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

by 기빙트리

화면이 꺼졌다.
“에이미?”라는, 끝나지 못한 말이 전해지기 직전이었다.
잔액이 부족하다며 시스템은 정해진 시간의 끝을 알렸고,
은미는 말없이 혼자 남겨졌다.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방 안에, 마지막 인사조차 닿지 못한 공기가 남았다.

그녀는 이미 많은 이들과 작별했다.
사랑했던 사람과도, 엄마와도,
그리고 한때 자신이 속했던 일상과도.
무직이란 이름은 정체가 아니라,
사라지고 있다는 조용한 경고처럼 느껴졌을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시작된 화상 수업.
낯선 언어로 시작된 대화 속에서
은미는 오랜만에 마음을 기댈 누군가를 만났다.
그는 바다 건너 캐나다에 있었고,
둘 사이를 잇는 건 노트북과 화상카메라, 그리고 천천히 쌓아온 마음뿐이었다.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마지막 수업.
그는 말했다. “에이미?”
그러나 그 다음 문장은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

어쩌면 모든 이별은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일까.
화려하지도 않고, 때론 말 한마디 없이,
단지 ‘종료되었습니다’라는 문장만 남긴 채.

은미가 앉아 있던 바닷가 시골집의 창가엔
밤이 천천히 내려앉았을 것이다.
누군가와 이어져 있던 불빛이 꺼진 자리에,
홀로 앉은 사람의 허허로운 마음만 남는다.

그리고 그 마음은 조용히 묻는다.
이게 정말 안녕일까?
안녕이라 말하기엔 너무 조용한, 너무 이른, 너무 미완의,

그럼에도 부디 평안하라고.

그날 이후,
‘안녕’이라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게 됐다.


- I learned from you, I really learned a lot, really learned a lot...........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정말 많이 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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