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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작 Nov 12. 2019

짖지않는 개

10편 :  데스노트 


그날 강남구에서만 5마리, 다른 구까지 합하면 61마리의 유기견이 센터로 들어왔었다. 협회의 수의사는 시간에 쫓겨 이 개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아니, 시간을 무한정 준다고 해도 개가 “나는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고 이런 저런 사유로 버려졌어요” 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상 유기견에 대해 완벽하게 기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의사가 보기에 이 개는 치아 상태를 보아 강아지가 아닌 적어도 태어난 지 6개월 이상되는 성견이었다. 활동성이 높지 않고 털이 푸석푸석한 것으로 보아 3살에서 5살로 추정되었다. 얼굴이 길쭉한 형태인 것이 콜리나 그로넨달, 혹은 셔틀랜드쉽독일 수 있었지만 크기가 그 종치고는 너무 작았다. 푸들, 시추사이즈인 것이 어미나 아비 한 마리가 얼굴 긴 품종견인 혼종 같았다. 털 색깔은 검정색과 흰색으로 등과 꼬리 쪽이 털이 옴팡옴팡 빠져있어 곰팡이성 피부병이 의심되었다. 아마 꺼내서 5걸음 이상 걷는 것을 봤다면 뒷다리를 약간 저는 기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시간 여건상 케이지에서 꺼내지 않고 검사는 진행되었다. 피부병에 걸린 상태라서 그날 강남구에서 들어온 개들 중에서는 시간이 되면 안락사 시켜야할 개로 우선 순위 배치되었다. 

  한국동물구조협회에는 수의사 외에 동물복지 관련 자격증을 갖춘 30여 명의 직원들이 상주하였는데 조영주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조영주는 20대 중반의 남자로 이 일을 한 지는 이제 1년이 된 가장 새내기인 직원이었다. 매일 아침 개똥을 치우는 일부터 일련번호로 불리는 개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정보 공유망에 올리는 것이 그의 일이었는데 그 기록을 보고 수의사는 그 주에 안락사할 개를 정하였다. 그는 167cm 키에 마른 편으로 하얀 피부에 안경을 쓴 모습이 중학생으로 착각할 정도로 앳되보였는데 목소리도 수줍음 많은 소년의 목소리같이 작고 나긋나긋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동물과 관련 된 일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친구들의 장래희망은 축구선수나 프로게이머, 힙합가수로 그때 그때 유행하는 직업에 따라 달라졌지만 그의 꿈은 단 한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동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수의사나 농림축산부 공무원처럼 직업의 모습이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동물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위태로운 동물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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