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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둘, 퇴사 후 제주로 이주할 결심

by 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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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명상을 배웠고, 명상에 진심이었다. 그중 5년은 명상센터를 운영하시는 스님의 절 옆에 살며 매일 새벽 4시에 하는 예불에 참석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저녁 예불까지 참석할 때도 있었다. 매주 토요일은 법회가 있었다. 나머지 5년간 매주 일요일은 옮긴 절이 있는 충남으로 가서 스님들과 하루를 보내고 서울로 돌아왔다. 명상을 한 뒤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


1. 감정 조절이 잘 되고 엄마를 이해하게 되면서 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졌다. 엄마만 보면 늘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나는 감정이 많이 생겼는데, 명상을 하면서 그런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2.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사라졌다. 사실 명상지도자라는 새로운 꿈을 꾸었고, 명상지도자가 되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다.

3. 들어가는 회사마다 능력을 인정받았다. 명상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특히 나를 가르쳐주신 스님은 일상에서 명상을 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래서 내가 마음먹기만 하면 언제나 나를 제삼자 보듯이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명상의 일상화는 회사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내가 가진 능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명상지도자가 되었다. 일주일에 이틀은 명상요가센터로 출근해 하루 종일 회원들과 함께 했다. 하지만 명상 센터는 이익을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기에 생활비를 모두 충당할 수는 없었다. 스마트스토어를 함께 운영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그리고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사업자금을 빌렸다. 사업자금은 점점 늘었고, 원금 도래일이 가까워지면서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풀타임 근무를 해야 겨우 갚을 수 있을까 말까인데...'


이런 마음이 생기자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는 명상요가센터 일이 버겁게 느껴졌다. 나를 명상지도자로서 키우기 위해 아낌없이 지도해 주신 스님께 그만둔다는 말을 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결국 말씀드렸고, 일을 그만두었다.


풀타임으로 근무할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서울에 그렇게 일자리가 많다고 하지만 마흔둘 여자가 일할 만한 곳이 많지는 않았다. 이전에 같이 일했던 대표님에게도 연락을 해 봤으나, 경기가 좋지 않으니 회사 사정도 여의치 않았다. 일자리를 찾을수록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그때 10년 전에 갔던 제주가 떠올랐다.


'이번에도 한 달 살기를 해 볼까?'


아는 분이 제주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전화를 드렸고, 마침 그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일을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제주도에서 일할 강사가 필요하다는 말도 하셨기에 나와 짝꿍은 희망을 가지고 제주도행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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