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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들 Sep 22. 2022

펜 드로잉으로 만든 달력

나만의 기념 달력 만들기

기념 달력이 도착했다. 올해 입문한 펜 드로잉 작품들로 만든 나 만의 달력이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일이 이리 쉽게 실현되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2023 캘린더 표지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이곳저곳 자주 돌아다니는 데 집에 오면 늘 수 백장의 사진이 카메라 메모리를 가득 채우곤 했다.  여행 전문가들은 여행을 마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사진을 정리하는 일이라는 데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외장하드에 여행지마다 폴더를 만들어 두었다는 것일 게다. 쓸만한 사진만 따로 골라두질 않았으니 활용하는 일도 거의 없게 되고 방치되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용량이 꽤 되는 하드웨어를 사진으로 가득 채울 무렵 나는 한 가지를 계획했다. 멋진 풍경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일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었다. 하루는 날을 잡아 드디어 사진 폴더를 뒤지기 시작했다. 맘에 드는 사진을 가로, 세로 타입으로 분류해 달력 후보군을 만들었다. 후보군 중에서 다시 한번 작업을 거쳐 마침내 최종 작품을 선정했다. 일 년 12개월에 맞는 사진을 고르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매우 그럴듯했다. 이제 인쇄소를 정해 주문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주문 단계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보았다. 이유는 몰랐다. 추정컨데 마땅한 인쇄소를 찾는 번거로움과 손에 쥐게 될 견적서의 비용이 부담으로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고지를 바로 눈앞에 두고도 실행력 미약으로 나는 꿈을 접게 되었다.


그렇게 3년이 흐른 어느 날, 묻어 두었던 꿈을 깨우는 기적이 일어났다. 충무로 인쇄 골목에 위치한 서울인쇄센터라는 멋진 공간을 알게 되면 서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인쇄센터는 인쇄인과 일반 시민들을 위한 인쇄 놀이터로 인쇄체험과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인 데, 세미나 장소였던 이곳에서 '달력 만들기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순간 섬광이 스치듯 갑자기 몸이 반응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설레기는 참 오랜만이었다. 오래전 꾸다가 중단한 그 꿈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집으로 오자마자 컴퓨터의 사진 폴더를 뒤지다가 마침내 ‘달력 후보’란 파일명으로 묻어두었던 꿈을 열었다. 그리고 서둘러 달력 만들기를 신청했다. 신청 절차는 간단하여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먼저 세로 타입의 사진들을 추려 15~16장을 서울인쇄센터 담당자 이메일(juan@oouniv.org)로 보내고 방문 날짜를 예약하면 되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달력을 손에 쥐는데 필요한 시간은 겨우 20분이었다.  여행 추억이 오롯이 담겨있는 달력은 과거의 빛나는 순간들에 숨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시공을 뛰어넘어 오늘을 함께 하도록 하였다. 그 기쁨과 환희란...!

달력만들기 무료체험 프로그램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바로 펜 드로잉 달력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번엔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실행을 하는 데 거칠게 없었다. 올해 초 입문한 펜 드로잉 작품들이 꽤나 쌓여서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달력을 만들면 연말 친구들 선물로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작품들 중 12개를 고르고 온라인 인쇄소를 검색해 주문을 했다.  전광석화 같은 실행력으로 후다닥 해치우고 달력을 기다리는 동안 어찌나 설레었던지 모른다.


어반 스케쳐로  친구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행 엽서를 보내고 싶었다.  펜 드로잉에 입문한 것이 그런 연유였는 데 이렇게 펜화 달력을 만들게 되었다. 여행 엽서 대신 달력을 선물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친구를 향한 나의 각별한 정성을 이렇게라도 전하고 싶었다. 친구들아,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는 기쁨을 그저 누려만 주렴!


내년에는 더 멋진 선물을 기대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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