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성 3일차> 이상향 대신 티벳 문화 맛본 샹그릴라
<윈난성 4일차> 무협지 여럿 떠오르는 리밍 천귀산
7일차, 아침 먹고 체크아웃. 리장공항 => 쿤밍공항 => 인천공항 일정이다. 아침은 리장 고성의 길거리 식당 ‘간판쌀국수’와 물만두, 채소볶음. 간판쌀국수는 버섯과 오골계, 쇠고기, 토마토가 다 들어간 특제다ㅋ
점심은 공항 카페테리아. 사진 패쓰
오후에 쿤밍공항 트랜스퍼 라운지에서 정리해본다. 다시 강조. 이 라운지 널부러지기 최고다.
1. 왜 리장인가
윈난성, 이른바 운남성(云南省)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관광지다. 왜? 중국 다른 지역과 좀 다르다. 소수민족의 삶과 문화, 역사는 흥미진진하고, 히말라야로 이어지는 산들은 예사롭지 않다. 무협지에 고수들이 우화등선하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알겠다. 절경마다 영혼을 씻는 기분이다. 객잔에 머물며 소면 한 그릇에 볶음 요리 추가하는 에피소드도 확 와 닿는다.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공연도 볼 수 있다. 주요도시에 비해 물가는 싸고, (우리가 만난 폭이 좁긴 해도) 사람들은 친절하다. 음식은 매번 감탄했다.
오죽했으면 '샹그릴라'.. (서구에서 난리나 영화로까지 두번 만들어진)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유토피아 모델이 된 곳이다. 중국이 지명을 바꾼 샹그릴라도 여기지만, 실제 모델은 리장으로 보인다. 윈난성 공식 대표는 쿤밍이지만 비행기 한시간 갈아타고 리장 쪽에 볼게 많다.
2. 어디가 가장 좋았나
나와 친구는 고고한 옥룡설산과 천귀산의 기암괴석 비경 중 고르기 어려웠다. 차마객잔을 꼽은 이도 있는데 그건 옥룡설산 산멍에 홀린 것이니 역시 옥룡이.. 산을 오르지 않는 나같은 인간도 자동차나 케이블카로 힘을 덜 들이고 만나는 산은 좋다. 다시 온다면 리장 차마객잔에서 이틀, 리밍 천귀산에서 이틀 정도 묶으며 호젓하게 즐겨도 좋겠다. 3박4일로 오면 리밍은 못간다. 우리는 6박7일이었는데, 직항이 없기 때문에 오고가는 날 빼고 5일 놀았다. 차마고도-샹그릴라-리밍-리장-옥룡설산 여기서 뺄 건 없고, 3700m 라는 샹그릴라 트레킹 코스가 아쉬웠다.
3. 그 장점이 누군가에게는 단점
차마객잔이나 리밍은 고급 리조트가 아니다. 중도객잔은 휑하니 반쯤 뚫린 화장실로 유명하다. 하지만 ‘경고'와 달리 수건은 깨끗했다. 침구도 호텔 급이고 화장실도 멀쩡했다.
산멍에 녹아내리는 순간은 선물 같았다. 낡은 옛것의 운치도 여행의 고마운 요소였다. "이런데서 어떻게 자냐”고 항의했다는 한국인 관광객이 있었다는데 여행지를 잘못 고른듯.
물론 공중화장실 쪼그려 앉는 변기 등은 각오하자. 스쿼트 힘들더라..
4. 무엇이 가장 맛있었나
일행 절반이 티벳 가정집 점심을 꼽았다. 이국적이고 낯선 맛을 탐하는 내 취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야크 우유로 만든 버터차, 치즈+버터 소스, 요거트 등 다른 곳에서 결코 맛 보지 못할 음식이다. 이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가 황홀해하던 버섯훠거는 빼고 정했다. 다들 넋놓고 먹는데 집중했던 날이다. 갈비탕 닮은 야크훠거보다 버섯훠거가 우리들에게는 더 인기였다. 윈난성 버섯은 향이 짙다. 송이를 원없이 굽고 끓여 먹은 호사도 누렸지만 야생 버섯의 서로 다른 풍미와 식감은 '잃어버린 맛'을 깨웠다. 국산 버섯의 향은 어디로 갔을까.
일정 내내 거의 모든 채소와 버섯볶음에 흡족했다ㅎ 친구는 중도객잔의 토마토계란볶음이 인생맛이라고 했다. 6박7일 1kg 쪘다ㅠ
5. 여행 준비
조금 불편한 건 비자다. 개인이 받으면 힘들고 비싸다. 단체비자가 그나마 낫지만, 무비자가 대세인 마당에 ...
