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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도심을 지나 산길로 접어드는 좁은 샛길에는 이정표가 있다. 발이 묶인 채 평생을 살았지만, 그에겐 자긍심이 있었다.     


“내가 있어야 사람들이 마을로 찾아가지.”     


날개 접고 쉬어가는 새들에게 이정표는 늘 당당히 말하곤 했다. 위로 곧게 뻗은 단단한 자세로 얼마나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가? 점점 녹이 쓸며 피부가 벗겨져 해가 내리쬘 때마다 화끈거렸다.     


그때마다 이정표는 사람들이 찾아와 색을 덧칠해주는 상상을 했다. 얼굴빛이 환하게 바뀌면, 마치 새로 만들어진 것처럼 다시 굳게 자리를 지키리라. 그렇지만, 사람들은 소식이 없었다. 시커먼 차 안에 숨은 채 지나치기 바빴다.     


그러니 예정된 비극이었다. 짐을 잔뜩 실은 트럭이 이정표의 안면을 박아버렸다. 자긍심이었던 화살표가 힘없이 구겨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찾아오지 않았다. 이제 이정표는 남은 평생 고개를 숙인 채 살아야 했다.     


새들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이미 오래 전에 그 작은 마을은 사라졌다는 걸.







안녕하세요, 일상에서 찾은 소재로 소설과 동화를 쓰는 문수림입니다.


《500자 소설》은 월, 화, 수, 목, 금.

하루에 한 편씩 업로드 되는 손바닥소설입니다.

이야기들끼리 세계관을 공유할 때는 있겠지만


모든 이야기는 500자 안에서 끝이나며, 제가 이어서 더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나머지 상상의 재미는 모두 독자들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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