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생하십니다>> 책모임
- 도서관에서 '컬렉션' 고민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 사서 이야기를 책으로 접해서 좋았다. 별점 4점!
- 흥미롭고 유쾌했다. 별점은 4점! 사서 쌤이 이용자한테 부탁하는 장면에서 우리 학교 사서 쌤 생각나서 재밌었다.
- '사서, 고생합니다'라는 말장난이 딱 맞아서 재밌었다.
- 사서라는 익숙한 직업을 책으로 만나서 반가웠지만 어려운 단어가 좀 있긴 했다. 별점은 3점!
- 내게 사서는 매우 친근한 이미지!
중학생 여섯 명이 참석했는데 그중 두 학생의 어머니가 사서로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었고, 다른 네 명의 학생들과도 모두 어릴 때부터 친구라 서로 다 아는 사이. 그들의 어머니들도 자원봉사의 형태로 도서관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고. 그래서 내 옆에 아주 가까이 있는 직업, 어렸을 때부터 자주 봐 왔던 직업이 '사서'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는 숲 속 도서관의 어제 책 모임.
와! 책 모임 참석자들 모두가 '사서'와 이렇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을까?
책 선정을 했던 처음 이유는 한 달에 한 번 도서관에서 만나는 우리들을 처음 이어준 어떤 사람, 그가 맡은 업무, 가까이 있으며 정기적으로 얼굴을 보지만 정작 잘 아는 사이는 아닌 '이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을 알아보기 위한 의도였는데, 예상했던 범위를 넘어 우리 엄마의 직업,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내 친구 엄마, 엄마가 봉사활동하던 장소 책임자의 구체적인 면면을 알아가는 뜻밖의 수확으로 책 모임 시간을 촘촘히 채웠다.
사서는 책을 운반해야 하니까 힘이 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공부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루 종일 책을 읽을 수 있는 직업인 줄 알았다는 사서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도 풀고(생각보다 행정업무가 많구나, 기획해야 할 행사도 많구나, 힘이 센 건 아닌 것 같더라), 사서가 마주하는 일상이 생각보다 고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으며 자기 업무만 딱딱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하루 종일 응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책을 읽고 깨달았던 시간.
도서관에서 진행되었던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기억에 남고, 우리들의 책 모임도 생각해 보니 사서 선생님이 기획하고 추진한 결과라는 것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는 탄성과 끄덕거림에 이어. 할로윈, 크리스마스, 설날, 추석 같은 큰 명절과 관련된 시즌별 컬렉션, 데카르트와 니체를 연결 짓는 근-현대 철학 컬렉션, 최근 배추파동처럼 먹거리가 문제니까 농사 관련된 컬렉션이 있으면 재밌겠다는 각자의 기획 아이디어까지 줄줄줄이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여러 수서 회의를 거쳐 한정된 책을 구비해야 하는 검열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책을 넣고 싶은 사서의 욕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에서 우리들의 책장 이야기도 나눴다. 시리즈는 처분하기 힘들다(그럼요). 내 최애 책은 내 방에, 안 읽는 책은 복도에. 어릴 때 사 두었던 영어 원서 시리즈는 하나씩 정리 중. 등등의 책장 정리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어릴 때 빠졌던 특정 시리즈 이야기로 옮겨졌다. 공룡에 빠져서 종일 티아노사우루스를 외치던 다섯 살의 나처럼 '건방이의 건방진 시리즈'를 만나면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J, 나의 '해리포터'기期, 나의 제레니모期,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에 푹 빠졌었던 나의 작가 Rick Riordan (나는 몰랐어요). 좋아하던 책 시리즈를 줄줄이 말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나도 좋았다.
진상 이용자 부분에선 할 말이 다들 많았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다 보면 읔...중간에 노랗고 딱딱한 어떤 게 딱 붙어 있을 때가 정말 많아요."
"찢어진 책도 정말 많고요."
"낙서나 밑줄은 기본입니다."
모두들 으악! 소리 지르며, 찡그리며, 웃으며, 끄덕인다.
"아니! 게임을 왜 소리 켜두고 도서관에서 하냐고요?"
고백도 이어졌다.
"가위나 종이 맡아둔 것처럼 사서 선생님 책상에 있는 것들 막 가져가는 사람들 얘기 나오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릴 때 그런 적 있었어요. 종이접기 하다가 종이 모자라면 달라고 했었고요. 종이 오리기한 후에 바닥에 떨어진 종이 그대로 두고 나온 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사서 선생님 모니터 자꾸 보려고 했던 사람이 저였어요. 진짜 궁금했거든요."
진상 고객에서 어느덧 어린이 이용객의 사례로 넘어갔고.
"어린이가 떠들 때가 진짜 많아요."
"아기가 와서 막 시끄럽게 우는 경우가 많아요. 아기는 오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No kids zone처럼 no babies zone이어야 해요."
정말 그럴까?
책에 잠깐 언급된 '시얄리 랑가나단의 도서관 5법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시얄리 랑가나단(1892-1972)'은 현대 도서관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도의 사서이자 문헌정보학자인데 도서관과 관련된 법칙을 세우고 적용한 세계적인 인물이다. 이번 모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책에는 랑가나단의 법칙이 존재한다 정도로만 소개되어 있다)
- 책은 이용하기 위해 존재한다 Books are for use - 도서관에서 보관하는 책은 이용자를 위한 것이다. 도서관 재산이긴 하지만 이용자가 보기에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도난 방지용으로 과도하게 책을 보호하는 행위를 방지.
- 책은 모든 이용자를 위해 존재한다 Every reader his or her book - 모두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도, 노약자도, 노동자도 심지어 노숙자도.
- 모든 책은 이용자에게 Every book its reader - 소수의 사람이 책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이용자가 원하면 도서관에서는 구비해야 한다.
- 도서관은 이용자의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 Save the time of the reader -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 The library is the growing organism - 도서관의 형태나 미래는 고정적이지 않다. 책만 빌려주는 어떤 곳이 아니라 이용자나 다른 상황에 따라 역할이 변할 수 있다.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김초엽 작가의 <관내분실>이 떠올랐던 법칙(소설 내 도서관은 죽은 자들의 뇌 데이터 저장소이다).
도서 컬렉션도, 작가와의 만남 기획행사도, 다양한 도서전도, 여러 형태의 책 모임 기회도 처음부터 당연한 건 아니었다. 도서관은 때에 따라 지역 커뮤니티 역할도, 사서 교육의 현장으로, 도서관 관장을 가족으로 여기는 청소년들의 쉼터로 다양하게 확장되고 변화할 수 있으며, 심지어 노숙자를 위한 '샤워장 있는 도서관'도 외국에는 있다고 알려주자 No babies zone을 제안했던 A의 얼굴에 놀란 웃음이 퍼진다. '잘못된 내 생각'이 아니라 '밖으로 꺼내서' 나 역시 성장하는 유기체임을 확인하는 순간.
"사서, 참 고생 많다. 대단하다"
엄마를 사서로 둔 남학생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굵게 들려왔다.
오늘 느낀 점 엄마에게 전할 거냐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로 단호하게 젓는다. 아뇨.
하지만 우리는 알지. 그 목소리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목이 살짝 메었던 것도.
사서 선생님께 남기는 쪽지로 모임 마무리!
사서, 고생하십니다!
어떤 일요일의 책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