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 10장 _ 우리 뇌가 한 사람만 사랑하라 세팅되었다면
만약, 우리의 뇌가
오랜 시대를 거치며
제도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한 사람만 사랑하게 세팅되었다면,
그 세팅값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 아닐까?
THE LOVE PLANET 사랑학 10장 _ 우리 뇌가 한 사람만 사랑하라 세팅되었다면
♥♥♥
[매칭의 해, 러브플래닛은 주 2일 근무제가 실시됩니다.]
"신입 경찰 제니! 1회 경고합니다."
제니의 모니터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매칭의 해, 업무 일 수는 이틀입니다. 현재 제니는 이를 어기고 주 4일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는 행성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규칙 불이행 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은 AI 협력 로봇에게 맡기고 이성과의 매칭에 충실해 주십시오. 매칭의 해 가장 중요한 일은 귀하가 행복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것입니다."
분명 이 메시지의 뒤에는 팀장 유진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제재가 들어올 리 없었다. 제니는 막내 신입에게 경고 벌점까지 운운하는 게 유치했다. 그렇다고 유진에게 이를 따져봤자 득 될 것도 없었다. 자신은 모른다고 잡아떼면 그만 일 것이다. 결국 팀장 성화에 못 이겨 제니는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누구나 반할 그런 사람. 바로 섹시하면서도 우아하고 큐티한 루비였다. 역시나 제니다운 선택이었다.
둘은 행성 지리도 읽힐 겸 각자의 기숙호텔을 나왔다. 신입들은 매칭이 이뤄지기 전까진 각 구역별로 나눠져 합동생활을 했다. 제니는 A구역에, 루비는 M구역에 배치되었다. 숙소 배치 후 첫 만남이었다. 둘은 러브플래닛에 건설된 도시, 러브시티의 메인 스트리트 이곳저곳을 돌았다. 맨 처음 아가페 거리를 돌았다.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답게 아가페 거리는 인간을 품은 거룩한 신들의 형상이 성스런 느낌을 자아냈다. 입구는 도리아식으로 단조로웠지만 거리로 들어서자 희귀한 식물이 천정까지 뻗은 화려한 코린트식 건축양식을 차용했다. 둘은 아가페 거리를 지나 필리아 거리를 걸었다. 필리아 거리 입구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조각상이 서 있었다. 친구란 '나와 하나의 영혼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그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둘은 팔짱을 끼고 재잘재잘 낄낄대며 그 거리를 활보했다. 한 시간 남짓 메인스트리트를 눈에 넣었다. 그리고 그 거리가 끝나갈 즈음 한 모퉁이를 돌자 카페 하나가 나타났다.
‘THE LOVE PLANET’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상호명 위에는 펜글씨체로 ‘사랑의 모든 순간’이라고 적혔다.
“제니? 너 봤어?” “어, 루비.”
“러브플래닛에 러브플래닛이 있네! 가볼까?”
제니는 시큰둥하며 따라갔다. 카페 안은 한산했다. 행성 가운데 하트를 넣고 아기자기하게 로고화 한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입구부터 기존 카페와 확연히 달랐다. 소품 하나 음료 하나 그 모든 것이 연인들이 사랑에 빠질만한 것들로 배치되었다.
“분위기는 좀 오글거리지만 조용해서 좋다.” 제니가 그럭저럭 반 승낙했다.
“아직 비시즌이라 그렇습니다. 곧 사랑이 불붙으면, 이곳은 뜨거운 사랑의 성지가 되지요. 음료나 음식 맛을 떠나... 그렇다고 저희 가게가 맛이 부족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바리스타가 말했다. 그리고 메뉴를 특이하게 물었다.
“사랑 찾아 잘 오셨습니다. 어떤 사랑을 드릴까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벽에 걸린 아날로그 감성으로 꾸며진 메뉴판이 보였다. 음료와 디저트 모두 사랑학으로 되어 있었다.
“99개의 사랑학을 맛보는 사랑맛집! 사랑메뉴입니다. 좋아하시는 사랑학을 섞어 사랑디저트를 만들어 보세요?”
“근데 저희가 여기 처음이라서.”
“그럼, 저희가 추천해 드릴까요? 두 분은 어떤 사랑을 추구하세요? 자신이 추구하는 사랑방식에 따라 메뉴를 골라도 됩니다.”
둘은 약간 머뭇거렸다. 제니는 굳이 이런 것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이 친구는 이성적 사랑, 저는 감성적 사랑? 아니, 냉정적 사랑과 열정적 사랑? 하하하.”
리고 호탕하게 웃었다. 제니가 눈치를 줬다.
“음, 그러면 행성 신입생이신 것 같고, 너무 아름다우시니까. 이건 어떠세요? 사랑학 10장...”
