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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쥐 Sep 22. 2022

10킬로를 찌고 나니 보이는 몸의 변화들


평소 걱정이나 잡생각이 많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미리 대책을 세운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임신을 하고 난 후 나타날 몸의 변화에 대해서도 무던했던 것 같다. 주변에서 14킬로가 쪘다는 말을 듣거나 체중 증가량 표에 따르면 (임신 전 정상 체중인 경우) 11킬로에서 14킬로 찌는 게 '권장'이라는 내용을 보고도 그게 나에게 어떤 변화를 의미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열심히 식단관리와 운동을 병행해서 나는 7-8킬로만 쪄야지'라는 목표는 임신 중기를 지나 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잊혀져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10대부터 갖고 있던 '날씬함'에 대한 강박이 반영된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목표였다. 임산부에게 날씬함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잘못된 것이고, 아기와 나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 지극히 정상적인 - 마인드로 하루 세 끼와 간식을 (나름 영양소 밸런스를 고려하여) 잘 챙겨 먹고, 잘 자고, 잘 걷고 하니 임신 32주 차 즉 9개월에 막 접어든 시점에 총 체중 증가량이 10킬로에 도달했다. 출산까지는 앞으로도 몇 주가 남았기 때문에 결국 나도 임산부 권장 체중표에 따라 총 11킬로-14킬로 수준의 체중 증가를 경험할 듯하다.


20대 후반을 지나 30대로 접어들면서, 그리고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약간의 체중 증가는 있었지만 그래도 3-4킬로 수준의 (확찐자가 되어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을 때도 5킬로 수준) 자연스러운 증가였다. 입던 옷 사이즈가 한 치수 늘어났지만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이 바뀌면서 편안한 오버핏을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에 전혀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특히나 아주 장기간에 걸쳐 증가한 체중이라 내 몸에 스며들듯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하지만 임신과 함께 찾아온 체중 변화는 생각보다 내 몸과 내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나름 권장 수준에 따라 한 달에 2킬로 이상 찌는 경우는 없도록 관리를 해왔지만 결국 누적되어 발생한 10킬로라는 총증가량은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었다. 태아 무게는 아직 2킬로도 안 되는 수준이고 나머지도 양수와 혈액량이 늘어난 것이라 지방 증가는 약 3-4킬로에 머문다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내 몸이 물리적으로 팽창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 (아무리 혀를 입천장에 바싹 붙여도) 숨길 수 없어진 이중턱.

- (볼록 나온 배는 예상했지만) 그 주변으로 연결된 엉덩이와 등까지 확장되느라 가려운 증상.

- (임신하면 커진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가슴과 그 주변으로 연결된 겨드랑이, 어깨, 그리고 팔에도 가려움 추가.

- (혈액량이 갑자기 늘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숨이 금방 차고 코막힘 증상.

- 자칫 멍 때리다가는 쉽게 중심을 잃고 오뚝이처럼 옆으로 쓰러지는 몸.

- 바지를 입거나 양말을 신기 위해서는 의자에 무조건 앉아야 하는 상황.

- 임산부 전용이 아닌 쇼핑몰에서 홈웨어를 구입할 때는 무조건 XL 사이즈.


등등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나름 명상과 긍정 확언 등을 통해 'Embrace all the changes with gratitude'라는 마인드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특히 30주 이후로 하루가 다르게 풍선처럼 부풀어가는 배를 보면 깜짝깜짝 놀라고 당황스럽다.


살아오면서 나의 신생아 시절 이후로 가장 급격한 몸의 변화를 겪고 있는 시기라는 점을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야겠다. 매 순간 모든 게 아주 조금씩 변화하듯 내 몸도 'Ever Evolving'이라는 무한 변화를 겪고 있고 이 같은 팽창의 시기도 조만간 끝나 수축의 시기가 빠르게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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