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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오배송

어둠 속 큼직한 손들이 신문지에 지폐 다발을 쌌다. 단순 작업이지만, 육중한 덩치들은 하는 내내 땀을 흘렸고,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XX, 이걸 다시 택배로 보낸다고? 주소는 또 언제 다 쓰고? 흐미, 높으신 분들 뒤만 닦아주다가 평생을 썩겠네."     


그렇게 욕설과 땀이 묻은 택배 상자는 총 999개였고, 998개가 자그만치 보름에 걸쳐 발송되었다. 그리고 문제의 마지막 박스는 김씨의 화물차 조수석에 자리 잡았다.     


"네네, 코스가 완전 달라서요. 제가 퇴근길에 드리겠습니다."     


인생이 그렇듯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는 김씨도 모른다. 바코드 오류인지, 단순 분류 오류인지. 어쨌든 평소였으면 그에게 오지 않았을 상자다. 종일 독촉 전화가 수시로 왔다. 슬슬 김씨는 상자 속 내용물이 궁금해졌지만, 뜯어볼 수는 없었다.

직업윤리 같은 문제가 아니라, 김밥 한 줄 씹을 새가 없어서다. 김씨는 가족을 떠올리며 상자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해가 떨어졌다.     




안녕하세요, 일상에서 찾은 소재로 소설과 동화를 쓰는 문수림입니다.


《500자 소설》은 월, 화, 수, 목, 금.

하루에 한 편씩 업로드 되는 손바닥소설입니다.

이야기들끼리 세계관을 공유할 때는 있겠지만


모든 이야기는 500자 안에서 끝이나며, 제가 이어서 더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나머지 상상의 재미는 모두 독자들의 영역입니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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