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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HereUs Jul 03. 2021

~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멈추고, 생각하기

여러 개의 독서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다 보니 다양한 책을 소개받게 된다. 얼마 전 제임스 팰런(James Fallon)의 <사이코패스 뇌과학자>라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책을 읽게 되었다. 원제는 <The Psychopath inside>, 역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깊이 빠져들었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뇌과학자이다. 그는 연쇄살인마의 뇌 스캔 사진을 대상으로, 사이코패스의 뇌에 어떤 패턴이 존재하는지 연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가족의 뇌 스캔 사진 중 하나에서 사이코패스의 뇌와 동일한 패턴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자료 정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 생각했던 그는 해당 사진을 반복해서 확인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로 자신의 뇌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자신의 조상 중 일족을 살해한 살인마가 다수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토머스 코넬, 아내를 쇠로 된 삽자루로 가격한 다음 살해한 앨빈 코넬,  영국 역사상 가장 잔인하기로 유명한 존 래클랜드 왕까지 폭군과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즐비했다. 그는 이른바 미치광이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의 후손이었던 것이다.


그제야 팰런 교수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역시 사이코패스처럼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범죄자가 될 유전적 성향을 타고났으나 그렇지 않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 그는, 여기에 대해 깊이 연구하게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 살인마는 세 가지의 공통적 특성을 가진다. 자제력이나 공감력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한 부분인 전측두엽이 정상인에 비해 잘 작동하지 않고, 일명 '전사 유전자(warrior gene)'로 불리는 변형된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어린 시절 감정적/신체적/성적으로 학대당한 경험이 있다. 그의 뇌는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온화한 부모 밑에서 자란 덕에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친사회적 사이코패스(Pro-social psychopath)'로 자라나 사이코패스 범죄자들과는 달리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연구 결과였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가족과 동료 연구자들에게 자신이 사이코패스처럼 행동할 때가 있냐고 물었을 때, 다수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는 점이었다. 큰 충격에 빠진 그는 다른 실험을 해 보기로 한다. 대인관계를 비롯한 일상에서 판단이 요구되는 순간에 자신의 초자아가 하는 말을 듣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신 그는 '착한 사람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처럼 말하고 행동하기로 한다. 그 결과 그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착해졌다' 혹은 '온화해졌다'는 말을 듣게 된다. 


살인마와 폭군의 유전적 특성을 타고난 사람이 자신의 패턴화 된 행동양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사람은 바뀔 수 없다'는 말이 어쩌면 자신이 타고난 것, 습득한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면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성격 중 고치고 싶은 어떤 부분이 존재하리라 믿는다. 나에게도 물론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 소심하고 다른 사람이 무심코 한 말과 행동에 상처를 잘 받는 나의 '쭈구리 모드'는 학창 시절부터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무던히 노력했던 기억은 나지만 딱히 성공한 기억은 없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새로 만난 사람들에게서 듣게 된 말들이 있다. '마음이 단단하다.' '차분하다' 등과 같이 예전의 나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들을 때면 나는 기분이 묘해진다. 


마음챙김에서 사용하는 STOP이라는 개념이 있다. 

Stop(멈추고), Take a breath(숨을 들이마신 후), Observe what's going on(주변을 관찰하고), Proceed(실행한다)는 것이다. 


마음챙김의 들여다보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감정과 사고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깊이 사고하며 다음에 이런 상황이 닥치면 이렇게 해야지, 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주로, 잠들기 전 이불속에서 말이다. '이불 킥' 후 마련한 나만의 대처방안이 실제로 나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나는 상황 파악의 시간적 여유의 부재에서 찾는다. 여기서 나아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누가 나의 깊은 상처를 건드리는 말을 했을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나의 일그러진 표정, 날 선 말투를 잠시 멈춘 후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럴 때, 내가 바라는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라고 말이다. 물론 사람이 하루 평균 내린다는 약 35,000개의 판단을 단숨에 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하루에 10개라도 의식적으로 노력해본다면 어떨까? '평소의 나'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나'의 판단을 믿어보자. 그리고 그 판단대로 행동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내게 다가오는지를 관찰해보자. 긍정적인 결과라면 '내가 원하는 나'의 판단대로, 그렇지 않다면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조금 바꿔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내가 원하는 나'가 되어가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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