한 송이 꽃이 피기까지
얼마나 많은 꽃잎이 한 줄기 빛을 향해,
하나하나 여는지 아는가?
한 사랑이 꽃이 피기까지
얼마나 많은 감정이 한 사람을 향해,
하나하나 열려야 하는지 아는가?
우리 둘의 사랑학 10장 _ 한 사랑이 피기까지는.
바리스타가 메뉴를 골라 읽을 때 제니가 다른 선택을 했다.
“아니요, 저게 좋겠네요. 저걸로 주세요. 사랑학 33장. 사랑학 58장. 계산은 내가 할게 루비.”
나의 감정의 쓰레기를
남에게 버리지 마라.
설령 가족이라 하더라도
늘 품어주는 이라 할지라도.
타인은 네가 버려야 할 감정을
받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자신이 만든 감정 쓰레기는
자신 안에서 소각해야 한다.
우리 둘의 사랑학 33장 _ 감정 쓰레기 처리법
올림푸스 신도
피하지 못한 단어가 있다.
신의 뇌도 그 단어에는 결코 견디지 못한다.
참지 못한 뇌는 눈동자에게 지시한다.
그것도 은밀히.
예전 나에게 찾아줬던 그때처럼
새 연인을 찾아줘.
인간이면 찾아오는 권태기.
정녕, 그대는 견딜 수 있는가?
우리 둘의 사랑학 58장 _ 결혼에서 없어져야 할 단어.
"오, 손님 좀 시크하신데요? 많고 많은 사랑학 중에... 뭐, 그래도 좋습니다."
바리스타는 제니가 주문한 사랑학 제목을 읽은 후 약간 톤다운이 되어 레시피와 토핑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주문한 메뉴를 내올 때 바리스타는 다시 기분이 재충전되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곳에 꼭 다시 오세요. 그리고 사랑의 스탬프를 찍어두세요. 열 장이 찍히면 말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암묵적 연인이 됩니다. 그리고 백 장 찍으면... 저렇게 사랑학 100이 되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겁니다.”
벽에는 정말로 빛바랜 백 장의 스탬프가 찍힌 증거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저것들은 7년 전 매칭의 해에 붙인 것들이죠.” 바리스타가 말했다.
“어떻게 하면 백 번이나 오냐?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제니가 물었다.
“너무 흔한 말 같지만 사랑은 결실을 맺고 싶어 하죠. 사랑은 빛바래 가지만 추억은 어느 곳에선가 기록되죠.”
드디어 디저트가 나왔고, 루비는 사랑학 제목 때문에 살짝 걱정했다. 하지만 66장은 정갈하고 심플한 세팅이었고, 87장은 화려하고 우아한 세팅이었다. 둘 다 우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러블리했다. 향과 달콤함, 첫 테이스팅의 느낌, 입안에서 음미할 때 침샘을 자극하는 강도가 취향에 딱딱 맞았다. 감정 쓰레기라는 말 때문에 씁쓸한 맛일 것 같았지만 달콤했고, 권태기라는 단어 때문에 지루한 맛일 줄 알았지만 매혹적인 맛이었다. 맛의 반전이었다. 사랑성지를 넘어 디저트성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루비는 바리스타에게 손을 치켜세웠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또 오고 싶다고 했다.
그때 제니가 뜬금없이 물었다.
"넌, 왜 박사가 러브플래닛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루비가 바로 답이 없자 제니가 답했다.
"난 인간들의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해. 한 사람만 사랑하지 못하는 인간의 특성 때문에 일어나는 바람기 때문에."
"너무 냉소적이다. 제니."
"왜, 어떤 인간은 한 사람만 사랑하지 못할까? 그러나 과연 그 어떤 인간만 그럴까? 아니지."
제니는 디저트를 한 입 베어 물고 말을 이었다.
"인간의 바람이야말로 결혼의 가장 큰 파탄 요인이잖아. 결혼이 파탄 나기 전에 파탄 요소를 없애는 거지. 왜? 인간에겐 처음부터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었거든. 공동체를 이루며 공동체의 안정을 위해 혼란을 없애기 위해 생겨난 게 결혼이니까, 그 오랜 기간 우리는 한 사람과만 결혼해야 한다 결혼해야 한다 머릿속을 세뇌한 거지. 고대의 십계명에도 네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말이 재산뿐만 아니라 이웃의 아내도 욕심내지 말라고 말하는 게... 무의식에 세뇌하는 거지. 인간은 원래 남의 것을 탐하는 존재이니까."
"난, 이렇게 생각해 봤어. 이십 대의 사랑, 삼십 대의 사랑, 사십 대의 사랑, 오십 대의 사랑 육십 대의 사랑 등등등 그 시기마다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 젊은 이십 대 때 보던 사람의 관점이 오십 대 때에도 유지될까? 혈기 왕성하던 시절의 판단력으로 선택한 결과를 죽는 날까지 유지한다는 것이 관여 타당할까? 그것이 합리적인 사랑일까? 지금 같이 백 세를 훌쩍 뛰어넘는 시대에 말이야?"
