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의노란푸른빛멍색
저도 모르게 정강이 아래에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어딘가에 부딪혔나 싶었지만, 기억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작은 상처를 얻고,
나도 모르게 멍이 들어 있곤 합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때때로 그렇게 무심히 스쳐 지나간 충돌 속에서도
조용히 아픔이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보이지 않는 멍이 하나쯤 있습니다.
말로 꺼내지 못한 상처,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아픔.
누군가 툭 건드리기 전까지는 괜찮은 척 넘어가지만,
문득 어딘가 찌르듯 욱신거리는 순간, 우리는 깨닫습니다.
아, 나도 아팠었구나.
몸에 멍이 들면, 처음에는 푸릅니다.
붉은 피가 피부 아래 고여 검푸른 기운을 띠고,
그 푸름은 금세 보랏빛을 거쳐 노랑으로 물듭니다.
상처는 그렇게 색을 바꾸며 조금씩 사라져 갑니다.
멍은 피부 표면에 생기는 얼룩이 아닙니다.
피부 아래의 모세혈관이 터지며 피가 조직 사이로 스며들고,
이 피 속의 헤모글로빈이 분해되며 색이 변합니다.
처음에는 푸른빛입니다. 산소를 잃은 헤모글로빈이 만들어내는 어두운 자줏빛입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헤모글로빈은 빌리베르딘이라는 녹색 물질로,
다시 빌리루빈이라는 노란색 색소로 분해됩니다.
즉, 멍이 파랗다가 초록빛을 거쳐 노랗게 변하는 것은,
몸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입니다.
피부는 말없이, 그러나 꾸준히 아픔을 정리해 나갑니다.
멍의 색은 우리의 감정을 닮았습니다.
처음 아플 때는 서늘하고 깊습니다. 푸릅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픔은 둥글어지고, 그 위로 노란빛이 감돕니다.
희미해지며 옅어지는 감정과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흔적.
누군가의 말 한마디, 외면, 이별,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
그 모든 마음의 멍들도 이런 식으로 색을 바꿔갑니다.
처음에는 분명 시퍼렇지만, 결국은 노랗게 흐려지고 맙니다.
멍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요.
움직였고, 부딪혔고, 느꼈다는 것이겠지요.
멍이 드는 것도 삶이고, 사라지는 것도 삶입니다.
그리고 멍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노랗게 물든 자리에 봄빛이 스미듯,
상처는 치유로 바뀌고, 우리는 다시 걸어갑니다.
처음엔 푸르게 울고, 나중엔 노랗게 안도합니다.
당신의 마음에도 아직 아픈 빛이 남아 있다면,
회복으로 가는 징후일지도 모릅니다.
푸르름은 아픔이지만, 노랑은 희망입니다.
그 색의 흐름 속에서, 우리 모두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는 거겠지요.
#멍 #치유 #아픔 #희망 #시간 #회복 #삶 #색 #컬러 #디자인 #모세혈관 #헤모글로빈 #빌리베르딘 #빌리루빈
*이미지 및 참고자료*
https://www.mkhealth.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56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