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크로 폴리스에 가기 위해서
조지프 캠벨이나 카를 케레니 등 신화학자들은 그리스 신화를 모계 중심 사회가 부계 중심 사회로 옮겨가면서 형성된 것으로 본다. 그들에 의하면 그리스 신화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지닌 아카이아 족이나 이오니아 족 그리고 도리아 족 등 인도 유럽 어족이 평화롭던 모계 중심의 그리스 반도를 정복하면서 전개된 것으로, 가부장제를 받쳐주는 이데올로기이다. 따라서 그리스 신화 속 여신이나 여성상은 강력한 아버지 제우스 신을 정점으로 한 가부장제에 의해 많은 점에서 왜곡되어 왔다.
제우스의 정실부인 헤라는 아카이아 족 등을 비롯한 인도 유럽 어족들이 남하하기 전에는 원래 그리스 반도의 원주민들 사이에서 모든 신들을 아우르는 고결하고 위대한 여신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서는 그녀는 제우스의 아내가 되어 한낱 가장의 수호신으로 전락한다. 게다가 그녀는 위풍당당했던 여신의 모습은 잃어버리고 남편 제우스에게 꼼짝 못 하는 질투의 화신으로 그려져 있다. (신통기, 헤시오도스, 김원익 옮김, 민음사 P180)