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질문
왜 자동차가 사람보다 빨라요?
다섯 살배기 아이는 사뭇 진지하게 물었다.
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우물쭈물했다.
애써 대답을 찾으려 했지만 헝클어진 실뭉치처럼 더 꼬이기만 했다.
그건 당연하지!
하지만 이런 말은 아이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머뭇거리는 나에게 아이는 거푸 물었다.
왜 자동차가 사람보다 빠르냐고요?
아이는 그저 궁금하여 던진 질문이지만
난 똥 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못했다.
혀끝에 걸린 말이 입안에서 맴돌 뿐
입 밖으로 삐져나오지 못했다.
손에 매달려 그네를 타며 걷던 아이는 또다시 우물거리며 물었다.
나뭇잎은 왜 단풍이 들어요?
아이코, 산 너머 산이로다!
난 슬그머니 딴청을 부렸다.
아이는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꽃부리처럼 앙증맞은 입을 연신 생긋거렸다.
아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확한 사전적 대답이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아이는 단지 내 생각을 물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정확한 사실만 찾으려고만 허둥댔을까?
아이는 사실보다는 내 생각을 듣고 싶었을 텐데!
아이는 알고 있다, 자동차가 사람보다 빠른 까닭을.
아이에게 되물으면 나름의 생각을 술술 말할 것이다.
물음.
자신이 무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물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물음이 사라졌다.
세상의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몸에 밴 까닭이다.
왜 사는가?
어른에게 묻는 아이처럼 인간으로서 신에게 묻던 때가 있었다.
신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이의 질문에 슬그머니 딴청을 부린 나처럼.
하지만 신은 딴청을 부리지 않았다.
내가 금방 싫증을 내어 토라졌기에 신의 소리를 듣지 못했을 뿐이다.
신은 내게 되물었다.
넌 왜 사니?
오늘도 신은 내게 묻는다.
당연한 질문을 하는 아이처럼.
넌 왜 사니?
난 못 들은 척 딴청을 부리고 있다.
너무 당연하다고 여긴 까닭에!
정말 당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