국제면허증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렌트카 등 자유여행 어렵다. 가이드쌤과 함께 다니면 많은게 해결된다. 이번에 만난 김경국 쌤은 최고의 가이드였다. 민첩하고 친절하며 하나라도 더 챙겨주기 위해 애쓰셨다. 감사드린다. 일정 기획부터 맞춤형으로 챙겨주시고, 김경국 쌤을 연결해주신 이정화 대표님께도 감사. 맞춤형 패키지 좋았다. 일반 여행사 패키지보다 비싼 프리미엄이 될 수 밖에 없지만, 6인 팀을 구성해 인당 부담을 줄였다. 우리는 하루 2만보가 최대치였던 노약자용(?) 미니트레킹 코스였는데 수준에 맞게 조정 가능하다. 하바설산 옥룡설산 외에, 6000m 넘는 메리설산까지 다녀오는 팀을 봤다. 산악인 포함된 팀이라고ㅎ
중국은 그 대륙 시간대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는 거 첨 알았다. 서울보다 1시간 느리다. 시차 없음
패키지에서 항공권과 첫날 마지막날 숙소는 별도였다. 어차피 경유할거면 국적기 대신 중국동방항공 티켓 가격 합리적이다. 기내식 꽝인데 윈난성 음식 다 좋으니 넘어가자.
아. 고산병. 멀쩡하거나 크게 앓거나 알 수 없다. 추천약 다이아목스는 잘 없고, 안과에서 처방해주는 아세타졸 혹은 비아그라 추천. 진통제도 챙겨야 한다. 난 진통제로만 첫날 두통 넘겼고, 옥룡설산 4680m 오른 날 아침에 비아그라 먹었다. 고산병으로 고생한 기억이 있는 친구는 일정 내내 아세타졸 먹고 거뜬했다.
6. 쇼핑
일단 위챗페이 알리페이 깔고 신용카드 등록해두면 어디서든 만사형통. 환전 없는 여행 처음이다.
리장 고성 쇼핑거리에서 산 소소한 건 넘어가자. 우리는 차를 샀다. 윈난성은 보이차의 고장이라 베이징 등에 비하면 반값도 안된다고 한다. 가이드 쌤의 부인이 알고보니 차 상점의 전문가. 근데 우리를 데려가기 주저하셨다. 리장 고성 쪽이 훨씬 싸기 때문에 혹여 바가지 씌운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차는 질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 각자 판단하면 된다. 전문가의 차 설명을 들으며 5년 된 것과 12년 된 차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버렸다. 큰일이다.
(번외편 : 찻집 다예사는 대부분 여자. 만날 남자가 없다고. 종종 차 상점에 들리는 여행 가이드와 감정을 키우는 건 로맨틱ㅋ 가이드 쌤 부부 얘기다. 두분 다 하얼빈 출신. 부인은 베이징에서 일하다가 한국어 하는 차 전문가 초빙에 두달 계획으로 리장 왔었단다. 그렇게 20년이 지났다. 리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술은 가이드 쌤의 원픽인 윈난성 삼강교주. 50m! 잔술을 셋트로 판다. 이정화 대표님은 200~300위안(약 4만~6만원) 중국 술을 사면 실패가 없다고 조언했다. 마트에서 샀다.
말린 버섯도 샀다. 이 동네 버섯 먹다보면 안 사고는 못배긴다. 종류를 알 길이 없어서 그냥 모듬버섯으로 샀다. 집에 가서 버섯전골 도전한다.
7. 덧) 나시족 여자들 .. 인상적인데 어디 못 넣어서ㅋ
장예모의 '인상여강'에서 대놓고 나오듯 남자들은 놀고 여자들은 모든 일을 다한다. 예나 지금이나. 리장 고성의 집값이 뛰면서 술과 도박에 빠진 남자들과 달리 일하는 여자들. 모든 상점에서 열심이던 그녀들이 예뻤다.
특히 옥호촌에서 관광객 상대로 두부만들기 체험, 종이만들기 구경, 방금 만든 두부와 말린과일 간식 타임, 나시족 차림 코스프레, 부친이 해주는 나시족 옛 물건 설명, 동파문자 이름 써주기..를 진두지휘한 이 집안 딸래미이자 리더 화옥림씨(첫 사진) 만세. 나머지 사진은 리장 고성 쇼핑거리에서 찍었다.
볼 거리, 먹을 거리 이 정도면 역대급이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리장 여행 전도사가 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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