"그렇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한 선택이 살아보고 나서 다 까발려지면, 그때 자신의 선택이 틀린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겠지. 그 순간부터 싸우고 다투고 결국 이혼도장 찍는 것 아냐? 인간의 결혼이라는 것이."
"그런데 현재 틀렸다고 그때 했던 선택이 틀린 선택이었을까? 난 그때 선택은 맞는 선택이었다고 봐. 환경과 조건이 달라지니까 자연스럽게 상황이 달라진 것뿐이고. 그래서 우리는 그때그때 달라진 상황에 맞게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
"맞아, 루비. 지구의 결혼은 인간에게 불합리해."
"에리히 박사님이 이야기하셨잖아. 인간의 평균 삶이 삼십도 안되었을 때, 생겨난 것이 지금의 결혼제라고. 그때는 일찍 십 대 때 결혼하긴 해도 기껏 한평생 살아봐야 이십 년도 안되지. 지금처럼 한 번 결혼해서 백 년을 산다고 생각하면 달랐을지 않을까?"
"그것도 우리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지."
둘은 결혼제에 대해 토론 비슷하게 한 후 디저트를 한 숟갈씩 떴다. 그리고 루비가 화제를 돌려 물었다.
“아 맞다 제니? 너 러브머니 입금됐지?”
“응.”
"얼마나?"
피플북이 러브워치로 발송되고 이어서, 또 중요한 것이 러브워치로 전달되었다. 그것은 러브머니였다. 이 행성에서만 쓸 수 있는 가상화폐였다. 행성에 온 신입은 이 행성에 오기 전 일 년간 차곡차곡 쌓은 성적포인트가 러브머니로 전환되었다. 이곳에선 부모의 재력이 나의 재력이 될 수 없었다. 자신이 부모에게 받은 재산은 한 푼도 이곳에 가져올 수 없었다. 부의 척도는 오로지 이 행성에서 잘 살기 위해 준비한 일 년을 얼마나 성실히 노력했는지였다. 그 땀이 자신의 자산이 되어 입금되었다. 이 행성은 부의 대물림을 차단했다. 박사는 만인의 행복에 출발부터 특권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거주자는 칠 년간의 결혼 성적이 자기 재산이 되었다. 첫 기수는 부부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진심을 다했는지, 부부가 부부를 달마다 서로 평가하게 했다. 그러나 부작용이 발견되었다. 서로에게 상의하여 높은 점수를 주거나 혹은 상대에게 낮은 점수를 주었을 때 가정불화가 일곤 했다. 그래서 행성 인간행복위원회는 부부의 상대평가는 단 한 번 마지막 이별식 때만 하고 이 업무를 러브워치와 행성의 최고 양자컴퓨터인 '사랑과 이별'에게 맡겼다. 러브워치에 체크되는 행복할 때 나타나는 감정맥박과 불행할 때 드러나는 감정맥박의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평가 결과를 도출했다. 이것은 나름 합리적 시스템에 의한 평가였기에 이에 불만을 품는 이들은 없었다. 그리고 최고는 자녀 출산이었다. 출산은 행성의 미래를 위한 헌신적 사랑의 행위였기에 그 어떤 것보다 최상급 러브머니가 지급됐다. 러브머니는 자신의 고유재산으로 매칭의 해 사용되었다. 원하는 상대의 좀 더 깊은 정보를 알고 싶을 때 혹은 자신에게 좋은 상대의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쓸 수 있었다. 데이트권을 쓰고 싶을 때도 사용되었다.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가 생기면 데이트 신청과 러브머니를 계좌로 보낸다. 상대가 수락하면 보내진 러브머니는 상대의 러브통장으로 자동 입금된다. 그러나 거부하게 되면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다시 접근하지 않는 게 룰이었다. 러브머니는 데이트 장소 대여, 파티나 이벤트 등 모든 데이트 비용에 쓰이며 특히 칠 년간 살 주택 구입에 큰 비용이 지출된다.
“넌 많이 됐겠다? 사랑학 학점이 상위 5%인 사랑 엘리트 아냐?”
“놀리긴, 몰라. 정말 관심 없어.”
"야, 넌 어떻게 돈에 초연할 수 있냐?"
"내 관심은 돈이 아니니까 그렇지."
"피~ 네 팔 굵다. 아유 이 탄탄한 근육 봐."
제니의 무반응에 루비는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근데 제니? 이건 정말 불합리하지 않아?”
“이제, 원하던 행성에 왔다 이거야?”
루비가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제니가 그녀의 의도를 까발리기 시작했다.
