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대행업이 성행하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모두 <인체 물질 치환 기술> 덕분이다. 산업이 기술의 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초창기 인터넷 사업과 버금갈 정도다.
배변 대행업은 사회 문화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제 회사와 공공시설에서는 누구도 화장실을 찾지 않는다. 기업들은 열광했다. 대행꾼이 똥을 대신 싸주니 일꾼들은 로봇처럼 일만하면 된다. 그야말로 혁신이다. 단순히 직원들 농땡이 피우던 시간만 줄인 게 아니다. 이제는 남녀 화장실을 따로 만들 필요도 없고, 그로 인해 파생되던 각종 문제와 마주할 일도 없게 된 거다.
황당한 건 대기업의 난입이었다. 취업준비생과 주부들에게 환영받는 부업이 되나 싶더니 어느 순간 판이 바뀌어버렸다. 그룹의 회장이 장애 등급이 낮은 장애인들만을 고용하여 아예 배변 대행 플랫폼 회사를 차려버렸던 것이다. 당시 그의 인터뷰가 퍽 인상적이다.
"똥이 곧 희망입니다! 저들도 이제 떳떳하게 돈을 벌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번 편은 순전한 창작이 아닌 오마주입니다. 이미 과거에 마르시아스 심(심상대) 작가가
「병돌씨의 어느 날」이란 단편소설을 썼었죠. 그게 만화로도 그려졌다가 이후 주식회사 무통대변이란 연극 작품까지 나왔고요.
타인의 변을 대신 싸준다는 설정은 그러니 확실히 그분의 아이디어입니다. 다만, 전 ㅡ 아무래도 제 관심사가 그렇다보니 ㅎㅎ 이게 자본적 문제와 결합되면 재밌겠다 싶어서 써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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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상에서 찾은 소재로 소설과 동화를 쓰는 문수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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