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팀 과장 퇴사의 나비효과
옆자리에 앉은 영업 담당 과장님이 퇴사를 앞둔 시점에 편집장님은 광고 영업팀 과장과 온라인 마케팅팀 과장 두 명을 관리하는데 지쳤는지 나를 통해 새로운 광고팀 직원을 관리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새로 뽑는 영업사원은 나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으로 뽑아 직접 관리하라고 하신다. 경력이 너무 많이 않지 않고, 나이는 어리지만 영업을 해 본 적이 있거나 광고 제안서를 써본 사람이 좋겠다며 영업팀 새로운 직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나는 흔쾌히 편집장님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했고, 이때까지 앞으로 내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첫 번째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해 볼 수 있다는 점이었고, 중국어와 일본어를 할 수 있었던 그 면접자에게 K-pop을 비롯해 K-beauty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뷰티 분야 전문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회사의 영업 업무는 굉장히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곳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우리가 줄 수 있는 연봉이 너무 작았다. 면접자가 원하는 최저 연봉과 1,000만 원 정도가 차이 났다. 결국 우리는 아까운 인재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여러 번의 면접을 통해 '가장 착해 보이고 일을 열심히 할 것 같은' 신입사원을 선택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워서 열심히 배우던 신입사원이 연봉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다른 직원을 통해 알게 됐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아, 얼마 못 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회사 업무에 있어서 실수가 잦아졌다. 시킨 일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까먹는 횟수도 많아졌다.
영업팀에 새로 올 직원 면접을 보고 신입사원에게 일을 시키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요즘 최저시급이 예전보다 많이 올라가서 신입도 저 정도 월급은 받아가는구나. 그리고 직장인들이 이 정도 일을 하면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이직을 하는구나. 우리 회사에서 내 연봉이 더 높아질 가능성은 없는데.. 퇴사를 해야 하나...
영업팀 업무까지 맡게 되어 기존에 내가 하던 업무는 거의 못하고 있는 상황. 나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기존의 업무를 하던 안 하던 내가 일하는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일이 정말 너무나 재미가 없다. 나는 퇴사를 해야 할까...
생각의 시발점은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퇴사를 해야 할까...'
겨우 일을 가르쳐 놓았더니 신입사원은 한 달만에 퇴사를 했다. 새로운 직원도 A부터 Z까지 전부 가르쳐야 하고, 편집장님의 지시 사항마저 나를 통해 직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상황. 영업팀 직원이 뽑히면 끝날거라 기대했던 것와 달리 영업팀이 돌아가는 모든 업무에 대해 내가 '계속해서 알고 있어야 하고,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자 회사를 떠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사작했다.
그러다 불현듯 1년 전 지인의 남편이 시작한 N사 스마트 스토어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지인에게 연락해 남편 분에게 교육을 받고 싶은데 교육비나 일정 등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이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던 상황이라 회사를 때려치우고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 짝꿍에게 얘기해 동의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스마트 스토어 교육에 대해서 짝꿍과 나는 지인의 남편에게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진행해 보기로 최종 결정을 했다.
세 달 정도 시키는 대로 하면 지금 회사에서 받는 월급 정도는 나올 거라는 이야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퇴사 시기를 결정했다.
좋아, 3개월 뒤에 퇴사다!!!
신입 사원이 나가고 한 달 여 정도를 영업팀 업무를 혼자 맡아서 했다. 광고주 관리, 광고 데이터 관리 등을 모두 했더니 이제 회사에서 나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온라인 마케터인가, 광고 영업팀장인가. 광고 영업팀의 숙명은 어떻게든 광고 매출을 올려야 했고 마침 그때 광고 문의를 해 온 두 회사에 제안서와 견적서를 보냈다.
안타깝게도 그때부터 회사에서의 지옥이 시작됐다. 편집장님은 견적서를 보낸 두 회사에서 피드백이 왔는지, 광고를 진행할 것인지 확인해 보라고 했고, 나는 광고할 의사가 없는 회사에 무슨 빚쟁이 독촉하듯 계속 물어보는 상황이 몹시 불편했다.
첫 직장 생활로 보험 영업을 할 때에 퇴사 1년 정도 전부터 사람들을 만나 영업을 하기가 너무 힘든 상태여서 심리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한 스트레스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8월 말부터 결국 애초에 3달 후에 퇴사하기로 했던 결정을 한 달 뒤로 앞당겼다. 회사에서 영업팀 업무를 끝내기 위해서는 결국 '퇴사'밖에 방법이 없었다. 삶의 엄청난 고통이 '죽어야 끝난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퇴사를 결정함과 동시에 새로운 직원이 영업팀에 들어왔고, 새로운 직원을 다시 가르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새로운 직원은 영업팀 업무를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영업팀 업무와 재고관리 등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완전히 처음부터 세팅하여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 업무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다.
퇴사일이 다가올수록 정말 회사 일이 하기 싫었다. 영업팀 과장이 퇴사를 결정하고 당장 퇴사할 생각이 없었던 내가 퇴사를 하기까지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영업팀 과장님이 퇴사를 결정하고 처음 후임 직원을 뽑을 때 면접관으로서 '가성비' 아닌 '연성비'를 생각했다. '면접자, 즉 새로운 직원이 받을 연봉에 대비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해낼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퇴사를 최종 결정하고 한 발 떨어져서 회사와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나야말로 '최고의 연성비'로 일한 직원 중 한 명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회사는 여전히 3명이 하던 일을 남은 2명이 -잦은 야근을 하더라도- 다 해내자 인원을 더 충원하지 않고 그들의 연성 비로 굴러가고 있었다.
당장 회사의 지출은 줄어서 최고 책임자의 어깨는 가벼울지 몰라도, 일 잘하는 직원을 오래 두기에 최악의 조건이라는 것을, 일 잘하던 직원들이 왜 그렇게 떠났는지, 이제야 비로소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