나 물가에서 몸뚱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야외형 사람인가?

인간은 어쩌면 야외에서도 잘 살 수 있는 야외형으로 창조되었을지 모르지만 문명의 발달로 지금의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실내형 사람으로 기본값을 세팅한다.

실내형과 야외형 사람의 지위고하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실내형 인간은 등산과 트래킹에 몰입해있는 야외형 인간을 시덥지 않게 여기는 경향을 가끔 보이고 야외형 사람은 실내형 사람을 서둘러 찬란하게 아름다운 집밖으로 끌어내어야 할 구제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실내형 사람 중 일부는 야외형 사람에게 약간의 동경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어느 날 실내형사람 운이 없게 비를 쫄딱 맞거나 엉겁결에 참여하게 된 등산 활동 등에서 별안간 스스로에게 야외형 사람의 기질을 발견하고는 한다.

두 유형은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속하며 그 유형을 더 곤고하게 한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았는데도 나의 유형이 무엇인지 갸웃하다면 스스로에게 나는 비를 맞으며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서 마음에 어느 정도 거부감이 또는 아무렇지 않음이 오는 것으로 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장마철 사람을 두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비를 동반한 등산과 캠핑에 대한 단상을 쓰고싶다.


우중캠핑의 매력

캠핑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우중캠핑 해시태그가 자주 등장한다.

실내형 사람에게는 사서 고생에 비 오는 날씨까지 더하는 것이고 야외형 사람에게는 이 맛에 캠핑하지... 빗소리 운치 있다고 인스타그램에 끄적이게 되는 그런 키워드다.

대학입시만큼이나 어려운 주말 자연휴양림에 당첨이 된 어느 주말, 비가 오는 날씨에도 그 합격소식.. 아니 당첨 소식이 너무 기뻐 대차게 캠핑을 떠났다.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텐트를 피칭하고 튀기는 빗물을 피해 요리를 하고 거의 억겁의 세월과 같은 시간 동안 겨우 만들어낸 한 접시의 요리를 몇 초 만에 먹어치우는 동안 잠시 쉬고

설거지를 하기 위해 건물로 치면 약 5층 아래 정도로 느껴지는 취사장까지 그릇탑을 휘청거리며 내려갔다오고

참고 참고 참다가 여러 번의 번뇌 끝에 힘들게 취사장 보다 더 먼 화장실에 몇 번 다녀오고

울면서 귀찮음을 참으며 겨우 양치질을 하고 (심지어 칫솔을 안 챙겨 와 남 편 것을 사용함)

새벽에 일어나 빗물을 대충 털어낸 티타늄 컵에 커피를 내려마시는 잠깐의 순간에 몸은 땀에 절게 된다.

이대로 집에 갈 수 없어 샤워를 하고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장비들을 거둬들여야 한다. 샤워한 것이 금세 무색해지는 찝찝함을 느끼면서 흙과 비로 범벅이 된 텐트와 타프를 대충 말아서 차에 싣는다.

집에 와서는 단지 습기가 아닌 흙먼지와 범벅이 된 한때 소중한 택배 상자 안 비닐마저 조심히 뜯었던 나의 장비들을 보며 현타가 온다.

이것을 야외형 인간 들은 우중 캠핑의 매력이라고 한다.

축축한 우중캠핑


우중산행의 매력

새벽에 일어나 방수 모자, 방수 배낭 커버 등을 가방에 주섬주섬 챙겨 축령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자가용을 탈 거니까 젖어도 누구에게 민폐끼 칠일은 없겠지, 이른 시간이고 등산하는 사람들이 곰탕이라고 부르는 뿌연 안갯속에 가시거리는 10미터도 안된다. 정상에 올라가도 경관이 하나도 안보일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가습기에 얼굴을 대고있는 기분으로 너덜길을 오르고 발아래 바위사이로 흐르는 물이 빗물인지 계곡물인지를 생각하며 지루하게 걷다가 내 등산화가 나름 방수가 되는 신발이었구나 감탄을 했다. 계속되는 비를 맞다 보니 아 방수가 되는 신발이 아니었구나 다시 뒤통수를 맞은 느낌으로 질퍽질퍽 걷는다.

산을 오르는 와중에 인간을 한 명도 못 만났다. 자연을 찾아 산으로 떠나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못 만나니 사람이 그리워 에어 팟으로 팟캐스트 최상단을 재생시켜 사람 목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세 시간 남짓의 등산에서 정상에서 단 한 명의 사람을 만나 서로 초면이지만 활짝 웃는 얼굴로 고생했다며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서 비에 젖은 가방을 내던지고 가방에 싸온 음료수를 한잔 먹는다. 비와 습기는 점점 더해져 내려오는 길은 마치 헤엄을 치고 있는 것 같은 산행이 끝남을 알리는 임도가 보이고 곧 아스팔트 길로 바뀌어 안도감을 준다.

냉정하지만 안정적인 아스팔트를 밞으며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고 차에 다시 오른다.

우중산행의 매력은 아직 잘 모르겠다.

정상석앞에 내던져진 나의 베낭, 방수안되는 나의 운동화


우중 캠핑이나 우중산행을 잘하는 방법

짜증을 내면 죽는다.

지치면 지는 거다.

찡그리면 기분 상한다.

그렇다.

주옥같은 현실 자각 타임이 뒷목을 휘갈기듯 찾아올 때마다

어허허허허

웃는 것이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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