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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다 Oct 24. 2024

완벽한 직업

 완벽한 직장, 완벽한 직업이라는 것이 있을까? 사람들이 소위 신의 직장이라 일컫는 곳에 취업하거나, 꿈의 직업이라 불리는 일을 하게 되면 그것은 완벽에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주니어 때는 더 나은 환경과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것을 목표로 여기며 회사를 다녔다. 실제로 목표하던 회사에 이직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처우를 보며 어깨가 으쓱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런 목표는 잘못된 방향 설정이라는 것을.

임신 초기에 조금 더 원하던 회사로부터 이직을 제안받은 적이 있었지만, 차마 임신한 상태로 입사를 할 수는 없었기에 제안을 고사했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워킹맘인 데다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만큼 이직은 어려워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나이가 들면 제안은커녕 나를 받아줄 곳도 없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조급한 마음에 이직을 알아본 적도 있었는데, 여러 가지 달라진 나의 상황은 이미 현실의 벽처럼 쌓여있었다. 그럼 나는 이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사람인가? 누군가가 받아줘야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나의 목표라 말할 수 있는 건가?




 엄마가 되고,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며 스스로도 많이 돌아보게 된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것이고, 내가 즐겁게 일해야 아이들도 꿈을 가질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책에서는 완벽한 직업은 삶의 기준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고 말한다. 그리고 완벽한 직업은 자신의 가치관에 가장 알맞은 환경에서, 자신의 재능을, 관심을 사로잡는 곳에 쏟아붓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나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 중에 스스로의 재능과 가치관을 명확히 알고 그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그 안에서 열정이 생기고, 운이 좋으면 몰랐던 재능까지 발굴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 아닐까.

그런 면에서 팀장이 된 것은 나에겐 정말 감사한 기회였다. 나의 재능과 열정, 일에 대한 가치관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팀원으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할 일도, 목소리를 낼 기회도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팀장으로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이렇게 글로 남기며, 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기록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물론 아직까지 어떤 것에 관심이 더 가는지는 찾아나가야 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지 않으려 한다. 나에 대해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시도하는 것만으로 완벽한 직업이라는 마음 상태에 한 발 가까워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어떤 회사에서 어떤 직책을 가지고 있는가를 일하는 목표로 두지 않는다. 내가 워킹맘이라는 것과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또한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책에서는 자기 일에 만족하고 즐기는 사람들은 적어도 자신의 일을 자유롭게 선택한 사람들이고, 앞으로도 직업의 방향이나 은퇴 후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사람들이라 덧붙인다. 나 역시 지금이 수많은 나의 선택의 결과임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의견을 따른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나의 선택의 순간들이 쌓여 현재의 모습으로 남은 것이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도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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