“주택문제, 취업문제, 육아문제 다 해결되니까, 신입끼리 못하는 결혼문제가 눈에 밟히지? 앙큼한 루비! 데모라도 하게?”
“그래, 그래야겠다. 널 보니까! 날 수갑 채워 잡아가 보시든가?”
루비가 말했다.
“내가 못 할 줄 알고?”
제니가 디저트를 한 입 넣으며 말했다.
“나, 취조실 가면 다 불 거야.”
루비가 답했다.
“그 새끈한 입을 나불거려서 또 누구 꼬실지 알고. 내가 놔둘 줄 알아 루비?”
“꼬시긴? 주동자는 당신들 동료인 이 행성에 오기 전, 같은 방 쓴 동조범 제니라고 할 건데.”
“오늘 수갑만 가져왔어도 루비 널 그냥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표창장 하나 받는 건데.”
여기까지 농반진반인 그녀들의 대화는 루비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옮겨갔다.
“지구에 사우스 코리아 알지?”
루비가 물었다.
“아, 그 옛날 BTS의 나라? 그 K-POP의 나라, 알지!”
“그 나라에 품앗이라는 제도가 있었대.”
“푸마시?”
제니가 물었다.
“품.앗.이. 아 됐고! 근데 그게 뭐냐면, 농사지을 때 자기 농사일이 바쁘면 이웃사람이 돕고... 이웃농사일이 바쁘면 내가 돕고... 진짜 이 시대에 본받아야 할 제도 아냐?”
“아, 서로 돕고 살자?”
제니가 반문했다.
“그렇지!”
루비가 반색했다.
“싫은데!”
제니가 고등어 반 토막 내듯 딱 잘라 말했다.
“아, 그러지 말고 폴리스 중에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주오. 응?”
루비가 최대한 귀염상을 했다.
“절대! 노! 너 같은 블루칩이 뭐가 아쉬워서 나한테.”
제니가 다시 단칼에 거절했다.
“네가 몰라서 그래? 나 같은 사람이 더 남자가 안 붙는다. 내가 접근하기 전에는 절대. 그니까 친구야 응? 맞아! 우리 지질탐사팀에 의사가 있거든. 탐사하다 다치니까. 근데 이 의사가 너무 멋진 거야. 내가 관리하려다 네 생각이 문득 나는 거 있지? 어떡해? 아까워도 우정이 먼저지. 너한테 양보하기로 했다. 그니까 너도 다리 한 번만 놔라, 응?”
“알잖아. 루비. 나, 연애고자인 거.”
“야, 말을 해도. 그거 성희롱이다!”
“왜? 찾아봐. 연합행성 언어대사전에 연애 불능인 나 같은 사람 칭하는 말로 올라가 있는데.”
“그래 잘났다. 너 계속 연애고자 해라.”
둘은 키득키득 웃다가 그냥 웃음보가 터져 한참 웃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제니를 알게 된 후 그녀가 이성에 관심 가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
둘은 카페를 나와 다시 걸었다. 러브플래닛의 핫플레이스를 찾았다. 큐피드의 분수대였다. 분수대의 큐피드는 하늘로 물빛광이 나는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하늘에 닿으면 하트를 그리며 터졌다. 그 모습을 보는 둘은 동상이몽이었다. 열정녀는 연상이어도 얼굴은 동안이면서 키 키고 잘 빠진 핸섬남에게 자신의 화살이 꽂히길 바랐다. 당돌녀는 자신이 저 화살이 되어 이성보다는 자신의 목표에 빠르고 정확하게 꽂히길 바랐다.
그때 큐피드의 분수대가 갑자기 사람들로 북적였다. 매칭의 해, 사람들의 행동에 아직 익숙지 않은 둘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이 행성에서 아이돌 같은 인기 스타는 없다. 하지만, 이 행성만의 독특한 스타인 피플북 스타가 있다는 걸. 그 북적북적한 움직임이 그녀들을 보기 위한 발걸음이라는 걸 깨달은 건, 한 남자가 생각지도 않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루비를 쳐다봤기 때문이었다.
루비는 화들짝 놀란 팔색조가 되었다. 그 순간, 누군가 그 남자의 몸을 황급히 뒤로 끌어당겼다. 일시에 그 남자를 제압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러자 주변의 남자들도 몇 발자국씩 뒤로 물러섰다.
“죠...!” 제니가 수사팀 선배 이름을 불렀다.
죠가 제니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죠의 러브워치가 작동했다. 눈의 시선이 제니 옆 한 여자에게 꽂힌 것이다. 러브워치를 보지 않아도 그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러브워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머릿속으로 이 상황을 파악하며 죠가 대답했다.
“제니... 여긴... 어쩐... 일...?”
죠의 러브파일에 한 여인이 옮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